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파리 몽마르트르의 초코릿, 마카롱점, ‘일레네 ILL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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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셰프, 안현수와 파티시에 셰프, 조혜진-
파리 몽마르트르 지역에 있는 초콜릿, 마카롱점 일레네 ILLENE의 조혜진(좌)씨, 안현수(우)씨
파리 몽마르트르 지역에 안현수씨와 조혜진 씨가 경영하고 있는 초콜릿, 마카롱 점인 ‘일레네 ILLENE’ 가 있다. 여고 동창생인 이들은 지난해 7월 이곳에 창업했고, 올해 초 파리 시가 지난해 창업한 수제 전통식품점을 대상으로 선정한 명품 가게 8곳 중 한 곳으로 뽑혀 ‘음식의 장인(artisans alimentaires)’ 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또한 TV 채널 ‘파리 프르미에르’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음식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정갈한 분위기의 ‘일레네ILLENE’에 들어가니, 장인들의 가게답게 초콜릿으로 만든 자동차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홀 진열장에는 색색가지의 마카롱과 갖가지 모양의 초콜릿들이 즐비했다. 화장기 하나 없이 요리복을 입은 두 한국 여인들이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하고 있었다.
안혜수씨와 조혜진씨 단 둘이서 제품을 만들고, 서빙, 경영까지 하고 있다. 안현수씨는 둘이서 모든 것을 해나가는게 쉽지는 않다고 한다. 일하는 이들이 많을 경우에는 분업화할수 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장인들답게 자신들의 손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 지방, 루왕 ROUEN에 있는 프랑스 국립제빵제과학교(INBP)로 유학 간 두 사람은 15년간 공부하고 초콜릿, 파티시에 장인 밑에서 일했다.
처음 유학올 당시에는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공부하고 한국으로 들어가서 가게를 차릴 생각이었다. 안현수씨는 유명한 초콜릿 장인인 미셀 쇼댕Michel Chaudun에게 견습을 받게 되었고, 3년을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안현수씨는 처음에 미쉘 쑈댕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고, 그 회사에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든건줄 모르고 들어가 일하게 되었다. 9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할 즈음에 문을 두드렸고, 운좋게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3개월 정도 일하고 나니 미쉘 쏘댕이 더 일할 생각 없냐고 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보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재미있게 일했고,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안현수씨는 지금은 응용을 많이 해서 자신의 것으로 제작을 하지만, 기본은 그때 미쉘 쑈댕에게 배운것들이라고 한다. 15년 정도 초콜릿을 만들고 있고, 다른 곳에서 초콜릿 셰프로 5년을 일 했지만, 요즘도 유일하게 펼쳐보는건 그때 견습생 시절에 적어두었던 노트라고 한다.
대기업 엘리트 직원에서 초콜릿 장인이 되기까지
학교에서 공부할때 겪었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단 일을 시작하니 쉽지가 않았다. 견습생에게 주어지는 일은 단순해서 하루종일 설걷이만 하고 오는 날도 있었다. 안현수씨는 화학과를 나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했다. 그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야말로 대기업에서 펜대 쥐고 일하다가 하루종일 설걷이만 하고 있으면서 ‘과연 내가 잘하는 짓일까 ?’ 하는 의문과 함께 앞날에 대한 불안감, 외국 생활에서 부딪히는 언어 장벽 등, 현실에 대한 어려움 등이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안현수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시간, 그리고 분 마다 충실하면, 그게 물론 힘들지만, 모이면 큰게 되는것 같다’고 한다.
안현수씨와 조혜진씨가 프랑스 국립제빵제과학교(INBP)를 다닐때만 해도 첫 한국인들이었다. 그이후 제과제빵을 소재로 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뜨면서 한국인들이 그 학교로 몰려들어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안현수씨는 ‘이게 이렇게 될게 아닌데’ 하는 우려가 있었다.
왜냐하면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고, 이 분야는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도 보수가 많지 않은 단점이 있다고 한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쏟는 정성에 비해 댓가는 충분하지 않다. 흔히 공부 잘해서 법대, 의대 가는것이 희망인 문화속에서 자란 한국인들이 버티기에는 아주 힘든 곳이라고 한다.
‘’배운 곳에서, 같이 배우고 일했던 이들과 경쟁하고 싶었다’’
초콜릿과 파티시에 셰프 자격을 가진 안현수씨와 조혜진씨에게 한국 회사들에서 당연히 러브 콜이 왔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남은 이유는 배운 곳에서 같이 배우고 일했던 이들과 경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고 일을 해나가는게 있어서 프랑스의 느린 행정은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안현수씨는 가게에 가스가 들어오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것도 아는 이를 통해 꾸준히 연락을 했다는것이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한국 사람이 버티고 이겨나가기에는 힘들다고 한다. 왜냐하면 파견 근무 같이 회사에 소속이 되어 일하는 것과 자기 회사를 차려서 일하는 것의 차이는 크기에 경영주가 감당해야될 것들이 많다. 안현수씨 또한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을 해다가 경영주가 되었는데 프랑스는 경영주로서 일하기에는 모든 악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회사들을 지원해주는 정책들도 많다. 그것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찾아보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안현수씨는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창업주를 위한 제도로, 회사 협회에서 주는 재정적 지원이 있다. 안현수씨는 그것을 창업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회사들이 낸 수익으로 새로 생긴 작은 회사들을 도와주는 제도로, Paris Initiative Entreprise (PIE)라고 한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브리핑을 해야한다. 단순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A4 용지로 된 책한권의 분량으로 1년동안 만들었다. 창업에 몰두하기 위해 안현수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고, 지금의 가게를 찾는데 1년 반이 걸렸다. 그동안 안현수씨는 파리에서 수백개의 가게터를 보러 다니면서 지금의 자리를 보고 다음날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는 1년 반 동안 가게터를 보러 다닌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가게를 보고 ‘이거다’하는 느낌이 안들었을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곳을 보러다녔기에 최선의 선택을 할수 있었던 것이다. 만물상이었던 터를 다 뜯어내어 공사를 거쳐 ‘일레네 ILLENE’가 탄생한 것이다.
‘일레네 ILLENE’의 초콜릿 셰프, 안현수씨
‘일레네 ILLENE' 마카롱 케잌
변호사, 회계사가 하는 일까지도 꼼꼼히 체크
안현수씨는 공사 허가부터 창업을 하면서 변호사, 회계사까지 고용을 했지만 결국 책임 지는건 두사람이기에,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일을 편하게 맡겨 놓지 않고, 그들이 하는 일까지도 하나하나 체크했다. 법률 용어를 공부했고, 회계 장부에서 엉뚱하게 빠지는 돈을 그가 찾아서 지적했다. 그것을 집어주면 그들도 그 다음부터 더 신경써서 봐주게 된다고 한다. 안현수씨는 생활이 되어야 하기에 한푼이라도 헛되게 나가는 돈이 없어야 하고, 변호사, 회계사를 고용 하는데도 비용이 들기에 거기에 알맞은 일을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다른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경영에 있어 철두철미했다.
참깨, 쑥으로 만든 마카롱, 매실청을 넣은 초콜릿
이 업계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프랑스의 클래식한 맛을 기본으로 한국의 식재료를 가미한 마카롱과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파티시에 셰프, 조혜진씨의 착안으로 만든 참깨와 쑥 마카롱을 맛보게 되었다. 우리 식재료인 참깨의 진한 고소함과 마카롱의 단맛이 가미되어 풍미가 더했고, 쑥 마카롱은 처음에는 기존에 나와 있는 녹차 마카롱과 비슷한듯했는데 먹을수록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났다.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조혜진씨는 쑥 마카롱을 맛본 프랑스인이 쑥을 캐러 갈 기세로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매실청을 넣은 초콜릿을 맛보았다. 이는 안현수씨가 초콜릿 회사에 있을때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네팔의 후추가 있는데 좀 쓴 단점이 있어 고민해보다가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있는 우리의 매실청을 넣게 되었고, 프랑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
한국 사람이 프랑스 전통 마카롱과 초콜릿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을 기이하게 여겨 사용하는 재료를 꼬치꼬치 캐묻는 등, 프랑스인들로부터 기분 좋지 않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안현수씨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모토는 ‘재료가 좋으면 맛있다’는거다.
프랑스에서 창업을 하고 유지해나가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안현수씨는 프랑스에서 창업을 하려면 일단 불어를 잘해야하고, 제도를 찾아서 혜택을 보겠다는 의욕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일단 그런게 있다는것을 아는것도, 도전해서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또한 쉽지 않다. 지난해 말에 우연히 파리 시가 창업한 수제 전통식품점을 대상으로 명품 가게를 뽑는다는 공모를 보게 되었고, 그날 따라 손님이 없어 마감에 임박한 시간에 서류를 내게 되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선정이 되어 상금까지 받았다.
선정 과정은 만만치 않다. 파리시에서 심사위원들이 암행 어사 출두하듯 와서 가게를 둘러보고, 제품들 맛을 보고, 심지어 포장까지 물어보고 갔다.
돈을 따지면 동업 못해
아무리 친했던 친구라도 동업을 한다는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안현수씨는 동업이라는게 참 아이러니한게,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건데 동업하는 이들이 돈을 따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누구 주머니에 더 돈이 들어가는것을 염두에 두면 동업을 할수가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의심하거나, 따지면 안된다. 그들은 워낙 오랫전부터 알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또한 의견이 다를때는 대화로 절충해나가고 있고, 한사람이 아플때 못나간다고 연락하면, ‘그럼 푹쉬어’ 할수 있는데, 만약 프랑스인과 함께 일하다가 그렇게 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같다고 안현수씨는 이야기한다.
이제 창업한지1년 4개월이 되었는데, 세금 많고, 사회 보장 부담금 또한 만만치 않다. 두 사람 모두 셰프로 프랑스 회사에서 일할때가 모든면에서 훨씬 편했다. 창업으로는 이 분야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일레네ILLENE’라는 이름은 ‘초콜릿이 우리 가게에서 태어났다(il est né)’ 라는 의미를 가지고 지었다.
안현수씨는 프랑스에 와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학교를 잘 알아보고 오기를 당부했다. 한국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학교들 보다는 제대로 알고 자신한테 맞는 학교를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공부하고 창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초콜릿, 파티시에를 떠나 불어를 잘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설걷이를 시키든, 무슨 일을 시키든 열심히 하면은 언젠가는 보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유명하지 않은 회사를 두고 ‘저 집에 가서 배울게 무엇이 있어’ 라고 하는데, 어디를 가든, 하다못해 제품이 마음에 안드는 곳에 가면, ‘나는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어느곳이든 배울점이 없는 집은 없다고 안현수씨는 강조한다. 배울게 없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이 없던가, 자기가 못하거나, 하기 싫기 때문에 하는 변명일뿐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그것도 초콜릿과 마카롱 분야에 창업해서 버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안현수씨와 조혜진씨의 실력과 성실함으로 고정 고객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안현수씨는 ‘프랑스가 좋은게, 초콜릿과 파티시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질 좋은 제품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 먹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있고, 브랜드 마케팅해서 크게 이름 내걸고 하는 곳도 인기는 있지만, 유명하지는 않아도 조금씩 직접 맛있게 만들어 파는 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 어떤 손님은 당신들이 유명해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안현수씨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지금 이대로 있었으면 한다고…특히 프랑스인들은 초콜릿을 하나 팔더라도, 어떤 재료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처음 가게 문열고는 두사람 모두 신이 나서 열심히 손님들에게 설명을 했다고 한다. 강의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것을 왜 만들었고, 무슨 재료를 사용했고, 그 재료는 어디서 왔고’ 등을 설명하는것이었다.
올해 부활절 때 파리 포쏭 fauchon 관계자가 우연히 가게앞를 지나가다가 진열장을 보고 들어와서 초콜릿 제품 제작을 의뢰했는데, 그쪽에서 원하는 만큼 만들어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안현수씨는 호텔 등지로 홍보를 해서 일을 더 크게 벌일수도 있는데 그럴 여력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렇게 크게 벌이려면 제품 제작에 소홀해질수밖에 없을테고, 안현수씨는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CHOCOLAT ILLENE
2/4 Rue Tholozé 75018 Paris
Tel : 01 71 73 40 42
10h30-20h (sauf le Lundi)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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