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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암의 시와 시작 노트] -일출에 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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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에 관한 보고서


                                -이종암


기명색 새벽 하늘 아래 검푸른 

강구 앞 바다 

뜨겁고 붉은 알 밀어내느라 

끙-끙 용을 쓴다 

그걸 훔쳐보는 나도 저도 

애가 타는 건 매한가지 

그 사이 

핏덩이 하나 쑤욱 솟아 오른다 


금줄을 둘러라 이 경건한 자리 

수평선 가랑이가 온통 피칠갑이다 

아무나 봐서는 안 된다 

출산 후의 저 바다 

문 열고 황금빛 수를 놓는 

수평선이 길게 운다 


아내여, 욕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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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금으로부터 약 27년 전쯤 경북 영덕에서 잠시 살고 있을 때 쓴 작품 같습니다. 그때는 자가용도 없어서 직행 버스를 타고 영덕에서 포항까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동해 바다 풍광을 수없이 바라보았지요. 추운 겨울 어느 날 영덕 강구항 앞 바 닷가의 선명한 일출 장면을 보고서 갑자기 내 자식을 낳아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물밀듯 다가와서 쓴 시편입니다. 결혼 5년만에 어렵게 낳은 아들 녀석이 결혼하여 지난 10월 22일 딸아이를 얻었습니다. 제가 을사년(1965년)에 태어나 올해 환갑인 데, 제 손녀가 또 을사년(2025년)에 태어났고 생일도 비슷합니다. 졸시「일출에 관한 보고서」를 가족 모임 자리에서 한 번 읽어 주고, 핏줄을 끊이지 않고 이어준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기명색은 주홍색의 다른 이름인데 굳이 왜 기명색이라 명명한 지는 제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지 않은데, 일출의 장면은 그냥 기명색이어야만 할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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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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