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의 <푸와그라 (Foie gras)> -오리 푸와그라와 거위 푸와그라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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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푸와그라(왼편)와 거위 푸와그라(오른편)
프랑스 남서부 포(Pau)라는 도시에서 북쪽으로 70킬로 정도 떨어진 에르 쉬르 라두르 (Aire-sur-l'Adour)를 출발, 남서쪽으로 뺑보(Pimbo)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마을까지 걷다 보면 유난히 눈에 많이 띠는 게 있다. 오리 떼, 그리고 옥수수밭(이 구간은 옥수수밭이 끝없이 계속된다). 오리는 우리가 잘 아는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기르는 것이고, 옥수수는 오리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 하기 위해 재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남서부 지방을 대표하는 동물은 오리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사육되어 억지로 사료를 먹고 푸아그라를 생산해야 하는 오리의 숫자가 훨씬 더 많지만 실제로 이곳 사람들이 키우고 요리해서 먹는 것은 오리가 아니라 거위다. 거위 간이 오리 간보다 특별히 크고 기름지며, 거위 고기가 더 실하고 구웠을 때 맛이 좋은 이유는 거위가 태어날 때부터 오리보다 지방층이 더 두껍기 때문이다.
거위 고기를 부위 별로 자른 다음 굵은 소금을 뿌려 하루 이틀 놓아두었다가 지방층을 녹인 기름에 익혀 도기 항아리에 차곡차곡 집어넣고 다시 기름을 부어두면 최소 1년은 두고 먹을 수 있다. 냉장고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거위 고기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거위의 넓적다리와 날개, 가슴살, 똥집, 허드렛 부위는 물론 야채도 거위 기름에 볶 아 하나도 안 버리고 오래 동안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거위고기 조림이나 각종 야채와 기름에 절인 거위고기를 넣고 푹 끓이는 가르부르(garbure)라는 이름의 걸죽한 수프는 이 지방 사람들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 되었다.
각종 야채와 기름에 절인 거위고기를 넣고 푹 끓인
가르부르(garbure)
살찐 거위 간, 특히 지방이 많은 거위 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최고의 식재료였다. 사람들은 거위들이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먹도록 내버려두었고, 탐식가인 거위들은 엄청난 양의 곡물과 무화과를 먹어치웠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흘러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들어진 이 귀족적인 먹거리 푸아그라의 사육법과 요리법이 이곳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 전해지면서 18세기부터는 성탄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앉아 푸아그라를 즐겼고, 19세기가 되자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푸아 그라를 먹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나 프랑스 남서부 지방 사람들은 푸아그라를 각자 집에서만 먹을 정도로 생산했기 때문에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가 시작되어 프랑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이 우아한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산업이 될 정도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그건 오리 푸아그라를 말하는 것이지 거위 푸아그라를 말하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리와는 달리 거위는 떼를 지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모 아놓고 사육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새끼 거위들은 태어난 지 며칠만 지나면 뒤뚱거리며 집 밖을 돌아다니고, 어른이 되면 하루 종일 바깥에서 산다. 그러다가 강제 급식인 가바쥬 (gavage)가 시작된다.
간이 오른쪽에 붙어 있는 거위가 깔때기를 사용하여 하루에 두 번씩 많은 양의 사료를 억지로 섭취하면 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다. 가바쥬는 3주에서 4주 동안 계속되고, 그 동안 거위는 최고 25킬로에 이르는 사료를 먹게 된다. 이때 사료의 양을 매일같이 얼마나 정확한 양을 조금씩 늘리느냐에 따라 푸 아그라의 품질과 크기가 결정된다. 가바쥬가 끝나면 간이 엄청나게 커져서(거위 간은 600에서 900그램, 오리 간은 300그 램에서 500그램까지 나간다) 몸을 움직이기 도 힘들어 한다. 이렇게 해서 거의 암놈의 몸무게는 6킬로에서 8킬로, 수놈의 몸무게는 8 킬로에서 10킬로까지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기술이 좋은 사육자는 거위의 쓸개를 깨끗이 비우기 위해 며칠 동안 다이어트를 시키기도 한다.
거위의 경우 이 과정이 오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우며 이것저것 준비해야 되는 게 많다. 그래서 거위 푸아그라의 생산량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지금은 오리 푸아그라 생 산량에 비해 2%밖에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시장이나 식당에서 거위 푸아그라를 보기가 쉽지 않고,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거위 푸아그라를 보기란 더더 욱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 전통적인 거위 푸아그라는 특히 겨울철에 이 지역 재래시장이나 생산 농가에서 생 것이나 통조림 형태로 직접 판매되는데, 농가들이 대부분은 자기들이 직접 소비하고 15%정도만 판매하기 때문에 맛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 그럼 거위 푸아그라와 오리 푸아그라를 비교해보자.
일단 때깔은 오리 푸아그라가 나아 보인다. 오리 푸아그라는 식감을 불러 일으키는 연한 분홍색인 반면 거위 푸아그라는 회색이다. 그럼 맛은?
맛은 일단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므로 '뭐가 낫다' 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거위 푸아그라는 무미해서 처음 먹는 사람은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매우 섬세한 맛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주 먹다 보면 뒷맛이 오래도록 남는 것 같다. 반면에 오리 푸아그라는 맛이 또렷하게 느껴져서 구미를 돋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리 푸아그라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푸아그라는 소테른(Sauterne)이나 몽바지악(Monbazillac)처럼 단맛이 많이 나는 포도 주와 아주 잘 어울리지만, 프랑스 남서부 지방 사람들은 마디랑(Madiran)이나 보르도 (Bordeaux)처럼 탄닌이 아주 많이 함유된 포도주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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