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혁의 <학부모와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한 스푼>-신라 시대 두 청년의 우정과 학업 -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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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국사를 더 재미있고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하고자 이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고구려의 경당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신라의 유물 하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신라인들의 생각과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임신서기석’인데요. 이 비석은 1934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발견되었는데, 신라 시대의 교육 내용과 방향을 잘 나타내 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임신서기석'은 검은 원숭이의 해에 해당하는 임신년에 두 사람이 서로의 약속을 기록해 놓은 돌입니다. 이 비석은 강돌에 매끈하게 새겨진 글씨를 가지고 있으며, 휴대가 가능한 크기(폭 12.5cm, 길이 32cm)로 되어 있습니다. 신라 시대의 한문 표기 방식으로 쓰인 이 비문은 국어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상태도 잘 보존되어 있어 읽기도 비교적 쉽습니다.
임신서기석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임신년 6월 16일, 두 사람이 함께 맹세합니다. 하늘 앞에서, 3년 후에 충성과 도덕을 완전히 배우고 실수하 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만약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큰 죄를 받을 거라고 맹세합니다. 나라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맹세합니다."
壬申年六月十六日, 二人幷誓記. 天前誓, 今 自三年以後, 忠道執持, 過失无誓. 若此事失天 大罪淂誓. 若國不安大乱世, 可{{宀/父/口}}行 誓之. 又別先辛未年七月廿二日, 大誓, 詩⋅尙 書⋅礼⋅傳倫淂誓三年.
-「壬申誓記石」-
이 비석에는 신라 시대 두 친구의 다짐이 적혀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3년이라는 기한을 정해두고 최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두 친구의 우정은 매우 깊고 강해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비석에 새겨진 내용은 신라 시대 청년들의 강한 의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이 청년들은 공부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도덕과 사회적 의무에도 깊이 몰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공동체를 위한 의로운 행동을 다짐했습니다.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넉넉하고 의로운 기상을 품고 있었을 두 청년이 참 듬직하게 느껴집니다. 이 비석은 또한 신라에서 유학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 분야였는지 보여줍니다. 유교의 오경 중 시경, 상서, 예기, 춘추전과 같은 경전을 배우는 것은 진지한 노력과 집중적인 학습을 필요로 했습니다. 비록 신라 시대의 교육 시스템이 조선 시대의 과거시험처럼 완벽하게 체계화되지는 않았겠지만, 이 사료를 통해서 적어도 신라의 지식인층은 유교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었으리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크지 않은 돌에 새겨진 묵직한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신라의 청년들처럼, 여러분도 목표를 향해, 뜻한 바 기한을 정해두고 열심히 학습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신 라 시대 두 청년의 우정처럼, 여러분도 주변 친구들과 의미 있는 우정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사료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역사학자, 이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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