<신인작가소개 III> 정형화되고 획일적인 아름다움 거부, 화장품 재료로 작업하는 조수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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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나, 물건, 물체를 볼 때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다. 이 지구상의 수억의 인구들이 있지만 같은 얼굴은 없는것처럼, 그 만큼의 다양한 시선과 시각들이 존재한다고 보면 될것이다. 인류가, 특히 여성들이 추구했던 미, 아름다움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어떤 시절에는 풍만한 여성이 아름다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또 어떤 시대에는 마른 여성이 아름답게 여겨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 아닐까 싶다. 그것의 기준을 정한다는게 얼마나 헛된 일일까 싶을만큼 말이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1711-1776)은 “아름다움은 본질적으로 사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이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 속에 있다. 아름다움이란 물체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이것을 응시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라고 한바 있다.
2016년 9월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재불청년작가협회의 5명의 신입 회원들의 전시가 열렸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풍만한 여성의 신체가 관객을 압도한다. 화폭 가득 풍만한 여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현대의 이른바, 아름다운 여성의 몸이 아닌 울룩불룩한 살집 많은 여인이다. 여인은 머리 없이 옆으로 있거나, 엎드려 있다. 독창적이고, 과감해 보였으며, 그래서인지 작품 스타일이 뚜렷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지금 프랑스 지방, 그르노블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수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드로잉인듯, 혹은 회화인듯 묘한 느낌을 준다. 그는 그럴것이 작품 재료가 기존의 그것이 아닌 화장품이다. 화장품과 여성은 뗄래야 뗄수 없고, 그것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할수 있다. 허나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구분하는것도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요즘이다.
작가는 “요즘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획일적이다. 현대사회의 아름다움을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 보다는, 고착시키고, 정해서 칸속에 맞추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를 벗어나고자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누구나 아름다움을 개인적으로 경험한다”고 한다. 그가 경험한 아름다움을 여성의 풍만한 몸매와 화장품이라는 재료로 어떻게 작품안에서 풀어내고자 하는지 알아보자.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그르노블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예술가를 꿈꾸는 있는 작가 조수진입니다.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학교를 다니다 그림이 좋아서 무작정 유학을 와서 학사는 샤롱쉬르손Chalon sur Sône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요, 지금은 석사과정에 있고요, 전시는 샤롱쉬르손Chalon Sur Sône에 있는 데농 미술관Musée Denon에서 처음 전시를 했고요, 최근에는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재불한인청년작가협회의 신입전과 4명의 다른 신입작가들과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아름다움은 개인적으로 경험한다고 했는데요,.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라면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먼저 나 다울때가 제일 아름다운것 같아요. 광범위하다고 느낄수 있을텐데요. 개인적인 성향에서 나오는것 같아요. 내가 보고 느낄때 아름답다고 생각 하는것들이 아름다운것 같아요. 피상적으로 이쁘다고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것 같지는 않아요.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이 추하다고 하는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낄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마디로 ‘ 풍만하다’, ‘말랐다.' 로 정의 하기 보단 각자의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을 수 있는데요, 작가노트에 보니 이 콤플렉스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던데,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세요?
현대사회에서의 외모 콤플렉스는 그 시대에 유행하고, 선호하는 외모에 상반되는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못생겼다고 인식하고, 그리고 그것을 ‘콤플렉스’라고 이야기하는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자기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눈이나 의지에 따라 변하는것 같고, 남들의 시선이 주는 공포와, 변화하는 유행을 쫓다보면 콤플렉스가 생겨나는것 같아요.
-작품 쟝르는 드로잉인가요? 회화인가요?
회화입니다.
-어떻게 화장품을 작품 재료로 사용할 생각을 했어요?
입시미술( 석고소묘 )를 해서 어느정도 기본 드로잉은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우리가 그림을 그릴때 물감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저는 물감을 가지고 작업할때 흥미가 안생기더라구요.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감도 안잡히고, 그런데 평소에도 흥미있고 좋아했던것이 메이크업 하는거였어요. 학창시절 졸업사진 찍기전에 담임선생님 화장도 고쳐드리고, 머리 드라이도 해드린 경험이 있을 정도로 좋아했는데요, 순간, 매일 사용하고 얼굴에 그리는건데 이것도 재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에 사용하게 되었어요. 맨 처음에는 비비크림을 어떻게 사용해야되나 싶어서,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을 해보다가 저만의 방법을 찾았어요.
ㅡ 찾은 방법에 대해 알려줄수 있어요 ?
처음에는 무작정 그림은 종이! 라는 생각에 종이에 그렸는데, 힘조절을 잘 못해서 도장찍히듯이 그려지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찾는 재료가 조금은 두꺼운 캔퍼스천이였어요. 캔버스천 재질이 거친피부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작업을 했는데 잘되더라구요. 그래서 작업을 진행할수 있게 되었죠. 요즘은 캔퍼스천에만 하지 않고 여러가지 천에 시도 중이에요. 자신의 방법을 찾고자 할때는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는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재료는요? 비비크림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네 비비크림이랑, 눈썹펜슬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ㅡ 그럼 비비크림은 어디를 표현하고, 눈썹펜슬은 어디를 표현할때 사용을 하나요 ?
비비크림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눈썹펜슬은 갈아서 비비크림과 함께 명암을 주는데 사용하고 있어요.
-화장품이, 물감 보다 비싼가요? 작품 재료가 화장품이라고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것 같어요.
비용은 더 저렴하다고 할수있을거 같아요. 저는 한톤의 컬러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다보니, 여러가지 색이 필요한 물감 보다는 저렴한거 같아요. 그리고 요즘 저렴한 화장품이 더 잘나오고 좋더라구요.
-그럼 보통 유화나, 수채화, 같은 것에 비해 화장품으로 작업하면 느낌이나 표현하고자 하는게 좀 다르게 나올것 같은데, 어때요?
저는 자화상이나 누드화를 그리는데요. 그러면서 최대한 피부톤과 비슷하게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물감으로 표현할수 없는 것들을 화장품으로는 표현이 가능하더라구요. 제가 원하는 표현을 찾은거죠! 화장품을 이용하면 좀 더 피부표현처럼 표현이 되고, 인위적인 느낌이 적게 느껴졌어요. 물감은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표현이 안되더라구요.
-풍만한 여성의 몸을 주로 표현했는데요. 머리가 없어요? 왜그렇죠?
처음에는 얼굴이 있는 자화상를 그렸어요. 근데 계속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글들을 찾아보다보니, 제가 생각하고 있던 내 콤플렉스가 다른 여성들도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한마디로 요즘 현대사회에서 모두가 느끼고,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라는 것이죠. 예전에 어느 설문조사를 보았는데, '여성의 80%가 정상적인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자기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낀다.’는 결과를 본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는 얼굴을 굳이 표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리는 여성의 몸이 특정누구한명의 몸으로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여성의 몸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품속 여성들이 옆모습으로 있어요. 서있거나, 엎드려 있던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는 콤플렉스를 드러낸 작업이 대부분이에요.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콤플렉스는 대부분 감추려하고 가리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저는 이러한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보았어요. 그럼 ‘콤플렉스를 드러내고, 감추지 않으면 사람들은 콤플렉스라고 인식하지 않을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면적으로 조금은 감추고 싶은 심리적인 생각들이 무의식으로 작용되었던거 같아요. 작업이 끝나고 보면 몇개의 작업들이 측면이거나 가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더라구요.
-작품속 여인의 몸이 아주 풍만해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은 마른몸보다는 풍만한 몸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작품속 여인의 몸이 풍만한 이유는 저는 어렸을때부터 뚱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하나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죠. 제 주위에 사람들은 항상 저보다 날씬했거든요.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학창시절, 한국에서 생활하는 내내 저는 제가 ‘뚱뚱하다’ 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지내다 자화상을 주제로 작업을 할때, 얼굴만 나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저는 저의 몸을 그려 보았어요. 그리고 그릴때 제가 생각하는(내가 느끼고, 내눈으로 보이는) 제 몸을 그렸어요. 그렇게 그리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나의 실제 몸의 크기와는 다르게 조금더 풍만한 여성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난 뒤 느꼈어요. 내가 내몸을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뚱뚱하지 않고,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는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마른몸이 더 아름답다라고 생각할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풍만하다, 말랐다. 로 정의 하기 보단 각자 개인에 자연스러운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왜 여성의 몸이었어요? 본인이 여성이라서요. 아님 남성을 표현할 생각은 없는지요?
제 작업이 자화상에서 누드화 작업으로 발전되어서, 대부분 여성의 몸으로 작업을 해왔어요. 남성의 몸으로도 작업할 계획은 항상가지고 있어요. 근데 제 작업 모델도 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나, 자기 몸이 ‘아름답다’ 라고 생각하는 분과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남성분도 그런 분들을 찾고 있는데, 아직은 만나지 못해서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독창적이고 과감한 시도 같아요. 그리고 현대의 날씬한 여성의 몸이 아닌 풍만한 여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좀 반항아적이기도 해요. 본인에게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없다고 할수는 없는거 같아요.
-유학초기부터 그르노블에 있었나요? 그 도시는 예술 공부하는 이들에게 어떤가요?
아니요. 앞서 소개했다시피 맨처음 어학은 스트라스부르그 Strasbourg 에서 1년하고 학사는 샤롱쉬르손Chalon sur Sône 이라는 곳에서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석사과정을 하기 위해 그르노블Grenoble로 왔구요. 그르노블뿐만 아니라 프랑스 모든 도시들이 예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것 같아요. 크고 작은 갤러리들과 미술관등 어느 곳에 가도 항상 있고, 미술학교도 각자의 색깔과 특징을 가지고 있고, 참 좋은것 같아요. 특히 저희 학교는 비디오, 설치, 그림, 디자인, 사진, 등 수업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에서도 작품 활동을 했나요? 이곳, 프랑스에서 공부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한국에서는 그냥 미술이 좋아 준비를 하고 프랑스로 왔어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면 여러가지 기회가 많은거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이 노력해야하는 부분도 많구요. 그리고 한국에서 보다는 여러 문화예술을 즐길수 있는 부분도 많고, 다양한 작가들과 만날수 있는 자리도 많아요. 저는 여러 작가와 미술관 등에서 스타쥬를 했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던거 같아요. 작가들이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도 있는 경험이었고,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작업 설치를 어떻게 하는지 알수도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어요.
-본인 작품을 본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맨처음에는 ‘여성을 그렸구나’, ‘아~’ 정도가 대부분이었어요. 누가 봐도 한눈에 알수 있는 여성의 몸을 그렸으니까요. 하지만 작업 설명을 하면서 재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정말?’, ‘화장품?’ 이러면서 다시 제대로 작업을 보는것 같아요. 제 작업은 그림의 차별화보다는 재료의 차별화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거 같아요. 예를 들어 대부분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제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모든 교수님들이 아실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해주셨어요.
-이게 현대 사회의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발, 혹은 비판이라고도 할수 있겠네요.
네 이것이야 말로 반항을 보여주는 작업인것 같아요.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고, 그 기준 또한 개개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에서 나오며, 그 아름다움은 다른데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하나의 기준을 두고, 또 그것들을 정의하려 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싶어요. 우리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앞으로의 계획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계속 전시하면서 학업을 마치려 합니다. 여름에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계획 중입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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