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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도서관(BnF) 전시 - "아포칼립스(묵시록),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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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전시 '아포칼립스'에서                                                                                                                              사진: 한지수


세상의 끝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그러나 끝이 단순한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았을까?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의 이번 전시는 요한 묵시록을 중심으로, 종말과 구원의 상징이 어떻게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주되어 왔는지를 탐구한다. 묵시록(Apocalypse), 흔히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되지만 종교적 맥락 안팎에서 ‘베일을 걷어내다’, 즉 ‘계시’라는 의미에 가 깝다.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묵시록적 사유의 경계에 서게 된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


고대의 환영에서 중세의 두려움으로 

묵시록은 1세기 말 요한이 기록한 예언서로, 타락한 세상의 종말과 신의 왕국 도래를 그려 낸다. 주요 장면으로는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 지, 어린양이 여는 일곱 개의 봉인과 네 명의 기수, 재앙을 알리는 일곱 개의 나팔과 대접, 붉은 용과 두 마리 짐승의 등장, 바빌론의 몰락, 최후의 심판, 그리고 신의 빛으로 빛나는 새 예루살렘의 도래가 있다. 선과 악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신성한 질서를 회복하려는 서사는 종말과 동시에 구원의 희망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장면이 중세 필사본의 섬세한 삽화와 성상화, 특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강렬한 목판화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뒤러의 판화 연작은 전쟁과 기근, 질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어떻게 인간의 역사 위를 달려왔는지를 압도적인 감각으로 보여준다. 마치 현실 너머에서 그 형체를 드러내는 듯한 이 이미지들은, 당시 사람들이 묵시록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포칼립스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언제라도 닥쳐올 수 있는 현실의 그림자였던 것이다. 


묵시록, 현대를 비추는 거울이 되다 

하지만 묵시록은 단지 중세의 두려움 속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묵시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은 수세기를 거쳐 예술과 영화, 문학을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묵시록의 상징과 주제는 인류가 직면하는 파국과 희망을 탐구하는 중요한 이야기로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온 것이다.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 감독의 <제7의 봉인 The Seventh Seal (1957)> 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죽음과 신의 침묵 앞에 선 인간의 불안과 구 원을 향한 내면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20 세기 최악의 비극인 쇼아(Shoah, 히브리어로 ‘재앙’)는 인간성 자체의 몰락을 상징하며, 묵시록적 파괴가 더 이상 신화나 상상이 아닌 역사적 현실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환경 파괴와 생태계 붕괴 또한 인류의 미 래를 위협하는 구체적 파국으로 부상하면서 묵시록은 더 이상 종교적 환영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과 과학, 예술 전반에 걸쳐 끊임없 이 변주되는 시대의 거울이 되고 있다. 이는 묵시록이 종교적 텍스트를 넘어, 인간 존재 의 근본적인 갈등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묵시록,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번 전시는 묵시록을 단순한 종말 서사가 아닌, 변화와 재생의 이야기로 조망한다.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은 묵시록적 상징을 재해석하며 ‘세상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인류가 끊임없이 직면하는 위기를 희망, 그리고 변혁의 순간으로 기록한 문학적·예술적 유산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종말 이후의 세상을 탐색하며 오늘의 위기와 내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비추는 살아 있는 이야기임을 시사한다. 절망을 펼쳐 놓기보다 오히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희망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열망 을 증명한다. 예언과 예술이 만나 만들어낸 이 찬란한 유산을 통해, 묵시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임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년 2월 4일 – 6월 8일 

•위치: BnF François-Mitterrand (Quai François Mauriac, 75706 Paris) 

 •요금: 일반 15€/할인 13€ (18-25세, 학생) 

 •운영 시간: 10시-18시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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