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암의 시와 시작 노트] "조등, 오동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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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등, 오동꽃
-이종암
하얗게 빨갛게 노랗게 또 분홍으로
요란스레 피고 지던 봄꽃, 봄꽃들
하나 둘 스러지고
연두에서 명록, 암록에 이른 산야
그때 너는 온다
소리 소문도 없이
보랏빛 깃발 조용히 펄럭이며
마을로 내려가는 길 제 먼저 지워버린
지리산 빨치산 유격대 젊은 소대장의
하늘 높이 내뻗은 맨주먹처럼
이렇게 불쑥, 너는 기필코 오고야 만다
아픔과 상처의 지난 년대
하늘 높이 빈주먹 내지르며 쓰러져갔던
푸른 빨치산들 조상(弔喪)이라도 하듯
오월 허공에 내걸린 조등, 오동꽃
[시작 노트]
연두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4월의 시간이 지나면 초록이 깊어가는 5월이 옵니다. 오월이 오면 우리나라 산야에 하양 빨강 노랑 등의 색색의 봄꽃이 지고나면 보랏빛 오동꽃이 핍니다. 산야의 초록 잎새들 위로 키 큰 오동나무 가지에 숭어리 숭어리로 핀 오동꽃을 보면 아픔과 슬픔의 우리 현대사에서 산화해간 젊은 빨치산들이 내뻗은 맨주먹 같습니다. 또 오월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장편『소년이 온다』에서 기술한 ‘80년 광주의 오월’이 있습니다.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현재의 우리나라는 이런 안타까운 사람들의 목숨들, 그 희생 위에서 세워진 나라임을 잊어서는 결코 아니됩니다.
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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