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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30) -뤼베롱(Lubéron),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덕 위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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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누가 과자

“Tu nous gâtes!(할머니, 이러다 저희들 버릇 나빠지겠어요!)” 할머니가 꿀과 설탕, 아몬드로 이 과자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이렇게 외쳤다. 누가(Nougat)라는 과자 이름은 여기서 유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누가라는 단어는 호두과자를 가리키는 라틴어 눅스 가툼(Nux gatum)에서 유래하며, 호두가 나중에 아몬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프로방스에서 누가는 최소한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과자다. 누가의 품질은 재료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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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과자 


아몬드도 아몬드지만 꿀의 품질이 중요하다. 특히 라벤더 꿀을 넣으면 매우 고소한 맛을 낸다. 먼저 꿀에 함유된 물을 증발시키기 위해 꿀을 중탕한다. 그리고 꿀에 달걀 흰자와 설탕을 섞은 다음 포도당을 조금 넣고 미리 익힌다. 이렇게 익히면 누가 과자가 결정(結晶)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익히는 온도가 120도를 넘지 않으면 누가 과자는 부드러워지고 120도를 넘으면 단단해진다. 점도가 적당해지면 아몬드와 피스타치오 조각을 넣고 계속 저어준다. 호두나 개암 열매, 혹은 당과를 넣기도 한다. 반죽이 완성되면 특수 종이로 덮어 틀에 집어넣는다. 볶은 아몬드와 꽃꿀을 넣으면 색이 진해져 검은 누가 과자가 만들어진다. 검은색이든 하얀색이든, 누가 과자는 프로방스에서 크리스마스 때 먹는 13가지 디저트 중 하나다.


뤼베롱(Lubéron)-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덕 위 마을들

뤼베롱(Lubéon)은 동쪽에서 서쪽까지 60km, 남쪽에서 북쪽까지 5km가량 펼쳐진 기다란 장방형 모양의 거대한 산괴(山塊)로 동쪽에는 마노스크, 서쪽에는 카바이옹, 북쪽에는 압트, 남쪽에는 페르튀스 같은 큰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뤼베롱의 산과 들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현란한 색의 잔치가 벌어진다. 봄에는 개양귀비꽃의 눈이 시릴 정도로 진한 빨강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 여름에는 보라색 라벤더가 진한 향을 뿜어내며, 가을에는 포도밭이 노란색과 황금색, 붉은색, 적갈색, 보라색으로 물결친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뤼베롱의 풍경은 플랑드르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겨울 풍경〉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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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의〈겨울 풍경> 


이처럼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뤼베롱 지역의 높은 언덕에 올라 앉아 있는 마을(Village perché)들은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한다. 이 지역에 있는 메네르브와 루시옹, 고르드, 이 세 곳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인증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눈앞에 쫙 펼쳐지는 숨 막히는 절경을 더 잘 감상하고 싶으면 해 질 무렵 이런 마을에 올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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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베롱(Lubéron) 전경 


진짜 프로방스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엑상프로방스에서 A51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0분쯤 달리다가 D956번 지방 도로로 빠져나가면 바로 강이 나타난다. 뒤랑스강이다. 프로방스에서 가장 긴(323km) 이 강은 브리앙송 근처의 알프스산맥에서 발원하여 시스트롱, 마노스크를 지나 남쪽으로 흐르다가 페르튀스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카바이옹을 지나 아비뇽 근처에서 론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뒤랑스강은 잠시 후 도착하게 될 루르마랭(Lourmarin) 마을의 묘지(알베르 카뮈의 무덤이 있는)에 묻혀 있는 작가 앙리 보스코가 쓴 《아이와 강》이라는 작품의 무대이기도 하다.


루르마랭 : 카뮈의 소박한 삶

앙리 보스코의 작품 속 프로방스

아비뇽 출신인 앙리 보스코(1888~1976)는 일곱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프로방스 특유의 자연과 감성을 그려낸 30여 작품은 르노도 문학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그의 모든 작품은 앙바사되르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아이와 강》은 그가 쓴 많은 어린이 소설의 대표작으로, 한 소년이 아름다운 프로방스의 자연 속에서 모험을 벌이고 진정한 우정을 깨달으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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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마랭 전경 


파스칼레는 사이프러스로 둘러싸인 들판 한가운데 있는 작은 농장에서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밤에 그는 어른들이 풀밭 뒤로 흐르는 강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듣는다. 그들은 부글부글 끓는 강물과 홍수, 물속의 포트홀, 집시에 대해 얘기한다. 파스칼레는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이 강에 가고 싶어 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애야, 강에는 사람들이 빠져 죽는 구멍이 있고, 갈대밭에는 뱀이 있단다. 그리고 강가에는 집시들이 있어.” 어느 날 파스칼레의 부모가 여행을 떠나자 이모가 그를 돌보게 된다. 하지만 신경을 안 쓰는 이모 덕분에 그는 생전 처음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년은 그를 꿈꾸게 하는 이 강의 부름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날 강의 유혹에 굴복하여 강으로 향한다. 그러나 파스칼레가 탄 배가 갑자기 표류하여 무인도처럼 보이는 섬에 가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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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보스코 무덤 


여기서 그는 어린 소년 가조를 붙잡아 둔 험악한 집시들을 만나지만, 이 어린 인질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두 소년은 기지를 발휘하여 집시들에게서 도망치고 지략을 발휘하여 무인도에서 탈출한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간 파스칼레는 부모에게 가조를 소개하고, 가조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파스칼레의 부모는 그를 입양한다.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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