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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티 팔레에서 만나는 ‘패션의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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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의 탄생을 다시 보다
© 한지수
쁘티 팔레(Petit Palais)는 1900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진 고전과 아르
누보가 어우러진 건축물로, 예술과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이 역사적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트 쿠튀르의 발명가>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 1825-1895)를 중심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파리 패션의 황금기를 재현한다. 쁘티
팔레의 웅장한 전시 공간은 워스 하우스의 의상과 액세서리, 회화와 그래픽 아트를 아우르며 한 시대를 지배했던 장인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오트 쿠튀르의 발명가, 찰스 프레데릭 워스
전시장에는 19세기 파리 살롱을 떠올리게
하는 드레스와 드로잉이 줄지어 있다. 한때
유럽 왕실과 사교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워스 하우스의 작품들이 세기를 넘어 다시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의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 1825-1895)는 스웨덴 출신 파트너, 오토 구스타브 보베르그(Otto
Gustav Bobergh)와 함께 ‘워스 & 보베르그’
를 설립하며 파리 패션사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워스’라는 단일 명칭으로 불리게 되고
4대에 걸쳐 약 한 세기 동안 장인정신과 세련미로 패션의 흐름을 이끌었다.
패션으로 왕실과 귀족을 매혹시키다
전시는 제2제정기부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까지의 흐름을 따라, 워스 하우스가
어떻게 파리를 세계 패션의 수도로 만든 주역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초창기 워스는
오스트리아 황실의 메테르니히 공주, 나폴레옹 3세 시대 황후 외제니 등 유럽 왕실 고객을 확보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는 드레스부터 오페라 코트, 실내복인 티가운, 화려한 무도회복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시대에 맞춰 변화를 거듭했다. 프랑카 플로리오,
레이디 커즌, 그레퓔 백작부인 같은 유명 인물들은 그의 옷을 입고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패션이 한 사람의 존재
와 지위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패션 왕조
1895년 창립자 사후, 그의 아들 장 필리프와 가스통이 하우스를 이어받으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워스는 파캥(Paquin), 두세
(Doucet), 드이에(Dœuillet) 등과 경쟁하며 파리 패션계를 주도했고, 젊은 폴 포아레(Paul
Poiret)도 이곳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수천 명이 일하던 워스의 아틀리에, 포장실, 사진 스튜디오, 살롱 등 내부 운영 방식이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로 전시장에 재현된다. 20세기 초,
워스는 전통 제정 시대 스타일을 재해석하며
간결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제시했다. <라 가
제트 뒤 봉 통(La Gazette du Bon Ton)>과의 협업은 그 영향력을 더욱 확장했다.
‘워스 블루’와 향수의 시대
1920년대 들어 가스통의 아들 장-샤를과 자크가 지휘봉을 잡으며 워스는 근대 패션으로 나아갔다. 다양한 코트와
드레스, 이브닝 웨어가 ‘워스 블루’라는
시그니처 색상과 함께 선보였고, 1924년에는 첫 향수 'Dans la Nuit'를 출시했다. 이후 'Je Reviens' 등 다수의 향수가
라리크(Lalique) 디자인의 보틀에 담겨
나왔다. 이번 전시는 'Je Reviens'의 향을 오스모테크(Osmothèque)와 협력해
재현하여 관람객이 시각과 후각으로 패션의
역사를 체험하게 한다.
패션을 넘어 시대 정신으로
전시에는 저널리스트 로익 프리장(Loïc
Prigent)이 제작한 영상 네 편이 포함되어,
워스의 대표 의상 제작 과정과 복원 비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한 장인이 패션이라는 언어로 시간과 권위, 욕망과 이상을 직조한 과정을 드러낸다. 즉, ‘옷’이라는 물성이 역사와 미학, 정체성을 아우를 수 있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패션이 사치와 과시를 넘어 ‘자신을 세계에 어떻게 위치시키고
기억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년 5월 7일 – 9월 7일
•위치: Petit Palais
(Av. Winston Churchill, 75008 Paris)
•요금: 일반 17€/할인 15€ (18-25세, 학생)
•운영 시간: 10시 - 20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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