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이 왜 거기에? 민간협회 행사서 대사관, 한불 수교 140주년 홍보 부스 운영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추천
- 목록
본문
공관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
과연 적절한가?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페이스북 화면 캡쳐
어제 9월 2일 화요일 아침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SNS에 9월 6일과 7일에 파리 시트로앵 공원에서 열린 K-Street Festival행사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관련 행사는 prime time이라는 민간(개인) 협회에서 매년 파리 15구에 위치한 시트로앵 공원에서 개최하는 K-콘텐츠 행사로 알고 있다.
공관인 대사관에서 왜 민간협회의 행사를 홍보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시간이 좀 지나고 올라온 게시물에는 대사관이 내년 한불수교 140주년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 부스로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K-Street Festival의 내용을 함께 홍보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글까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교민 사회 내에서 공익적·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한인회 행사가 아닌 개인협회 행사에 특별 부스로 들어가 한불수교 140주년을 홍보한다는 것이다.
2026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1886년 우호 통상 조약을 체결하여 공식 외교 관계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26년과 2027년에 걸쳐 양국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있을 것이다.
“한불수교 140주년”은 국가적·외교적 기념사업이다. 민간 차원에서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에 대사관은 지난 7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프랑스 내 한국 관련 행사 선정을 위해 공모" 중이다. 이 공모는 경제, 과학, 교육, 학술, 문화,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프랑스 내 한국 관련 프로젝트를 통하여 한-프랑스 양국의 우정과 협력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행사를 선정할 것이며, 개최 시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행사라고 명시되어 있다.
선정된 프로젝트는「2026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공식 프로그램」으로 인증되며, 외교부(주프랑스대한민국대사관) 및 문화체육관광부(주프랑스한국문화원)의 다양한 홍보 채널(보도자료, SNS, 뉴스레터, 웹사이트 등)을 통한 홍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별도의 재정적 지원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의무 사항으로는 대한민국 외교부(주프랑스대한민국대사관) 및 문화체육관광부(주프랑스한국문화원) 등 해당 부처 또는 기관의 관계자가 행사에 참석, 참가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고, 선정된 프로젝트는 수교 기념 공식 로고/슬로건 사용 및 홍보물 등 제작 시, 지정된 표기 방식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다. 공모 기간은 2025년 10월 12일까지라고 한다.
위에 따르면 K-Street Festival 행사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행사도 아닐테고 왜 대사관이 거기에 부스로 등장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공외교라는 것이 있다. 국가가 다른 나라의 일반 국민과 직접 소통하여, 자국의 가치·문화·정책에 대한 이해와 호감을 높이는 외교 활동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공공외교라는 구실로 이번 행사에 특별 부스로 들어가기에는 프랑스 내에 한국 콘텐츠를 알리고 협회들이 다수된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대사관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지 알 수 없다.
보통 공관(대사관)은 “외교적 중립성”과 “공식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나 협회 행사에 참가자로 부스를 차리고 들어가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고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형평성, 공관 역할의 한계 등의 문제 제기
왜냐하면 먼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협회의 행사에 대사관이 부스로 들어가면, 다른 협회에서도 “우리 행사에도 참여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사관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대사관은 보통 주최/공동주최/후원/홍보 지원은 하지만,부스 참가처럼 특정 단체의 행사에 들어가는 건 NGO, 기업, 협회 등 민간 단체의 활동 영역에 더 가깝기에 공관의 역할 한계, 즉 공관이 민간의 한 참여자로 내려오는 그림이 되기 때문에 격이 맞지 않는다.
또한 특정 협회 행사 안에서 홍보하면, 자칫 “공식 행사인지, 협회 행사인지”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대사관이 직접 부스로 참가하지 않고, 협회가 1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사관이 후원 또는 명칭 사용을 승인하며, 또는 대사관에서 안내 자료를 제공하여 협회 부스에서 배포하는 형식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대사관은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프랑스 내 한국 관련 행사를 공모 중일 것이다.
이례적이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설명 없이 특정 행사에 특별 부스로 참여하고 관련 행사를 홍보하는 것이 과연 대사관의 역할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누구를 대상으로 한 한불수교 140주년 홍보인지?
아울러 대사관은 이번 K-Street Festival은 현지 교민보다는 프랑스인 관람객의 참여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홍보 대상의 성격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즉, 대사관의 홍보는 교민 사회를 향한다기 보다는 현지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외교적 의미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자리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대사관의 이번 행보는 “누구를 위한 홍보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외교공관의 존재 이유에는 현지 사회와의 소통뿐 아니라 자국민과의 연결, 정체성 공유라는 사명 또한 포함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관은 자국민과의 연결과 소통을 먼저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동포언론에 공관이 메일로 보내오는 행사 알림은 불어판, 혹은 영문판뿐이다. 적어도 한국 공관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한국어판을 준비해서 보낼 수는 없을까?
프랑스에는 동포를 대표하는 기관인 한인회가 있고, 각각의 목적에 맞는 한인 협회들이 있다. 동포 사회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관이 동포는 뒷전이고, 여타 K-콘텐츠를 알리고 단체들처럼 현지인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게 적절한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현지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은 중요한 외교 활동이다. 그러나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에 교민 사회가 배제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대사관은 형평성과 공정성, 그리고 대사관이라는 공관의 특성에 맞게 홍보하고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라고, 동포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파리광장편집부>
관련자료
-
다음
-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