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리광장 답사기- 소르본 광장 (Place de la Sorbonne), 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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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응접실>
소르본 대학 응접실 출처 : 소르본 대학 사이트 https://www.sorbonne.fr/
한국의 한 교육대학 관계자로부터 소르본 대학 답사를 요청받고 학교측에 방문 신청을 했다. 약속대로 담당 교수는 정문 앞 분수대로 나와 우리를 마중했고 우리는 그를 따라 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중정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응접실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질문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한국 관계자의 질문:
-한국 교대 직원 : 아. 요즘 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걸 많이 꺼려요. 프랑스는 어떤가요?
-소르본 교수 : 젊은층에서 교사라는 직종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현상은 마찬가 지입니다. 우리도 고민을 많이 하였고 논의 끝에 교사 진입의 장벽을 다르게 구축하기로 했어요. 젊은 세대가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라면 교사 지원자의 연령대를 넓게 확대하기로 하자. 즉,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분들에게 연령 등 여러 제한을 줄이고 교사가 되는 기회를 폭넓게 확대하기로 했죠.
-한국 교대 직원 : 소르본 대학 교육의 장점 혹은 대학의 특성화 전략을 알려주세요.
-소르본 교수 : 소르본 대학에서는 우리의 말 과 글을 잘하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물론 학년이 올라가면서 본인들의 관심 분야를 다양한 이름의 전공으로 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영미권 대학들과의 경쟁을 이유로 많이 변화하고 있죠. 인문학 중심인 소르본 대학은 이제 파리 지역의 다양한 대학들에 소르본 대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지요.
소르본 대학 내부 계단. 출처: 소르본 대학 사이트 https://www.sorbonne.fr/
다양한 질문과 응답이 오간 뒤 한국 손님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방문객들과 인사를 하고 혼자가 되었고, 우아한 티타임을 소르본 응접실에서 보냈지만 행사 준비로 점심을 거른 탓에 배가 고팠다. 나는 그냥 센강 방향으로 걸었는데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지는 않았고 뭔가 탁 트이고 부담스럽지 않은 장소로 향했다. 종착점은 셰익스피어 서점(Shakespeare and Company). 이 장소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였다는 것과 불어를 못하던 헤밍웨이가 배고픈 작가 지망생 시절에 여기서 구걸하듯 책을 빌려본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서점 주변을 좋아한다. 센강을 보고 좌측으로 파리에서 가장 작은 골목길인 ‘고양이 낚시길(rue du Chat qui Pêche)’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면 케밥 샌드위치 가게들이 경쟁하며 손님을 부른다. 노트르담과 센강을 보며 가성비 좋은, 아니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곳으로 전 세계 배낭족들이 몰려드는 풍경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면서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무슨 소스를 먹겠냐는 질문에 « 매운 소스 하리사와 하얀 소스 듬뿍 »이라 말한 뒤 점원이 물어보기도 전에 미리 « 양파와 토마토와 샐러드 ! »라고 말하면서 내가 케밥의 전문가인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는 행동으로 마무리.
셰익스피어 서점 출처 : www.shakespeareandcompany.com
계산 후 샌드위치를 들고 나는 서점 옆 작은 공원으로 가 앉는다. 누군가 나에게 소울 푸드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파리의 경우에 당연 케밥 샌드위치이다.
내 벤치 옆에 아랍어를 섞어 쓰는 한 무리의 식객들이 둘러앉아 케밥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원주민들에게 무시와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런 불쾌한 경험은 이주자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방식으로 재현되는 경우가 있다. 나를 보고 한 녀석이 중국사람이라는 의미로 « 시누이 », « 차이나 » 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다. « 난 중국 사람이 아니란다 » 라는 말 대신 나는 «سلام عليكم(Salam alaykoum) »이라 응답했다. 이들은 갑자기 떨던 수다를 멈추고 경직한다. «لاباس(La bas) » 라고 잘 지내냐고 물으니 이들의 자세가 바뀐다. 그 다음 « هويا (Houyya) » 즉 « 어이 ! 부라더 » 라고 북아프리카 사투리로 마무리. 그러지 이들이 디저트로 준비해 온 아랍과자를 건넨다. 나는 파리의 센강이 내어준 소박한 응접실에서의 만찬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았고 즐겁게 작은 소풍을 마무리 했다.
Rue du Chat qui Pêche 출처 : https://parissecret.com/les-6-plus
petites-rues-de-paris/
한국 초기 영화의 전설 나운규가 젊은 시절 한반도를 떠나 러시아를 떠돌아 다닐 때의 글들을 보면 그 유랑과 방랑의 설움이 한 숟가락씩 참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는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한국으로부터 온 철도 건설 노동자들의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는 한국의 첫번째 국민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 아리랑 »의 모티브가 된다. 버스를 타려고 생 미셸 대로(Boulevard Saint-Michel)로 가서 지베르 서점(Gibert Joseph) 앞 정류장에 섰다. 그러고 보니 나도 타향살이를 하는 방랑객이라는 생각이 스쳐갈 즈음,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2011년 작 다큐멘터리 영화 « El Gusto »의 주제가 Ya rayah (يا رايح). 한국어로 옮기면 ‘떠나는 당신’이다. 프랑스에 거주 중인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의 심금을 처절히 울리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아우르는 마그레브 지역 출신 이민자들의 아리랑이다.
<강창일>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 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 영화 변사. 프랑스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회와 상영회를 통하여 한국영화를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 »(Ocrée Editions, 2021),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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