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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진 미술관(MEP), 마리-로르 드 데커의 첫 대규모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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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관통한 시선, 인간을 향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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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수


유럽 사진 미술관(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 MEP)은 1996년 파리 마레 지구에 문을 연 이래 국제 사진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해 왔다. 회고전부터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사진이 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기관이다. 파리의 주요 미술관들이 회화와 조각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다면 유럽 사진 미술관(MEP)은 사진을 동등한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보도사진의 거장, 첫 대규모 회고전 

올해 여름, 유럽 사진 미술관(MEP)은 프랑스 보도사진의 거장, 마리-로르 드 데커(Marie Laure de Decker, 1947–2023)에게 바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을 마련했다. 40년 넘게 전 세계 각지의 전쟁과 정치적 격변을 기록한 마리-로르 드 데커는 카메라를 무기이자 증언 도구로 삼아 역사의 최전선을 누볐다. 베트남 전쟁,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칠레 독재 정권, 차드의 반식민 투쟁까지 그녀의 기록은 20세기 후반사의 격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대를 가로지른 여성의 시선 드 데커의 삶 자체는 전설적이다. 모델로 활동할 만큼 빼어난 외모와 여성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위험과 희생이 뒤따르는 보도사진의 길을 택했다. 남성 중심의 사진 저널리즘에서 그녀의 존재는 곧 용기와 참여의 선언이었다. 차드 전투원 연작, 예멘 여성 투사들의 초상은 그녀의 사진이 보여주는 참여적 미학을 대표한다. 또한 문화와 권력의 중심을 향한 그녀의 시선도 보여준다. 마르셀 뒤샹, 카트린 드뇌브, 프랑수아즈 사강 같은 예술가부터 미테랑과 만델라 같은 정치 지도자들의 초상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동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카메라로 관통했다.

1980년대 이후 패션과 영화 사진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드 데커는 사진가를 넘어 한 시대의 문화적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이 증언하는 힘

이번 전시는 사진이 가진 힘을 새삼 환기한다. 그녀가 남긴 사진은 단순히 전쟁의 폭력적인 이미지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극적 이미지 대신 전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 깃든 인간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다시 말해, 드 데커의 사진은 전쟁터의 긴장과 인간의 존엄, 시대를 빛낸 인물들의 얼굴을 포착하며 사진은 역사를 증언한다는 사실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사진은 기록 매체에서 더 나아가 시대와 인간을 증명하는 참여적 언어임을 그녀의 렌즈를 통해 보여준다. 


화산의 흔적, 살아 있는 풍경 

한편, 유럽 사진 미술관(MEP) 스튜디오에서는 일라니트 일루즈(Ilanit Illouz)의 개인전 <화산의 가장자리에서(Au bord du Volcan)>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의 용암 동굴을 촬영한 이번 작업은 사진을 이미지이자 물질로 확장한다. 사진 속 암석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대지의 기억을 품은 물질로서 관람객은 마치 화산의 파편을 손끝으로 만지는듯한 생생함을 경험한다. 땅의 숨결을 전달한 일루즈의 작업은 관람객을 새로운 감각의 차원으로 이끌며 시각 예술의 지평을 확장한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년 6월 4일 – 9월 28일

-위치: 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 (5/7 rue de Fourcy 75004 Paris)

-요금: 일반 14€/할인 9€ (18-25세, 학생)

-운영 시간: 11시 - 20시 (월, 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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