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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파리 패션위크 26 S/S, 양해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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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상그릴라 호텔 무대에서 김미숙 디자이너와 공동 패션쇼 개최
파리 패션위크 26 S/S 양해일 디자이너 패션쇼에서 모델과 함께한 양해일 디자니어(왼쪽) 사진: 현 경 기자
패션 브랜드 HEILL(해일)의 대표이자, 민화(民畵)를 모티브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창적 미학을 선보여온 디자이너 양해일이 지난 10월 6일(현지시각), 파리 상그릴라 호텔(Shangri-La Hotel Paris)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파리 패션 위크(Paris Fashion Week) 26 S/S 시즌의 마지막 컬렉션 일정 중으로 진행된 이번 쇼는 세계뷰티패션웨딩인1호 명장 김미숙 디자이너와의 공동 무대(HEILL X WINNE)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파리 패션쇼 현장에 ‘직접 참석했다’는 양해일 디자이너는, 쇼에 앞서 “이번 컬렉션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현지 크리에이티브 협업팀을 조직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까치호랑이와 민화’다. 민화는 디자이너 양해일의 시그니처 모티프(Motif)로, 그의 컬렉션 전반 걸쳐 자주 등장하며,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선보인 까치호랑이 모티브 역시 민화의 핵심 소재로, 한국 전통에서 호랑이는 길상과 용맹스러움의 상징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민화 특유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적 색채를 올 시즌 트렌드에 맞춰 재구성한 양해일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해일 디자이너는 프랑스에서 민화의 가치를 재발견. 그 이후 민화를 주요 모티브 삼아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시켜오고 있다.
파리패션위크에 꾸준히 참여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양해일은,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미학을 구축해온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적 정체성과 미적 깊이를 동시에 담아낸 그의 브랜드 ‘HEILL(해일)’이 그 철학을 보여준다.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는 민화, 문자도, 책가도 등 한국 고유의 전통 회화 요소들이 중심축을 이루며, 단지 소재 차용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 실루엣과 감각적인 소재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실용, 감성과 구조가 어우러진 HEILL의 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의복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HEILL의 중심에 선 디자이너 양해일을, 26 S/S 파리 패션위크(Paris Fashion Week)의 마지막 컬렉션이 열린 상그릴라 호텔(Shangri-La Hotel)에서 만났다.
파리 패션쇼 현장에 오랜만에 참가한 걸로 알고 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파리에 이렇게 다시 오리라고 생각 못했다. 그래서 이번 2026 SS(봄여름) 프레타포르테 시즌 컬렉션에 직접 참석하게 되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영광스럽다. 한동안 파리에 (디자이너로)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매년 ‘해일 컬렉션’을 발표하며 꾸준히 참여했다. 이번에는 현장을 직접 찾게 되어 더욱 뜻깊다.
파리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파리와 인연이 깊다. 일본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프랑스 패션학교 에스모드 파리를 졸업했다. 이곳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파리는 내게 있어 항상 (패션의) 고향같다. 또, (파리는) 전 세계 컬렉션의 도시기 때문에 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파리는 아름답다.
파리는 보통 "빅4 패션위크(Big 4 Fashion Weeks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중 하나다. 패션디자이너로서 파리 컬렉션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패션과 농업을 양축으로 가진 나라다. 특히, 패션 산업에는 샤넬, 디올, 생로랑, 루이뷔통 같은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들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파리 컬렉션은 단순히 신상품을 발표하는 자리를 넘어, 문화적 자산과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매출에서 세계 1위 국가를 넘어, 전세계의 패션인들이 파리를 동경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파리가 주는 특별한 영감이 있는지 ?
-파리는 늘 새로운 패션의 문화적 자산을 전해주는 도시다. 박물관이 많고, 예술과 패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87년도에 처음 파리에 도착했는데, 그해 파리의 기메 박물관에서 한국 민화를 처음 봤다. 보는 순간 ‘내가 언젠가 디자이너가 되면, 민화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하겠다’고 결심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우키요에를 통해 일본의 패션은 세계화가 되었다. 겐조,이세이, 요지 등이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중국은 수묵화다. 나에게 그 자리는 민화다. (나는) 민화를 굉장히 사랑한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민화를 ‘무속적’이고 무당색이라고 하며 천시하고 터부시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민화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가진다. 예전에 내가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에르메스 디자인 팀들이 와서 봤다. 이유는 민화를 처음 봤다는 거다. 아시아 국가 삼국 중 일본, 중국은 다 무채색이 중심이다. 그런데 한국만이 예전부터 오방색(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을 자유롭게 활용했다. 특히, 민화 중에서 책가도(冊架圖 : 책장(책가)과 책, 문방구 등을 그린 그림)에 관심이 많다. 책가도는 그림으로 자신의 삶과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화 중 책가도를 전세계인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민화의 가치를 재발견한 건지?
-그 전에는 한국 인사동에 가면 그런 류의 그림이 있는데, 무당색이라는 것 때문에 천시했고, 그때는 나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기메 박물관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민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패션쇼가 끝나고 관객들의 호응에 답하고 있는 양해일 디자이너 사진: 현 경 기자
패션 디자이너로서 양해일만의 철학이나 고유한 미학은 무엇인가?
-베르사체는 로마의 방패에서 영감을 받아 강렬한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디올은 프랑스 정원의 꽃을 통해 우아함을, 샤넬은 남성복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신만의 감성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처럼 디자이너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과 시선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 고유성을 ‘민화’에서 찾고 컬렉션을 완성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 선보이나 ? 총 몇 점 정도 준비했나 ?
-그렇다. 이번 프레타포르테 2026 SS(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는 총 25점을 보여준다.
이번 컬렉션의 모티브가 까치호랑이라면, 주요 컬러는 어떤 색인가 ?
-나의 색의 뿌리는 민화의 오방색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각 시즌 컬렉션에는 항상 트렌드 컬러가 있다. 매시즌마다 우리는 그 트렌드 컬러를 찾아서, 민화의 오방색에 접목 시킨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트렌드 컬러는 무엇인가 ?
-이번 시즌은 핑크, 검정처럼 강렬한 원색이다.
해일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비비드한 컬러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컬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
-일본이나 한국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화려한 색 감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오늘 선보이는 강렬한 네온 핑크빛 컬러는 오히려 프랑스적인 색채에 가깝다. 프랑스 사람들은 옷은 비교적 수수하게 입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거, 예를 들어 그림이나 작품에서는 굉장히 화려한 색상을 사용한다. 반면, 한국 디자이너들은 주로 베이지색, 검정, 브라운 이런 색상을 사용한다. 나는 다르다. 오방색을 중심으로 트랜드 컬러를 접목시키는 거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프랑스적인 색채 감성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매년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는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을까 ?
-일본의 경우 현재 열개가 넘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있다. 한국은 경제대국임에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없다. 삼성 현대 LG처럼 국제적인 기업은 많지만, 패션 분야는 여전히 공백 상태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한국의 패션을 ‘카피문화’로 인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한국은 패션보다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소비력이 높은, 자신들의 물건을 팔기 좋은 시장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한국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국에도 충분이 독창적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런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패션의 관점에서 한국과 프랑스 간에 수준 차이가 있다고 보나 ? 두 나라 디자이너들의 특징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
-솔직히 한국과 프랑스의 패션 수준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렌드를 ‘자기화’하는 과정,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데 있어 아직 부족한 경우가 있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샤넬, 디올처럼 이미 정형화된 해외 하우스의 스타일을 단순히 따라 하거나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의 경우 화이트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가진 디자이너였고, 전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 이후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디자이너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쉽다. 브랜드의 힘은 결국 ‘자기화’에 있다. 예를 들어, 자크뮈의 경우 19살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코로나 시기에 라벤더 밭에서 쇼를 했는데, 아무도 그런 야외에서 쇼를 할 것이라 상상을 못했다. 파리에서만 쇼를 해야 된다는 의식, 고정관념을 깬거다. 프랑스는 사실 장 폴 코티에 이후 상징할 만한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없었는데, 자크뮈스는 19살 신예가 등장해 그런 공백을 채운 것이다. 개인적으론 그런 신예 디자이너를 인정하고 존중한 프랑스의 문화적 분위기에 주목하고 싶다. 왜냐면, 우리의 경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정해진 교육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크뮈스는 에스모드를 3개월 다닌 게 학력의 전부다.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이런 문화, 제도적 차이, 사회적 분위기가 좀 다른 거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해일 컬렉션을 기다린 많은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파리 컬렉션에 참석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또 이번 해일의 무대를 기다려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까치호랑이를 비롯해 민화 모티프를 활용한 프린트 의상과 부채·갓 등 전통 소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이번 컬렉션은 한국 민화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고유의 아름다움을 세계 패션계에 강렬히 각인시켰다.
<현 경 기자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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