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묵인과 유착 : 네슬레(Nestlé)의 생수(eaux minérales)사기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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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슬레와 프랑스 정부의 조직적 은폐와 쟁점 -
생수 업계를 뒤흔드는 스캔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페리에(Perrier), 비텔(Vittel), 콩트렉스(Contrex), 에파르(Hépar)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네슬레 워터스(Nestlé Waters)를 포함한 여러 생수 업체들이 불법 정화 시스템을 이용해 샘물을 정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상원의 조사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네슬레의 대규모 사기 행위를 방치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해당 보고서는 생수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시 부실과 식품 대기업 네슬레의 로비에 정부가 굴복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 소비자 보호와 정보 제공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2024년 12월 4일 시작됐다. 1년 전 르몽드(LeMonde)와 프랑스앵포(France Info)의 공동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난 대규모 생수(미네랄워터) 조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6개월간 총 73명의 증인 진술을 청취한 끝에, 공화당(Les Républicains) 소속 로랑 부르고아(Laurent Burgoa)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사회당 소속(Parti socialiste) 알렉상드르 위질(Alexandre Ouizille) 의원이 보고관을 맡은 상원 조사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는 네슬레와 프랑스 정부 모두에게 치명적이었다. 다음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핵심 쟁점이다.
■ 이번 사건의 중요성 : 생수(미네랄 워터) 업체들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
황산철(sulfate de fer) 주입, 활성탄(charbon actif) 및 자외선(ultraviolet) 처리, 기준치를 밑도는 미세 여과(microfiltration) 등… 프랑스 당국은 생수 업체들이 법적으로 금지된 정화 방식을 사용한 정황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2019년 말, 크리스탈린(Cristaline), 생요르(St-Yorre), 샤텔동(Chateldon), 비시 셀레스텡(Vichy Célestins)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알마(Alma)사의 전 직원이 내부고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경쟁·소비·사기감시국(DGCCRF)이 조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화 기술들이 수돗물에는 허용되지만, ‘천연 생수(eaux minérales naturelles)’로 판매되는 제품에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연 생수는 ‘오염되지 않은 보호된 수원지에서 나오는, 미생물학적으로 안전한 물« microbiologiquement saines »’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생수 업체들은 고가 정책을 정당화해 왔다. “이 생수들은 수돗물보다 100배에서 많게는 400배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조사위원회 보고관 위질 상원의원은 지적했다.
조사 결과, 프랑스 생수 브랜드의 최소 30%가 이러한 불법 정화 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비텔(Vittel), 콩트렉스(Contrex), 에파르(Hépar) 등 보주(Vosges) 지역 공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와, 페리에(Perrier)를 생산하는 베르제즈(Vergèze, 가르(Gard) 지역) 공장을 운영하는 네슬레 워터스(Nestlé Waters)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는 해당 제품들을 계속해서 ‘천연«naturelles»생수’라는 명칭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화 과정을 거친 이상, 더 이상 ‘자연 그대로의 물’이라 할 수 없으며, 바로 이 점이 사기의 핵심이다. 위질 의원은 “국가조사국(SNE)의 추산에 따르면, 해당 사기의 규모는 약 30억 유로(약 4조 4천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 언제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나?
조사위원회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특히 네슬레의 경영진에게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네슬레 측은 매번 회피했다. 앙투아네트 귀울(Antoinette Guhl) 상원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적어도 20년 전부터 생수 업체들이 이러한 정화 방식을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 소비자의 건강에 미친 영향은?
“이러한 처리 방식은 식품 안전이나 물의 성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네슬레 경영진은 계속해서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뮈리엘 리노(Murielle Lienau) 네슬레 워터스 회장은 ‘기후 변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사용하는 수원이 보호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농약이나 배설물 등 다양한 오염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수돗물과 같은 정화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네슬레의 지속적인 주장대로 이 정화 방식들이 안전한지, 그리고 ‘소비자 안전을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말이 사실인지 믿을 수 있을까? DGCCRF의 조사 압박을 받은 네슬레는 2021년경부터 일부 정수 장치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자외선 및 활성탄 등의 장비를 제거하고, 0.2마이크론으로 강화된 미세 여과 장치만을 유지했다. 이 정수 시스템이 충분히 안전했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위원회는 « ‘네슬레가 이 정화 방식들이 식품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고 밝혔다.
■ 공공 당국이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2021년 여름, DGCCRF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고 위기감을 느낀 네슬레는 아니에스 파니에-뤼나셰(Agnès Pannier-Runacher) 당시 산업 담당 장관과의 회의를 요청했다. 2021년 8월 31일 열린 회의에서, 네슬레는 자사의 정화 방식이 법에 맞지 않음을 인정하며, 고용 위협을 전제로한 규제완화를 제시했다. 네슬레는 즉, 불법적인 정화 방식인 활성탄과 자외선 처리를 중단하는 대신, 미세 여과에 관한 현행 규제를 완화를 요구했다. 현재 0.8마이크론 이하로 여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0.2마이크론 필터 사용을 허용하도록 완화해 주면, 자사의 공장을 계속 운영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이다.
이 회의 후, 정부는 즉시 검찰에 보고하지도, 공적 고발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40조에 따라 ‘공무원이 범죄나 범법 행위를 알게 되면 즉시 검찰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위질 상원의원은 “정부는 이 사기를 은폐하기로 결정하고, 유럽 당국이나 지역 보건 당국(ARS)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네슬레의 베르제즈(Vergèze, 가르) 공장이 소속된 옥시타니 지역 보건 당국(ARS Occitanie)은, 이 사건을 정부가 아닌 네슬레로부터 14개월이나 지난 후 알게 되었다.
정부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사건을 알게 된 후, 어떤 정치·행정 당국도 잘못 표시된 제품들의 판매를 중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이러한 불법 정화 처리가 초래한 건강 위험을 축소한 점을 지적했다. 네슬레는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산업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후, 정부는 (오히려) 신속하게 네슬레의 정수 시스템 전환 계획을 지지하고,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즉, 2023년 2월 말, 총리는 네슬레가 0.2마이크론 필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보건부와 산업부의 일부 의견에 반하는 결정이다. 특히, 제롬 살로몽(Jérôme Salomon) 보건 총국장과 국립 위생 안전청(Anses)은 ‘0.8마이크론 이하 미세 여과기의 사용이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 기업과 정부는 반성의 기미라도 보였나?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 확인된 첫 번째 사실은, "0.2마이크론 필터가 여전히 공장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베르제르 공장의 경우 2025년 5월 7일, 가르 주 행정관이 ‘두 달 이내에 문제의 필터를 철거하라’ 명령했으며, 이는 공장 운영의 적법성 회복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청문회에서 네슬레의 대표 뮈리엘 리노는, 자사가 사용하는 0.2마이크론 필터는 0.8마이크론 필터와 물리적 특성이 매우 유사하며, 효과도 동일하다’고 여전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그렇다면 왜 굳이 규제에 맞는 0.8마이크론 필터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사위원회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문제의 중심에 있는 주요 당사자들 대부분이 반성이나 책임 의식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장 먼저, 엘리제 궁은 이 사건에 대해 몰랐을리가 없음에도,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알렉시 코레르(Alexis Kohler)는 상원 조사위원회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네슬레의 경영진들은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특히, 생산·운영 총괄책임자인 로난 르파니크(Ronan Le Fanic)는 거짓 증언 혐의로 조사위원회에 의해 파리 검찰에 즉시 고발 조치됐다. 그는 3월 공장에서 발생한 오염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보고서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네슬레 프랑스의 현재 대표인 소피 뒤부아(Sophie Dubois)와 뮈리엘 리노 역시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의미 없는 공식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핵심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해 실망을 주었다.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네슬레의 이미지는, 불투명한 대응으로 더욱 훼손되었고, 소비자 신뢰도 크게 무너졌다.
한편, 소비자 단체(UFC-Que Choisir)의 법률팀은 현재 이 사건의 자료를 분석 중이며,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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