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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22) -옛 니스의 모습을 간직한 살르야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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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 호에서 계속

니스(Nice)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기후도 매우 온화해서 살기 좋은 도시다. 이 도시에서는 겨울에도 천사의 만을 따라 이어져 있는 영국인들의 산책길(이 길 이름은 옛날 니스에 살았던 부자 영국인들에게서 따왔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하염없이 지중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다.

니스는 매우 오래된 도시다. 기원전 6세기에 세워진 그리스인들의 니카이아와 기원전 100년경 로마인들이 세운 세메넬룸이 합쳐져 생겨났다. 중세 때 니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지금은 공원이 된 산 위의 성에 모여 살다가 14세기부터는 지금 옛 니스(Vieux-Nice)라고 불리는 성 아래쪽에 자리 잡았다.

 

-옛 니스의 모습을 간직한 살르야 광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지만, 옛 니스에서는 모든 길이 살르야 광장(Cours Saleya)으로 통한다. 왜냐하면 니스의 맥박이 뛰는 것을 바로 이 광장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니스 출신 작가 루이 뉘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 광장에서 니스의 맥박이 멈추지 않고 계속 뛰게 하는 것은 바로 여기서 매일 열리는(월요일은 제외) 꽃 시장이다. 1897년 처음 열린 이 꽃 시장은 원래 세계 최초의 꽃 도매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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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르야 광장의 꽃 시장 


지금은 꽃 도매시장이 니스 서쪽의 생토귀스탱 동네로 이전하고 광장에는 꽃을 소매하는 가게만 30여 군데 남아 있다.

동이 트자마자 살르야 광장은 울긋불긋 환해진다. 미모사와 제라늄, 달리아, 극락조꽃 등 프로방스 곳곳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꽃집마다 진열되기 때문이다. 이 긴 장방형의 광장에서는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열리는 꽃 시장 외에도 농민들이 직접 키운 채소나 과일을 파는 가게도 있다. 라벤더나 비누 같은 프로방스 특산품이나 니스의 전통음식을 살 수도 있다.

꽃 시장과 붙어 있는 옛 니스를 천천히 걷노라면 좁은 골목길 양쪽에 서 있는 황토색과 노란색, 붉은색의 알록달록한 집들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기서 많이 볼 수 있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은 니스가 이탈리아 땅이었을 때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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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르야 광장의 꽃 시장 


17세기에 니스는 바로크 예술이라고 명명된 새로운 예술운동을 이탈리아에서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니스는 프로방스에 박혀 있던 뿌리에서 뽑혀 나와 새로운 건축학적, 미학적 시대로 들어선다. 바로크 예술은 현실을 재현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의 감정을 고양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이 예술은 과장되고 화려하고 장엄하고 역동적이다. 환상적이고 장식적이다.

 

-바로크 예술로 탄생한 생트레파라트 성당

1650년에 건립된 생트레파라트 성당(Cathédrale Sainte-Réparate de Nice)도 이 예술운동의 결과로 세워진 많은 성당 건물과 마찬가지로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영감을 받았다. 중앙홀이 3개 있는 바실리카 회당식의 건물 양식과 가로 회랑의 교차부 위에 솟아오른 원기둥형 기초의 둥근 지붕은 이 건축 양식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10개 이상의 예배당이 있는 성당 내부는 매우 화려하다. 이 예배당들은 한때 이 지역에 사는 부유한 가문의 소유였다. 반원형 궁륭의 아치 부분은 아기 천사상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가로 회당을 내려다보는 둥근 지붕에서는 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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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레파라트 성당 

이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예수회 성당(1612년에서 1642년 사이에 건축)과 라카리스 저택(Palais Lascaris), 가리발디 광장도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니스는 또한 예술과 문화의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는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니스 카니발이 매년 2월에 2주일 동안 열린다. 리우 카니발과 베네치아 카니발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니스 카니발에는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모여든다. 이 카니발은카니발의 왕인물상을 선두로 20개의 대형 인물상이 길거리를 행진하는카니발 퍼레이드행사와 화려한 복장의 여성들이 갖가지 꽃으로 장식한 마차를 타고 가면서 구경꾼들에게 꽃을 던져주는꽃의 전쟁행사, 니스에 사는 여성 중 한 명을 선출하는카니발의 여왕행사, 여러 종류의 색종이를 뿌리는색종이 뿌리기행사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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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양식의 생트레파라트 성당 

 그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마세나 광장 인근에서 니스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재즈 페스티벌 중 하나로 1948년에 시작되어 2023년에 75회를 맞이하는 이 행사에는 그동안 레이디 블랙버드와 에밀리 파리지앵, 커티스 하딩, 이브라힘 말루프, 나윤선 등의 뮤지션이 초대되어 공연했다.

 

-파리 다음으로 미술관이 많은 니스

니스에는 샤갈 미술관과 마티스 미술관 외에도 현대 미술관, 팔레 라스카리, 마세나 빌라, 보자르 미술관, 아나톨 자코브스키나이브 아트 미술관, 샤를 네그르 사진미술관, 시미에 고고학 박물관 등 파리 다음으로 많은 미술관이 있다.

시미에 지구는 니스 북쪽의 고급 주택지다. 여기에는 니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샤갈 미술관과 마티스 미술관이 있다. 니스 기차역에서 30분만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넓은 올리브밭이 나타나고, 주변에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과 시미에 수도원, 고고학 박물관, 지금은 주거용 건물로 바뀐 엑셀시오르 레지나 팰리스 호텔과 마티스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15분가량 천천히 내려오면 샤갈 미술관을 볼 수 있다.

 

<글 사진 :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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