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예술 분류

기메 박물관과 한국 (마지막 편) - 1892년, 한국에서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향기로운 봄 (Printemps parfumé) : 춘향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나는 초기영화역사의 연구자이자 한국과 프랑스의 비교문화 연구자로서 다양한 재단 및 아카이브를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 1895년 파리에서 벌어진 최초의 유료공공영화상영 이후 프랑스의 영화가 어떻게 어떠한 경로로 한반도로 흘러 들어갔을까 ?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 초기 프랑스영화의 한국유입 »에 대한 연구를 이유로 파테 재단 (Fondation Jérôme Seydoux – Pathé)을 방문하였다. 학술담당자는 나에게 파테 재단의 회계장부를 건넸다. 당황한 나에게 그녀는 « 돈이 나가고 들어온 흐름을 보면 좀 더 정확한 날짜와 근거를 알 수 있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64cdf5e894319568f1e83a9ccee09266_1721679733_5087.png    64cdf5e894319568f1e83a9ccee09266_1721679873_3265.png 

1892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된 춘향  (Printemps parfumé)의 표지와 삽화                                          출처 : 프랑스 국립 도서관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기메 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asiatiques – Guimet)의 회계장부에 의하면 프랑스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 홍종우가 이곳 기메 박물관에서 월 100 프랑의 급여를 받고 한국관 개관을 준비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기메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당시 파리에는 한국 대사관, 한국문화원 등 한국을 알리고 대표하는 기관이 없었으므로 홍종우는 이 모든 업무를 갓과 도포를 입고 홀로 몸소 실행한다. 그는 파리의 사교계와 문화계를 통하여 한국의 독특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렸다. 기메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홍종우는 에밀 기메(Émile Guimet)와 그의 절친, 화가이자 기자인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가 출판계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홍종우는 책의 출판이야 말로 고유한 한국의 문학을 소개하는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였다. 홍종우가 한국의 문학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에밀 기메와 펠릭스 레가메이 이 두 아시아 문화의 전문가인 프랑스인들은 바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 

 

에밀 기메: 프랑스 아니 유럽에 아직 한국과 그 문화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홍정우: 우리에게는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해 왔어요. 

 

펠릭스 레가메이: 예를 들면 ?


홍정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문학이자 현재 한반도를 지배하는 대표적 공연 형태인 “판소리”의 레퍼토리들은 한국인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면서 관객들과 매우 대중적으로 교감하고 있는 문학이자 공연 예술 장르입니다. 


에밀 기메: 아!그래요?대표적인 작품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홍정우: “춘향”. 즉 향기로운 봄이란 작품이 있어요. 아시는 바처럼 지금 우리 조선(한국)이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로 인하여 얼음 위를 걷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이 혹독한 겨울의 고난의 세월을 헤쳐 나가고 마침내 향기로운 봄을 맞이할 것이라는 강력한 집단적 희망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민속적 독특함을 배경으로 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 속의 어려움 속에서도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해 온 “선”한 사람들은 승리한다는 의지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에밀 기메: 아! 그렇군요. 그 작품을 파리와 프랑스, 유럽, 아니 전세계의 독자들에게 알립시다!


펠릭스 레가메이: 네. 프랑스어로 출판하시죠. 

 

에밀 기메: 아마 유럽어로 소개되는 최초의 한국문학 작품이 되겠군요.

 

펠릭스 레가메이: 공동집필을 위한 프랑스 작가(J.-H.Rosny)와 삽화 화가를 섭외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130여년전 프랑스 파리의 기메 박물관에서는 한국문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 사나이들은 향기로운 봄 (Printemps parfumé)이란 제목으로 “춘향”을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발간하는데 이 때가 1892년의 일이었다.


64cdf5e894319568f1e83a9ccee09266_1721679665_2722.png

<강창일 : 파리 8대학 박사 « 연극영화 » 전공, 파리 10대학 « 비교문화 » 연구자, « 무성영화 »의 변사>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