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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미술관, 피에르 술라주 전시 -또 하나의 빛. 종이 위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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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새겨진 어둠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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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미술관, 피에르 술라주 전시에서                                                                                                          ©한지수


파리 룩셈부르크 미술관은 1818년 개관해 오늘날까지 약 20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 다. 상설 컬렉션 없이 해마다 두 차례 기획되는 대규모 특별전을 통해 고전에서 현대까지 폭넓은 예술 세계를 선보여 왔다. 가을 시즌의 포문을 여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1919–2022)의 종이 작업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자리다.


종이에서 시작된 회화 

술라주는 평생에 걸쳐 2000년대 초반까지 방대한 종이 작업을 남겼으며 그의 회화 언어는 종이 위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1946년, 집수리용 굵은 붓과 호두껍질 염료를 사용해 종이 위에 굵고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검은색으로 칠해졌지만 단순히 어둡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염료 특유의 투명성이 종 이 바탕의 흰색을 드러내면서 마치 빛이 스며드는 듯한 효과가 생 겨났다. 잉크와 구아슈(gouache, 불투명 수채 화 물감)로 확장된 작업들은 흡사 수묵화처럼 종이 위의 검은 선과 면이 서로 부딪히고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 살아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훗날 그의 핵심 주제인 ‘빛과 검정의 공존’이 이미 예고된 셈이다.


130점의 작품 중 25점은 최초 공개

이번 전시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제작된 130점을 선보이며 그중 25점은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술라주는 캔버스 회화와 더불어 종이 작업에서도 독창적인 성취를 보여주었지만, 종이 작품들은 오랫동안 작가 자신이 간직해온 경우가 많아 독립적으로 소개되는 일이 드물었다. 때문에 이번 기획은 그의 회화 세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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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수


세계를 무대로 한 장구한 여정 

술라주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프랑스 비구상 회화의 선두에 섰다. 1948–49년 독일에서 열린 프랑스 추상회화전을 계기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1960년대 이후 유럽과 해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이어가며 명성을 확립했다. 2014년 고향 로데(Rodez)에는 그의 기증과 협력을 바탕으로 술라주 미술관 (Musée Soulages)이 문을 열었고, 2019년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루브르 살롱 카레에서는 특별 회고전이 열렸다. 

2022년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 추모식을 끝으로 그의 장구한 예술 여정은 막을 내렸다.


검정 너머의 빛 

전시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술라주가 단순히 ‘검은색의 화가’로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종이 위에서 빛과 여백, 단 한 번의 붓질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실험했다. 종이 위를 가득 메운 형상들은 우연이 아니라, 반복과 변주 속에서 고유한 질서를 드러내며 하나의 독립된 언어처럼 읽힌다. 선과 면이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긴장과 균형은 술라주의 창조력을 다시금 새롭게 느끼게 한다. 

그가 남긴 말처럼, “검정은 모든 색에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술라주에게 종이는 단순한 바탕이 아니라 검정이 빛으로 변모하는 실험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순간을 직접 마주하게 하며 술라주 예술 세계의 또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기간: 2025. 9.17–2026. 01.11

-위치: Musée du Luxembourg (19 Rue de Vaugirard, 75006 Paris)

-요금: 일반 14€/할인 10€ (18-25세, 학생)

-운영 시간: 10시 30분 - 19시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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