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네스코 전시에 참여한 미디어 회화의 한호 작가를 만나다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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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학생에서 ‘영원한 빛’의 미디어 회화 작가로
9월 12일부터 23일까지 있었던 유네스코 전시, ‘한호, 전병삼의 ‘현대미술속의 과학기술 ‘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예술이 첨단 기술과 결합하여 만들어낸 작품들은 유네스코 사상 최고의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중 한호 작가는 파리에서 유학했었다. 9월 12일 유네스코 전시 개막 행사에서 한호의 예술가로서 넘치는 에너지를 감지할수 있었다. 그날 본 그의 모습은 색깔이 뚜렷하면서도 다양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하는 그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에 대해 궁금해졌다. 개막 행사 이틀후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유네스코 미로 전시장앞에서 도록에 서명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그의 파리 유학생 시절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 호 작가
-예전에 파리 유학생으로 계시다가 이제 미디어 회화 작가가 되어 유네스코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요, 먼저 소감이 어떠신지요 ?
제가 16년전에, 그야말로 풍운의 꿈을 안고 파리에 도착을 했어요. 세계적인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왔지만 현실은 냉혹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젊은 작가들한테는 도전할수 있는 곳이에요. 예전에 제가 파리를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를 이번 전시를 통해 보게 되어서 감회가 더욱 새로웠어요.
-언제 파리에 유학하셨어요 ?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파리에 있었어요. 처음 유학 생활할때는 누구나 다 힘들쟎아요.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꿈만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나요. 생활을 위해 한글학교 교사도 하고, 이삿짐도 나르고 했었요. 그런 와중에 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 또 파리에서 활동한다는 자긍심, 제가 예술가로서 계속 나아갈수 있는 자존감을 파리에서 받았다고 할수 있어요.
-유학생 시절에는 주로 회화 작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 저는 원래 한국에서도 회화를 했고, 지금도 회화를 계속하고 있고, 회화주의자였고요. 파리에 와서 거장들의 회화를 어떻게 하면 잘 배우고, 이런 것들을 잘 적용해서 제 작품을 업 그레이드 시킬수 있을까 하는 것에 심취해 있었어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단순한 미니멀적인 요소를 제 작품에 적용시키면서 빛 시리즈가 계속 회화적으로 나왔죠.
- 13년 동안 파리, 뉴욕, 베이징으로 옮겨 거주하면서 작업 활동을 진행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럼 작가님에게 파리 유학시절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
자아 발견이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 왜 작업을 해야 되나 ?, 왜 예술가로 살아야 되나 ?’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어요. 왜냐하면 예술을 하려면 자신의 본질을 깨닫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단순히 서구적인 아름다움과 패턴에 사로잡히는게 아닌 본질에 들어가서 내 것을 찾아보고자 하는 연구들을 파리에서 할수 있었어요. 파리는 외향에 치우쳐 있지 않아요. 내면의 깊이와 자기 성찰과 철학이 있는 곳이에요. 학교에서도 자기의 작품에 대해 발표, 설명하고 또 선생님과 함께 ‘나는 누구인가 ? , 내가 왜 이런 작품을 하고 있나 ?’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회화적으로도 좀 더 깊이 들어갈수 있었어요.
- Eternal Light(영원한 빛)’이라는 주제로 2007년 파리 그랑아쉬 라데팡스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뉴욕/베이징/독일 쿤스트 등 에서 10여회가 넘는 개인전을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원한 빛’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원한 빛’이라는 의미는, 사실은 저의 유년시절과 관련이 있어요. 제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헤어졌기 때문에 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요. 그때 어린 제가 바닷가에서 빛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었어요. 왜냐하면 빛을 발하는 달, 태양, 별은 항상 그자리에 있쟎아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를 비춰주쟎아요. 그것이 ‘영원한 빛’인거죠. ‘영원한 빛’의 의미는 현상적인 해, 달, 별 같은 대지의 빛들이지만 나에게 주는건 위안과 치유였어요. 제가 뉴미디어 아트를 하면서 단순히 기술적인 것으로 가버리는게 아닌, 자연과 염원, 치유가 될수 있게끔, 즉 근원적인 접근을 하는게 ‘Eternal Light 영원한 빛’입니다.
이번 유네스코에 전시된 한호의 ‘동상이몽’
9월 12일 유네스코 개막행사에서 관객과 함께 하고 있는 한호 작가
-빛’이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작업소재 혹은 예술적 주제로 다루어졌습니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 작가 나름의 재료들이 사용되고 표현 방식들이 탄생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작업에서 빛을 표현하기 위해 LED 라는 매체를 재료로 삼으셨는데요, 단순히 ‘빛’의 발산 효과를 위해 LED라는 매체를 사용했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LED라는 특정 재료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요 ?
빛이 회화에 연결되었을때 어떤 효과가 나올까 ? 라는 고민을 해봤어요. LED라는 소재는 20세기에 만들어진 어떠한 것보다 색깔을 잘 표현해요. 예전에는 유화나 먹, 회화적인 것을 다루다가 20세기 후반부터 과학의 발달을 통해서 첨단 기술이 예술가들에게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게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인거죠. 20세기에는 회화와 미디어 아트가 구분되어 다른 길을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회화와 미디어가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가 나오는거죠. 아날로그의 회화와 디지털의 미디어가 만나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는겁니다. 그리고 제가 파리를 중요시 여기는게 근원적인게 이곳에 있어요. 모든 쟝르의 미학을 이곳에서 섭렵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새로운 것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또한 파리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움직임을 볼수 있었다는건 아주 중요했어요. 그래야만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보이는거에요. 따라하는 것은 잘못된거에요. 아는 것에서 끝내야해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에 새롭게 나타나야 되는거에요.
-그런데 그게 참 힘들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이나, 작가들에게 표절이라는 예민한 부분이 있는거쟎아요. 보고 들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그렇게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어요. 그런데 저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재료들을 사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프랑스에서 공부할때 가장 중요시했던게 바로 문제제기였어요. 모든 대가들의 작품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어요. 그래야 새로운게 나올수 있어요. 문제제기는 새로운 예술의 발전을 가져올수 있는 가장 중요한거에요. 그리고 동서양의 재료를 회화적인 기법으로 섞었어요. 캔버스에다 한지를 덮고 거기다가 유화나 목탄으로 그리는거죠. 하나의 방법만은 아니에요. 이건 흉내낼수 없어요. 제가 서구에서 접근한 것은 기초적인 회화인 유화에요. 유화와 먹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동서양간의 소통을 가져 오고자 했어요. 그렇게 화면안에서 두 세가지 재료들의 혼성이 일어나고요, 거기다가 다시 구멍을 뜷어서 안에서 빛이 나오게 하니까 회화이면서 미디어인거죠. 빛이 없으면 그림을 볼수 없쟎아요. 빛을 넣는거에요. 그럼 다 보여요. 오전에 빛이, 태양이 뜨면 회화가 드러나는거에요. 아무리 LED가 있어도 LED가 보이지가 않아요, 빛의 강도 때문에요. 저녁에 해가 져서 빛이 들어가면 미디어 회화가 드러나는거에요. 24시간 감상할수 있는게 미디어 회화의 골자에요. 그리고 저의 빛은 인간에게 힐링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캔버스와 한지를 투과되면서 빛이 나오면 더이상 LED의 빛이 아닌 다이아몬드로 바뀝니다. 그냥 비춰지면 다이아몬드 빛을 낼수 없어요, 타공을 통해 투과되기에 다이어몬드 빛을 발할수 있는겁니다. 밤에 떠있는 별처럼 빛나는거에요. 저에게는 일종의 발견과 실험이었어요. 단순히 이런 작품이 나온게 아닌 오랫동안 빛에 대한 갈망으로 회화 작업을 하면서 빛을 현대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실망도 하고, 포기했다가 다시 시도해보고 했어요. 빛은 정말 예민해요. 회화를 그려놓고 그안에 LED를 포진하는데 자연스럽게 적절하게 들어가야돼요. 과하거나 덜하면 안돼요. 마지막까지 정교한 작업을 해야 돼요.
-한호 작가님의 작품을 두고‘미디어 회화 평면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평면 회화 작업 안에서 일정 매체를 이용해 ‘회화적 표현을 극대화’시킨 느낌인데요. 실제로 이번 유네스코에서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평면 회화적 성향’이 짙은 작품들인데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어요. 왜 굳이 입체성을 가진 매체를 이용하면서 ‘평면성’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또는 ‘평면성’을 고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사각의 캔버스 틀에 꽉 짜여져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평면 밖으로 나오실 의향은 있는지요?
있죠. 이미 입체적인 작품을 하고 있어요. 제 도록에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설치 작품이 많아요, 제 작품들이 여러 분야가 있쟎아요. 미디어는 그분야들 중 하나에요. 그리고 평면은 프랑스 파리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는 이 경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는 본질을 아주 중요시 여기는 나라에요. 단순히 기술적인 것에서 끝나는게 아닌 이것이 왜 이렇게 되었냐에 대한 근원을, 즉 한호가 15년전에 파리에 와서 공부하고 활동을 했는데 이런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보여야된다는거에요. 그것이 저의 평면 미디어 회화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연구하시는 빛은 성경에 의하면, 태초에 있었던 것이고, 작업 도구로 사용하시는 기술 재료는 수많은 시간이 흘러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 한편으로 인간의 삶을 편하게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황폐하게도 만들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수도 있쟎아요. 이런 의미에서 작가님이 주제로 삼으시는 빛과 작업도구로 삼으시는 첨단기술 대립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두 요소가 대립이 아닌 어울리게 만들었어요. 회화와 첨단 기술은 상호적인 대립의 구조는 있어요. 하지만 전 그 경계를 무너뜨려서 하나로 보이게 만든거에요. 미디어는 움직이쟎아요. 그것들을 회화성으로 끌어들였어요. 그러다 보니 미디어의 냉소성이 여과되고, 회화의 진부함이 현대적으로 바뀌어지면서 서로 적절하게 어우러지는거지요. 융합은 섞는 것과는 달라요. 그건 전문성이 결합되는거에요. 그리고 미디어는 하나의 도구일뿐이에요. 거기에 몰입되면 안돼요. 기술은 가변성이 많아요.하지만 회화는 가변성이 없어요. 꾸준해요. 그건 본질이에요. 그런 것들이 새로운 도구와 만나면 계속 발전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어떤 것도 과감히 시도합니다. 회화에서 재료를 제한하면 잘 표현될수 없어요. 저는 회화라는 본질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것을 항상 시도합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쟝르가 열리고, 새로운 시대가 보이고, 후배들에게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보여줄수 있는거죠.
- 과감하시네요. 무섭지 않으세요 ?
무서웠어요.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것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도전하지 않고서는 변할수 없어요. 그리고 변화를 단순히 반항아처럼 한게 아닌 현대미술의 경로대로 움직였어요. 미국과 중국에 가서 미술의 경향을 보면서 동서양을 많이 비교해 보았고요, 역사적인 토대와 미술의 흐름이 어떻게 만나고 있나도 보았어요.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제 작품은 단순 실험이 아닙니다. 저에게 작업은 수행이에요. 스스로가 거기에 몰입되지 않으면 될수가 없어요.
-작가님의 퍼포먼스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퍼포먼스는 제 몸을 사용해서 제 작품을 완성해가는겁니다. 전시를 하면 그 테마에 대해 제가 느끼는 것을 즉흥적으로, 혹은 시놉시스를 적어서 하기도 하죠. 전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그림은 설명이 필요해요. 그런데 퍼포먼스는 행동과 움직임, 음악까지 가미되면 아주 직설적인게 됩니다. 이번 유네스코 전시에서 했던 퍼포먼스는 첨단기술을 인간이 사용하지만 그것에서 얻어지는 바이러스, 부작용이 있으니 경계해야된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작가님의 ‘동상이몽’ 작품을 보고 뭉클했어요. 군인과 한복입고 있는 소녀의 형상이 아리게 다가오더라요. 이 작품이 한국사 속에서 절규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본적이 있어요. 이런 컨셉에 대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건지요 ?
한국사를 소재로 한다는건 의도적인게 아닌 자연적인거에요. 우리 세대에는 겪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인거니까 연관이 되어있죠. ‘나눔의 집’에 가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건 그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 역사의 지울수 없는 멍에죠. 민족 의식을 가지는 것은 중요해요. 그리고 제가 어머니와 33년을 떨어져 살았기에, 떠남과 아픔이 어떤건지 알기에 그분들의 아픔에 공감할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알리는 퍼포먼스가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일종의 사회 참여인거죠. 작가의 사회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퍼포먼스에서 일본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랬어요. 그것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저는 던질뿐입니다. 인권 운동하는 이들을 보면요,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각을 일으키게 하는거에요. 저는 예술가도 그런 자각을 줄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봐요.
-빛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실 것 같은데요, 작가님에게 빛은 물질적인 의미를 떠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독교 신자이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믿음이 작가님 작업 큰 영향을 미쳤겠지요 ?
‘영원한 빛’은 결국은 자연이라고 했쟎아요. 자연은 하나님이 만드신거죠. 제가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수 있었던 것도 신앙이었고, 작업의 영감은 하나님에게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있는 노아의 홍수, 최후의 만찬, 야곱의 우물, 언약의 징표 등을 21세기에 맞게 현대적으로, 그리고 우리 민족이 처해있는 현실과 빚대어서 뉴미디어 아트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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