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역사는 작은 이야기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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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크무슈(Croque-monsieur)
위대한 프랑스 요리의 다양성을 소개하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 각 지방의 뿌리 깊은 요리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이중 일부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신화도 결국 역사의 일부가 아닐까?
-크로크무슈(Croque-monsieur)
1910년 파리는 프랑스 요리 역사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순간을 보여준다. 바게트가 떨어졌다는 단순한 우연이, 상징적인 요리 하나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르 벨아쥬’라는 카페의 주인 미셸 루나르카는 준비된 바게트가 없어, 남은 식빵과 햄, 치즈를 이용해 오븐에 구운 샌드위치를 만들어냈다. 한 손님이 그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뒤, 입안 가득한 채로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나?”라고 묻자, 미셸은 농담처럼 답했다. “신사의 고기지요! 무슈의 고기 말입니다!”이 농담이 이름이 되었고, 그 샌드위치는 크로크무슈라는 이름으로 카페 메뉴에 올랐다. 겉은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이 따뜻한 샌드위치는 빠르게 파리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단순한 비스트로 음식이자 동시에 프랑스적 삶의 예술을 상징하게 되었다. 식빵과 햄, 녹은 치즈로 구성된 이 요리는 오늘날에도 카페나 브라세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요리로 남아 있다.
-그라탱 도피누아(Gratin Dauphinois)
1788년 6월 7일, 그르노블에서 ‘기와의 날
(Journée des Tuiles)’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에 앞서 벌어진 이 사건은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왕의 명령으로 지방 의회 의원들을 추방
하려는 병사들이 도시에 들어오자, 시민들은
지붕 위에서 병사들에게 기와를 던지며 저항했다.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도피네 지역 총독은 병사들을 철수시켰고, 이 사건은 백성들이 억압에 저항한 상징으로 기억된다.
이 사건 후, 도피네의 총독은 갭이라는 마을에서 장교들과 식사를 하며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다. 감자에 마늘과 크림을 넣고 오븐에 구운 이 요리가 바로 그라탱 도피누아다. 이 요리는 처음으로 이 시기에 문헌에 기록되었고, 요리 이름도 ‘도피네 지역(도피누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감자의 대중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등장한
이 요리는 프랑스 가정에서 널리 사랑받는
요리가 되었다.
-코코뱅(Coq au vin)
프랑스의 전통 요리 코코뱅은 갈리아족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기원전 52년, 아르베르니족의 수장 베르생게토릭스는 로마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군대에 포위되어 있었다. 그는 갈리아족의 용맹함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수탉 한 마리를 카이사르에게 보내며 조롱했다. 수탉은
투지와 용기, 오기, 자존심의 상징이었다.
이에 카이사르는 유머로 맞섰다. 베르생게토릭스를 로마식 저녁 만찬에 초대해, 그가
보낸 수탉을 와인에 조려 만든 요리를 식탁에 올렸다. 이는 조롱에 대한 조롱이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게르고비아 전투에서 베르생게토릭스는 로마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그의 저항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코코뱅은 와인에 수탉을 오래도록 끓인 요리로, 프랑스 시골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버섯과 양파, 베이컨이 함께 들어가며, 요리
시간은 길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자랑한다.
오늘날 이 요리는 프랑스 요리 전통의 풍부
함과 역사적 뿌리를 모두 상징하는 대표 요리로 자리 잡았다.
-카술레(Cassoulet)
백년전쟁 시기, 카술레라는 요리가 탄생했다. 이 요리는 공동체의 연대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준 순간에서 비롯된 것 이다. 병사들은 기아에 시달리며, 적군에게 도시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시민들은 남은 식량을 모두 모아 병사들에게 제공하였다. 여러 종류의 고기, 베이컨, 소시 지, 콩 등을 함께 끓여 ‘카솔(cassole)’이라는 도자기 그릇에 담아내었고, 이 요리가 바로 카술레의 시초다. 세기를 거치며 카술레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더해지며 변화해 왔다. 레시피는 지역마다 다르고, 각 가정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리한다. 카술레의 ‘고향’ 이라 불리는 카스텔노다리에서는 툴루즈 소시지와 오리 콩피가 들어가며, 카르카손에서는 좀 더 묵직한 종류의 콩과 다른 방식의 조리가 특징이다. 카술레는 이제 프랑스 남서부를 대표하는 요리가 되었으며, 풍부한 맛과 함께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오늘날에는 그 풍미뿐 아니라, 이 요리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도 함께 기려지고 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모두가 조금씩 나눠서 큰 힘을 만들어낸 이야기. 작고 평범한 것들이 모여 큰일을 이룬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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