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치의 상징, 쟝 마리 르 펜 향년 96세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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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및 프랑스 도처에서 축하 집회 열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Front national)의 창립자 쟝-마리 르 펜(Jean-Marie Le Pen)이 지난 7일 화요일(현지시각) 오-드-센(Hauts-de-Seine) 가르슈(Garches)의 한요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향년 96세다. 그의 사망 이후, 엘리제궁은 성명을 통해 "극우의 역사적 인물"이라 표현하고, "프랑스 정치사에서 그의 역할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간략하게 평가했다. 이어,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 총리는 그를 "투사"로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는 그를 "비전가"로 묘사하며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일부는 좌파의 이념에 반하는 그의 행적을 들어 조의를 표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사망을 기념하려는 시위가 프랑스 곳곳에서 열려 눈길을 모았다.
1928년 태어난 르펜은 전후 프랑스 극우 정치를 선도해온 인물이다. 1956년 27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선출됐으며, 1972년 극우 세력을 모아 국민전선을 창당해 반(反)이민, 민족주의, 반유럽연합(EU) 노선 등을 주창하며, 동성애 혐오자(homophobe), 인종차별주의자(raciste), 반유대주의자(antisémite)로 끝까지‘자신만의 노선을 고수한 극우주의자였다’고 르몽드는 증언한다.
1974년부터 꾸준히 대선에 출마하던 르 펜은 2002년 5번째 대선 도전에서 2차 투표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하며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다만 당시 극우세력의 집권을 우려하던 프랑스 국민들이 뭉친 결과 상대 후보였던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가 82%라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렇게 꾸준히 몸집을 부풀리며 지난 70여년 동안 프랑스 정치계의 주요 인물 자리매김한 르 펜은 그간 ‘반유대주의와 차별, 인종적 폭력 선동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사소한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그 의미를 부인하고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에이즈 환자를 특수 시설에 강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 영원한 프랑스 »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애국자일 뿐"이라고 항변하며 (자신의 이러한) 의견을‘평생 단 한번도’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2011년 아버지의 당권을 물려받아 당대표에 오른 딸 마린 르 펜(Marine Le Pen)과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이러한 극단적 사상을 비판하고, 그 주변 인물들을 당에서 내쫓았으며, 2015년 아버지 르펜도 당에서 퇴출시켰다. 마린 르펜은 나아가 당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 이름을 FN에서 RN으로 변경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는 프랑스 극우 정치의 대중화에 성공, 2017년과 2022년 두 차례 대선 결선까지 진출해 엠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맞붙을 만큼, 프랑스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쟝 마리 르 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화요일 저녁, 파리에서는 그의 사망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르 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약 650명이 파리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 모였으며, 이 과정에서 세 명이 체포되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반파시즘’구호를 외치며 일부에서는 불꽃 폭죽을 쏘아 올리고 노래를 부르는 등 기쁨을 표현했다. 같은 날 저녁 파리 이외에도 마르세유, 리옹, 낭트 등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이‘자발적’으로 집결해 환호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신 위에서 춤추는 거 용납할 수 없어"
이와 관련해, 브뤼노 르타이오(Bruno Retailleau) 내무부 장관(ministre de l’Intérieur)은 "어떤 이유로든, 그 무엇으로도 시신 위에서 춤추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한 사람(남성)의 죽음이, 설령 그가 정치적 적수였다 하더라도, 오직 절제와 품위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환희의 장면들은 단순히 수치스러울 뿐이다."라며 X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대변인 소피 프리마스(Sophie Primas)는 쟝 마리 르 펜(Jean-Marie Le Pen)의 사망에 대해 기쁨을 표하는 시위들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거의 문명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나는 이 시위자들이 거리에서 다시 모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들의 애착과 우리가 테러와 싸우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투쟁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에 대한 지하디스트 테러 10주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르 펜이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사망 당시 썼던 말을 인용하며, "죽음 앞에서는 적에게도 존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피 프리마스는 "쟝 마리 르 펜의 정치적 행보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발언과 행동 중 일부는 용납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의 딸,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은 "많은 사람들이'르 메니르'(le Menhir, 거대한 바위)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장례식은 르 펜이 태어난 모르비앙(Morbihan)의 라 트리니테-쉬르-메르(La Trinité-sur-Mer)에서 진행되었다.
<파리광장/ 현 경(HK)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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