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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리광장 답사기- 콩트르스꺄르프 광장 Place de la Contrescarp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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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파트를 지나치면 바로 콩트르스꺄르프 광장(Place de la Contrescarpe)이 나온다. 내가 사는 꼭대기 하녀 방 근처에는 ‘한림’이라는 한국식당이 있는데, 나는 20대 학생 시절에 이곳에서 식사를 할 만한 돈이 없었고, 저녁시간 때에 이 식당에서 풍기는 냄새를 음미하며 마른 바게트를 먹었다. 하녀방의 샤워 시설이 열악하여 몇 미터 떨어진 투앙(rue Thouin)가 16번지에 위치한 장 타리(Jean Taris)라는 입장료가 저렴한 수영장을 자주 찾았다. 누구나 그러한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개별 작가들이 하나의 특별한 이미지를 모두가 이름표처럼 달고 있는 듯하다. 그 이미지는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예를 들어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경우, 마들렌 과자와 홍차  대신 리츠( Ritz) 호텔이 떠오르는 식이다. 다락방 근처 장 타리 수영장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이미지가 소환된다. 수영장에서 밀란 쿤데라 작품 속 화자 혹은 주인공이 되어 있었던 나는 머리를 말리며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건너편에서 잡지를 파는 담배가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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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빌가 2번지에 위치한 신문과 잡지를 파는 담배 가게. 골목길 끝이 콩트르스꺄르프 광장. 하늘 바로 밑 작은 창문들이 일명 하녀방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맵 


여기서 ‘르 마가진 리테레르(Le Magazine littéraire)’라는 월간 잡지를 사 들고 콩닥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나의 다락방으로 돌아간다. 이 잡지는 ‘까이에 뒤 시네마(Les Cahiers du cinéma)’라는 영화잡지와 함께 나의 최애 쌍두 마차를 이루며 문학 및 철학 관련 책과 작가를 소개하는 데 2017년 ‘르 누보 마가진 리테레르 (Le Nouveau Magazine littéraire)’으로 개명하였으나 인터넷 시대에 종이 잡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2020년 사라졌다. 암튼 아롱다롱 청년의 나는 난 이 잡지를 들고 블랭빌가(rue Blainville) 2번지에 위치한 레바논 샌드위치 가게 ‘오 비으 세드르(Au Vieux Cèdre)’ 앞에서 주머니를 뒤진다. 크기는 작지만 파리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가격의 걀레트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입에 넣으면 어네스트의 말처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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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agazine littéraire’의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 https://kroliczajama.pl/51539-magazine-litteraire-o-jacques-derrida-la-philosophie-en-deconstruction, 

https://www.abebooks.com/MAGAZINE-LITTERAIRE-N°434-SEPT-2004-ARTAUD/6524098309/bd



블랭빌가의 숙소 입구 계단에 앉아 잡지를 보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콩트르스꺄르프 광장에 뭔 일 없는가 살피다 보면 광장 중앙에 있는 나무가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나무가 아주 여러 번 모습을 달리한 2015년, 나는 다시 콩트르스꺄르프 광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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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빌가에서 보이는 콩트르스꺄르프 광장. 빨간 간판은 공연장 ‘Théâtre de la Contrescarpe’. 

이미지 출처 : 구글 맵


나의 다락방 건너편에는 ‘테아트르 드 라 콩트르스꺄르프(Théâtre de la Contrescarp)’라는 아주 작은 공연장이 있다. 작다는 것이 세상에서 두번째가 되기도 힘들 것 같이 작아서 객석에 앉으면 무대 위에 등장한 배우의 코털까지 셀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들의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까지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치명적 매력이 이 공연장의 정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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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Théâtre de la Contrescarpe’의 입구.  

이미지 출처 극장 공식 사이트 https://www.theatredelacontrescarpe.fr/la-salle/



나는 콩트르스꺄르프 광장에서 사진가인 레오나르와 화가인 클레르를 조우한 뒤  그들과 블랭빌가 5번지에 위치한 공연장으로 들어가려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보리스 비앙( Boris Vian)과 관련한 공연을 보자는 작당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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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프랑스국립도서관, BNF, Boris Vian (1920-1959) - Bibliogra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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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영화 변사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Ocrée Editions, 2021) »,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 »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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