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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줌마 단상> 아이 교환학생 보내고 나서 겪은 "빈둥지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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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의무적인 외국 교환 학생을 가는 것을 두고 올해 초 아이는 어디로 갈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한국, 핀란드, 중국 등을 물망에 올려 놓았는데 결국 아이는 중국으로 결정을 했다.


아이가 어떤 나라로 갈지 결정을 하고 수속을 밟고 있는 와중에 가끔 해 질 녘이 되면,"아이 보내놓고 어떻게 살지" 싶어 울컥거리기는 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은 왔고, 아이 중국행 준비와 일까지 겹쳐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었다. ‘잘 준비해서 보내야지’ 하는 마음뿐 어떤 감정도 끼여들 틈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중국으로 떠났다.

예전에 내가 파리로 유학오기 위해, 당시 인천공항도 없었던 시절이라 김포공항에서 나를 탑승구 안으로 보내놓고 난 뒤 엄마는 팔 하나를 떼어낸 것 같다고 했고,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아이 어디 내다버린 것 같다고 나중에 이야기 하셨다.


아침 비행기라 일찍 공항으로 데려다 주고 와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팔 하나 떼어낸 느낌도, 아이 어디 내다버린 느낌도 아닌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엄청난 공허와 허전함이 엄습을 하더라.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바쁘게 살았다. 일도 많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심한 피곤함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단순한 육체적인 피곤함과는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빈둥지증후군’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증상이 비슷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1년 동안 외국으로 교환학생 보내고 ‘빈둥지증후군’을 겪게 된 것이다. 하루하루가 바쁜 삶이라 그런거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예전에 자연 유산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병원에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여자들 틈에서 나만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한 나이 지긋해 보이던 간호사가 울고 있던 나를 보더니 저렇게 반응하는거 참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그 말이 야속하게만 들렸다. 나는 너무 힘들고 슬픈데 나 같은 반응이 좋다니... 살다보니 저절로 그 말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힘들면 힘든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살아가는게 우리 인생인데 아닌 척, 괜찮은 척 허세를 떨다보면 나의 아픔은 내면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숨겨진 아픔은 분명 왜곡된 채 드러나게 된다. 그것도 엉뚱한 사람에게 엉뚱한 방향과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돌보아야 하는 것인가 보다"...

아이를 보내 놓고 나는 괜찮지 않았다. 한동안 나도 모르게 앓이를 했던거 같다. 곧 쓰러질 것 같은 극심한 피곤함은 어느 날 사람들과 어울려 맛난거 먹고 재미난 이야기하며 웃다보니 달아나 버렸다.


빈둥지는 먹이달라고 부리 벌리고 있던 새끼새들을 먹이던 어미새가 새끼새들이 자라 날아가고 난 뒤 혼자 남아있는 것을 뜻한다. 언젠가는 날아갈 새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다가 그들이 날아 버린 뒤 비어있는 둥지에서 느끼는 공허함이겠지.


나는 이번에 아이의 1년 교환학생으로, 내 품을 떠나 보내야 될 자식에 대한 예행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인생의 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알았다: 아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암탉 기질의 에미라는 것을 말이다.


작은 아이 없으니 집에서 밥을 좀처럼 안하게 된다. 그래서 김치거리 사다가 김치를 담구고, 국을 끓이고 신선한 제품 있는 슈퍼 가서 생선을 사서 소금에 절였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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