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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27)-하늘로 올라가는 니체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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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게는 니스의 빛과 공기가 필요하다. 내게는 천사의 만이 필요하다. 나는 라이프치히의 공기와 뮌헨의 공기, 피렌체의 공기, 제노바의 공기를 모두 마셔보았다. 니스의 공기는 이 모든 도시의 공기보다 더 맑다. 두더지와 햄릿의 피가 혈관 속을 흐르고 있는 나는 이제 다시 니스로 돌아왔다. 다시 말하자면 이성을 되찾은 것이다. 나는 내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나를 향해 ‘여기가 바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이다’라고 말하는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유럽의 하늘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듣는다.”

니체는 이렇게 외쳤다. 니체에게는 사유할 풍경이 필요했고, 그는 1883년에서 1887년 겨울을 보낸 니스와 그 주변에서 이 풍경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빛과 태양, 따뜻함뿐만 아니라 코스모폴리타니즘과 순수함, 자유까지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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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Èze) 전경 

그의 눈에 니스는 그리스 철학의 도시였다. 그는 이 도시에서 ‘의기양양하고 초 유럽적인’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자신이 독일인이라기보다는 지중해인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1899년 토리노에서 한 짐수레꾼이 지친 말에게 채찍질하는 걸 보고 미쳐버리기 전, 니스에 남몰래 여러 차례 머물렀다. 그가 머물렀던 곳은 모두 구시가지나 구시가지에 면한 서민 동네의 저렴한 민박집이었다. 그는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모파상이나 공쿠르 형제, 보들레르의 작품을 관심 있게 읽었다. 또한 니스의 바닷가와 성(루이 14세는 보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 성을 파괴했으며, 이때 완전히 부서지지 않은 큰 탑에 니체의 이름이 붙어 있다)이 있었던 언덕을 산책하고 망통(Menton)과 캅페라(Cap Ferrat), 빌프랑슈쉬르메르(Villefranche-sur-Mer) 등지로도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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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Èze) 전경 

이 열정적인 존재, 이 고독한 방랑자는 이 장소에서 그의 심오한 사유를 전개하였다. 니스에서 멀지 않은 절벽 위의 마을 에즈(Èze)로 올라가는 길은 특히 그를 매혹시켰다. 그는 〈이 사람을 보라〉에 이렇게 쓴다.

“내가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이라고 제목을 붙인 결정적인 부분은 기차역에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에즈 마을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구성되었다. 창조적 영감이 내 안에서 샘솟듯 솟아나자 내 근육이 최고로 잘 움직였다. 내 몸(내 정신은 제외하자)은 흥분했다. 사람들은 내가 즐거워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눈곱만큼도 피곤해하지 않고 6시간이나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산을 오를 수 있었다.”

니체의 산책로는 지중해에 면한 에즈쉬르메르(Èe-sur-Mer) 마을에서 해발 427m의 절벽에 자리 잡은 에즈빌라쥬(Èze-village) 마을까지 이어져 있다. 2.1km에 달하는 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니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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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Èze) 전경 

“모든 것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삶의 주기는 영원히 되풀이 된다.” 

그의 말처럼 이 길은 처음 1km가량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건조하고 황량한 자갈투성이 길을 힘겹게 기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난다!’ 키 큰 나무들이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는 숲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 위로 성모 승천 교회의 황토색 종탑이 눈에 들어오면 길은 끝이 난다. 드디어 하늘에 오른 것이다. 니체의 길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다. 

에즈를 여행하게 되면 마을 맨 꼭대기에 있는 열대 정원(Jardin Exotique - 20, Rue du Châeau, 06360 Èze)에 들어가 보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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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Èze)의 열대 정원에서 바라본 전경 

*니스에서 에즈로 갈 때는 니스의 보방(Vauban)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82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에즈를 구경하고 나서는 니체의 산책로를 따라 에즈 기차역까지 내려가서 기차를 타고 니스로 돌아가면 된다.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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