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칼럼 분류

<강창일의 찾아가는 한국 영화>-루마니아, 콘스탄차 한국 문화 축제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ec3671940891c86e015812c96471e7d6_1759775221_264.png
©강창일


한국 영화를 접하기 어려운 프랑스 중. 소 도시들을 산 넘고 물 건너 방문하는 « 찾아 가는 한국영화 » 프로젝트는 지난 8월, 이례적으로 프랑스 국경을 넘어 루마니아의 항구 도시 콘스탄차를 방문하게 되었다. 로마, 그리스, 터키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 도시에 한국 영화로 말을 거는 시도는 나와 현지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번 행사는 타티아나(Tatiana)가 기획한 « 제1회 콘스탄차 한국 문화 페스티벌 »이라는 이름으로 현지에 소개되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영화를 주제로한 컨퍼런스 혹은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한국영화 상영회는 프랑스 전역의 예술 영화관(Salle de cinéma d'art et d'essai)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이곳 콘스탄차에서는 이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인 콘스탄차 미술관(Muzeul de Artă din Constanta)이 행사의 거점으로 활용되었다. 프랑스에서 타티아나와 행사를 준비할 때, 한국과 루마니아의 문화적 접점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윤심덕이 «사의 찬미» 음반을 발표하여 경이적인 판매고인 10만 장을 기록하였고, 이는 유성 기(축음기)와 레코드판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윤심덕이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서 실종된 직후에 발매되면서, 비극적인 스토리가 더 해져 큰 사회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노래의 원곡이 루마니아 작곡가 이오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i, 1845~1902)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원곡의 제목은 루마니아어로《Valurile Dunării》, 영어로는《Waves of the Danube》, 독일어로는《Donauwellen이며, 한국어로는 다뉴브 강의 잔물결 또는 도나우 강의 잔물결로 번역할 수 있다. 


ec3671940891c86e015812c96471e7d6_1759775412_5938.jpg
©강창일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연주된 이후 유럽 왈츠의 명곡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이번 행사에서 한국어로 소개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타티아에게 텍스 트와 악보를 제공하였다.


콘스탄차 미술관에서 마침내 행사가 시작되자 이 도시의 음악가들이 모여들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이어졌고, 성악가와 합창단은 한국어로 «다뉴브 강의 잔물결» 아니 100년 전 한반도에 소개된 윤심덕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문학, 음악, 영화가 소개되었으며 한글 서예 체험 아틀리에가 진행되었다. 미술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행사 중 한 소녀가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도대체 이 먼 곳에서 어떻게 한복을 구했을까» 생각하던 중 한국어가 들렸다. 어린 한복 소녀가 한국말로 나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우리 도시 콘스탄차에서는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을 통해 홀로 모든 것을 배우고 있어요. 

라고 소녀가 또박또박 침을 삼켜가며 말했다. 


한국인을 처음 만났을 것으로 보이는 이 소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소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의 꿈은 나의 고향인 콘스탄차에 한국 학교를 만드는 것이에요. 콘스탄차의 첫 번째 한국 학교 창립자가 될 소녀를 만난 나는, 그녀가 세울 학교를 언 젠가…아마도 2035년?에 방문하게 되리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10년 후 소녀가 나에게 물을 것 같다.


-아저씨, 무엇을 가져왔나요? 나도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응. 한국 영화를 가져왔지롱!


<강창일>

ec3671940891c86e015812c96471e7d6_1759775537_2292.png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 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영화 변사. 프랑스 방방곡 곡을 누비며 강연회와 상영회를 통하여 한국영화를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 »(Ocrée Editions, 2021),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가 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