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리광장 답사기-이태리 광장(Place d'Italie)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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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이태리 광장(Place d'Italie) 뒤편에 자리한 뷔트-오-카이유(Butte-aux-Cailles)는 '메추 라기 언덕'이라는 뜻의 동네다.
알록달록한 벽화, 아담한 카페와 바가 늘어선 이곳은 파리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골 감성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최근 몇 년간 '살고 싶은 동네'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뷔트-오-카이유의 매력 뒤에는 파리 노동자 계급의 고단했던 역사와 치열한 투쟁이 새겨져 있다.
19세기 중반 오스만 남작의 파리 개조 프로젝트로 도심에서 밀려난 가난한 노동자들은 이곳 뷔트-오-카이유 로 모여들었다. 당시 냄새나고 위험한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노동자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특히 뷔트-오-카이유는 1871년 파리 코뮌 시기, 프랑스 정부군에 맞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최후까지 저항하며 격렬한 바리케이드 전투를 벌였던 역사적인 장소다. 좁은 골목길과 언덕 지형은 바리케이드를 쌓고 방어하는 데 유리했으며, 이곳은 파리 코뮌의 주요 저항 거점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오늘날 이곳의 아름다운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집들 뒤에는 파리의 격동적인 노동자 역사가 깊이 새겨져 있다.
지난 한국의 대통령 선거 중 한 후보는 젊은 시절 스스로 일부러 공장에 위장 취업하여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여성 노동자와 결혼한 자신의 경력을 소개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소년공이 되었던 다른 후보자는 공장에서 일하다 장애인이 되고 그 이후에도 죽도록 일만 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을 유권자들에게 털어 놓았다. 이 두 후보들에게는 아롱다롱한 젊음과 고단한 노동이라는 공통적인 서사가 있다.
파리 한국문화원의 작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박광수 영화감독의 서명이 있는 책을 발견하였다. 그가 파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증한 책이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는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란 영화가 있는데 하루 종일 미싱을 돌리는 고단한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영화는 평화시장 옷 공장 내 부와 그 열악한 공간에서 일하는 꽃다운 나이의 어린 여공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3부작 다큐 영화 « 청춘 » 포스터
출처: 배급사 아카시아 필름
국제 영화제들을 통해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왕빙 감독의 3부작 다큐멘터리 «청춘 (JEUNESSE)»이 오는 7 월 9일 파리에서 개봉한다. 사진 전공자인 감독은 묵묵히 그의 카메라에 노동자들의 청춘을 담았다. 서울의 평화시장 혹은 구로공단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던 누군가의 오빠 혹은 누이를 닮은 «아름다운 청년»들을 만날 것 같은 느낌. 감독은 파리 8대학에서 가끔 특강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감독을 만나면 따뜻하게 악수를 해주고 싶지만... 무더운 여름이니 시원한 물 한 병을 건네야겠다. 씬쿠러 (辛苦了)! 수고했어요 라는 말과 함께.
<강창일>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 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
성영화 변사. 프랑스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회와 상영회를
통하여 한국영화를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 »(Ocrée
Editions, 2021),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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