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 소개 I> (2017년) 조각가 강대근, -치장과 장식, 그 아름다움의 모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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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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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맞이하여 <신인작가를 소개합니다> 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 신인 작가들을 집중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첫 순서로, 조각가 강대근, -치장과 장식, 그 아름다움의 모순에 대해- 편입니다.
예술, 즉 미술은 비타민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것은 아니지만 때로 삶이 퍽퍽하다고 여겨질때 예술품들을 보며 활력을 되찾고, 생기를 얻곤 한다. 그럼 왜 우리는 예술품을 대하며 정신이 정화된 개운함을 얻고, 감동을 받는 것일까 ? 그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던지는게 무엇이길래 ? 아마 그건 자유함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쳇바퀴 도는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나게 해주고, 틀게 박힌 사고를 넓혀주는 그 무엇, 그것들은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져주곤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게 다가 아니에요.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게 항상 옳지만은 않아요. 다른 세계가, 다른 시선이, 다른 사고들이 이 세상에는 있답니다. 그것을 인정하세요. 당신의 눈으로 보기는 하되 고정시켜놓지는 마세요. 우리는 항상 변하고 발전할수 있답니다.’라고 말이다.
절제하면서도 자유로울수 있는, 어쩌면 자유를 갈망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예술 작품이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까 ? 과감히 틀을 깨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탈피해서 세상과 사람들을 다시 보고자, 또한 그 이해의 폭을 넓혀보고자 하는게 아닐까 ?
여기 아름다움, 치장과 장식을 피상적이고 단순하게 보지 않고, 그 이면과 그에 따르는 댓가를 염두에 두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조각가가 있다. 그는 장식된 사람의 신체의 일부와 사람의 뼈를 조각 작품의 오브제로 이용했다. 인체를 이용한 작품은 예로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장식된, 즉 치장된 신체의 일부를 오브제로 이용한 조각품은 본적이 없는듯하다. 그러기에 착안의 독특성을 엿볼수 있다.
알록달록한 피어싱이 관통된 여성의 유두 형상 수천개가 검고 흰 둥근나무판위에 붙여져 있다. 다알리아 혹은 수국이 떠올려지는 꽃잎을, 긴 가짜 손톱을 붙인 여성의 손가락으로 빚어놓은 조각품이 있다. 이 두 조각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작품의 오브제를 알고 나면 섬뜩해진다. 반전이다. 피상적인 아름다움과 그속에 내재한 아픔이 아릿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뿐 아니다. 뽀족한 혹은 뭉뚱한 굽의 검은 하이힐을 표현한 조각의 발등 부분은 사람의 뼈다. 그리고 두개골을 겹겹히 겹쳐 쌓아놓은 조각의 눈은 갖가지 형상을 띄고 있다. 예를 들어, 유두를 관통한 피어싱 작품(Beaux-tétons, 2016) 을 대하며 어떤 관객은 팔로 가슴을 감싸며 아파하고, 또 어떤 관객은 ‘진지함’을 느꼈다고도 하고, ‘재미있다’고 표현한 이도 있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고통에서부터 재미있는느낌까지 이끌어내는 작품의 주인공은 조각가, 강대근 이다. 그는 낭시 보쟈르(Diplôme National supérieure d'Arts de NANCY)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학생에서 벗어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발상이 독특하고, 빚어낸 조각에 노련함이 엿보인다.
그의 작품들은 자극적이고, 아름다우며, 화려하다. 하지만 응시하고 있으면 무언가 아릿한 아픔이 느껴지고는 한다. 장식화된 인체를 오브제 삼고, 사람의 뼈를 굽 높은 하이힐과 함께 표현해 내었으며, 두개골을 이용해서 안경테 같은 눈 모양을 여러 형태로 빚어내었다. 이른바 해골이라고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두개골을 이용한 ‘Beaux-yeux’를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의 작품은 장식화된 인체의 일부분을 오브제화했기에, 전복적이고 도발적이지만, 몇몇 작품들에서는 해학와 재미의 뉘앙스까지 풍기며 이 세상의 모순을 고발하듯 상충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품 이름들이 ‘Beaux-tétons(아름다운 유두), Beaux-ongles(아름다운 손톱), Beaux-yeux(아름다운 눈), Beaux-talons(아름다운 굽)’ 이던데요.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였지만, 단순히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어디서 착안한 것인가요?
- 자연 상태에서 동물이나 곤충의 수컷들이 만들어 내는 '치장', 즉 상대에게 자신을 과시하거나 유혹하기 위해 몸에 색을 입히고, 특정 부위를 부풀리고 늘리는 것이 그들의 수명을 줄어들게 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에는 어떤 대가가 따른다는 것. 그렇기에 폭력적이고, 때로는 잔인함까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생명을 단축시키면서까지 얻으려 했던 그들의 치장들을 우리 신체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질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 사용한 오브제는 여성의 신체 일부이던데요, 거기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요 ?
- 치장 되어지는 것들에서 모티브를 얻고 작업을 시작하였기에 유독 여성의 신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을 두가지로 구분할수 있겠더라고요. Beaux -tétons, Beaux-ongles은 장식화된 인체의 일부를 작품 오브제화한 것이고요, Beaux-yeux, Beaux-talons은 두개골과, 사람의 뼈를 표현했어요. 결국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것을 표현하고자 한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우선 '장식물'에 대해서 사람의 신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즉, 즉, 장식물의 신체, 장식물들이 사람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하여 얻어가는 신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Beaux-yeux, Beaux-talons은 이들의 첫 구성 단계. 즉, 뼈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잔인하고 폭력적인(violence) 측면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에, 뼈가 가진 속성(죽음), 그리고 감춰지지 않은 적나라함을 덧붙여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작업하게 된, Beaux -tétons, Beaux-ongles은 이와 조금 다른데요. 위의 작품들보다 좀 더 완성된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이 덧붙여지면서, 뼈에서 느껴지던 흉물스런 느낌이 사라지고, 개체 수는 더욱 더 늘어나게 되었지요. 4-8개 정도만 달 수 있었던 (Tétons) 피어싱은 2,000개까지 늘어났으며, 10개로 국한된 손톱은 400여개의 손가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쌓이고 늘어감에 따라,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화려한 과시를 시작하게 됬습니다. 위 작업들은 이렇게 뚜렷하게 다른 점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변형된 신체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미)의 신체, 즉, 형체를 빚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데, 작품을 보면 아름다움과 함께 아픔과 고통이 동반되어 있음을 느낄수 있었어요. 혹시 아름다움이라는 긍정적인 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정의를 전복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요 ?
- 미, 아름다움이라고 인식하는 것들 이면에는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안에서 행해졌던, 피부에 새겨진 문양들, 다듬어진 두개골, 길어진 목, 늘어진 귀, 그리고 넓어진 입술, 작아진 발, 가늘어진 허리, 높아진 뒷꿈치 등, 상처받고 인위적으로 변화되어진 신체들의 측면에는 항상 미술이 존재해 왔습니다. 물론 ‘미술’ 이라는 광활하고 다양한 범위를 위 행위에만 국한 지어서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단지 아름다움안에서 앞서 설명한, 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때론 잔인하고 , 이질적이기까지 한 부정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요, 고통과 아픔을 감추기 위한 아름다움이라면 어떤가요 ?
- 고통과 아픔의 대가가 아름다움, 반대로 아름다워지기 위한 대가 또한 고통과 아픔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즉 이 둘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Beaux-ongles에서는 꽃잎을 긴 가짜 손톱을 붙인 여인의 손가락으로 표현했어요.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왔는지 좀 신기했어요.
- 손가락은 10개이지만,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10개 이상이었어요, 욕심 혹은 욕망일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손가락이라는 기능을 떠나서 보여지기 위한 손을 하나 둘 덧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10개의 손가락에서 약 400여개의 손가락이 되었을때 꽃잎의 형태를 띈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구속없는 화려함을 표현하려했던 Beaux-ongles과 화려함을 대변하는 꽃잎은 어쩌면 자연스런 만남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Beaux-yeux와 Beaux-ongles 같은 작품들은 켜켜히, 첩첩히 쌓아놓았던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 ‘이쁘다’가 겹쳐지면 어떨까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 켜켜히, 첩첩히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절제를 넘어선 어떤 욕구나 욕망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쁘다’의 겹쳐지다’에 대한 답은 얻었나요 ?
- 계속 찾아가는 중 입니다. ‘이쁘다’ 라고 인식되어지지 않을 때까지 작업할 생각입니다.더욱 과감하게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언제부터 조각을 하게 되었어요 ? 동기나 계기가 있다면요 ?
- 유치원 시절부터 찰흙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동기라고 하기에 미술은 어린시절부터 제게 너무 자연스러웠으며, 그중 조소는 가장 친숙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제게 지금 흙으로 작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에서 작업할때와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어요 ?
- 프랑스 유학을 하면서 다양한 재료와 사고를 접하고자 하였으며 자연스레 미술관을 돌아보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흙만지기를 좋아했던 제게 조소 작품들을 보노라면 그 매력에 한층 더 빠지고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발전되는 기술과 잘 짜여진 기계에 깎여진 근대 조각이 따라올 수 없는 흙의 질감에 놀랐으며, 다음으로는 조각품의 대부분이 신들의 신체였다는 것입니다. ‘왜 그토록 많은 신들을 조각으로 빚어내면서 추앙을 했을까 ?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대조적으로 현대 갤러리에서는 신체들의 자리에 오브제로 가득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창조물인 오브제가 신성시되고 영광받아지는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신체와 오브제’라는 주제에 몰두하게 해주었고, 점점 신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오브제로 축소되었습니다.
패션 무대 디자인을 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이 조각 작업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 패션쇼 무대 디자인을 하면서, 옷이 만들어지고 모델들에게 입혀지는 과정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들의 몸은 옷걸이 같았고요, 몸을 위한 옷이 아닌 옷을 위한 (어떤 거추장스런) 옷을 힘겹게 입는 모델을 보면서 ‘ 신체와 오브제’ 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히는 ‘신체와 장식’에 대해서 초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 ?
- Beaux-talons입니다. 신체와 오브제를 주제삼고 공부했던 2009 년에 첫 스케치를 했는데요, 2016년도에 조형물(최초로 검은색)로 나온 것입니다. 약 7여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 학교를 졸업하고 패션쇼 무대 디자인쪽으로 나가고 싶었던 유혹이 있었는데요 이를 단념하고 다시 작업활동을 하게 해준 스케치의 조형물이기 때문입니다.
조각 작품 하나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대략 1미터 미만의 조각품은 3개월 정도 걸리지만, 많게는 1년이 걸린 작업도 있습니다.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줄수 있나요 ? 바로 레진으로 조각하는건가요 ?
- 기본적으로 흙–(실리콘,석고,고무)–레진- 표면 다시 깎기–색 입히기, 위와 같이 5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대부분의 작업들이 겹겹이 쌓이거나 혹은 조립되어지는 과정들을 거치게 됩니다. 모든 작업은 흙에서 시작됩니다. 첫째로는 손과 가장 밀접한 재료이고, 둘째로는 흙은 모든 만져지는 물체의 시발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후 석고나 고무 혹은 실리콘을 거쳐 틀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이 틀을 통하여 레진이라는 재료로 탈바꿈시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어요. 2016년에 제작한 작품 구상을 몇년전부터 했던 것 같았어요. 관련 작품 뎃생이 2011년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래전부터 구상을 하던 것을 2016년에 만들어낸 것인가 봐요.- 네 그렇습니다. 구상 혹은 아이디어는 매순간 크로키 북에 그려 놓습니다. 이를 여러차례 곱씹어 보다보면 일 이년후에는 많아만 보였던 아이디어 중에 한 두개밖에 남지 않습니다. 2016 년에 나온 작품 대부분은 위 과정속에서 남아있던 아이디어입니다.
일단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요 ?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은 커다란 작업실을 얻게 된 점, 그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할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재료상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 큰 아뜰리에 덕에 파리에서 장소가 좁아서 하지 못했던 큰 작업들을 중심으로, 6월말까지는 파리에서 전시하기 위한 작업들을 할 것입니다. 이후 파리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전시와 작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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