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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 박물관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과 한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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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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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élix Régamey가 그린 프랑스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 Le Monde illustré [1] 


1890년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항구에 두루마기를 바람에 날리며 한 동양남자가 도착한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처음보는 모자인 갓을 쓰고 있다. 이 사나이는 조선(한국)을 출발하여 일본의 나가사키, 오사카, 동경을 거쳐 요코하마, 상하이, 싱가포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프랑스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는 바로 파리로 향하는데 이제부터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 한 명은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라는 프랑스인으로 정치가이자 언론인, 일러스트 화가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1857년부터 1956년까지 르몽드 일뤼스트레 (Le Monde illustré) 라는 시사 주간잡지가 발행되었다. 위 이미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 주간지의 1894년 6월 23일자 402페이지이다. 프랑스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 그의 모습은 이렇게 한 프랑스의 신문 일러스트 작가에 의해 그려졌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서명을 보면 펠릭스 레가메이(Félix Régamey)라고 적혀 있는데 그는 프랑스 제5차 혁명으로 분류되는 파리 코뮌 (Paris Commune)이란 파리 시민들이 세운 자치정부 운동에 참가하였다가 반란이 실패한 후 몇 년 동안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작가 빅토르 위고도 파리 코뮌의 동조자로 몰려 이 시기 영국령에서 1년을 보내야 했다.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는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중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있는 문인들을 도왔다. 그 중에 한 명은 프랑스의 시인 랭보이다.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1891)는 열 여섯의 나이인 1870년 파리 꼬뮌에 호응하여 가출, 파리 북역에서 체포되었다가 다음 해인 1871년 런던으로 출발, 그곳에서 체류하게 되는데 이 때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는 어린 시인인 랭보를 친구로 대하며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물론 그는 런던을 활보하는 시인 랭보 (Rimbaud)를 스케치로 남겼다. 이러한 그의 성향을 보면 우리는  그가 1890년 파리에 도착한 최초의 한국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시 기메 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파리 16구, 이에나 광장에 위치 (6, place d'Iéna, dans le 16e arrondissement)한 이 아시아 예술 박물관은 1889 년 이 자리에서 종교박물관(musée des Religions)이란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리옹의 사업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에밀 기메Émile Guimet (1836-1918)는 1865년부터 이집트를 시작으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고대 사원을 방문하고 다양한 문화 유물의 컬렉션을 시작한다. 그는 조각상, 석관, 장례식 인형, 파피루스, 부적, 미라 등 수많은 물건을 프랑스로 가져왔으며 그의 이집트 방문의 체험은 1867년 파리에서 '이집트 스케치'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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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기메(Émile Guimet), 이집트 스케치 (Croquis égyptiens : journal d'un touriste), 1867년, 파리, J. Hetzel 출판사 [2] 

 

이 책을 들여다보면 여행자 에밀 기메의 생생한 체험이 글로 느껴진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그림 등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때 그는 앞으로의 여행에는 사진가 혹은 화가를 동반하리라 마음먹었을 것이다. 1889년에야 이스트먼 코닥사에서 셀룰로이드를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제조한 롤필름(roll film)을 생산해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므로 사진보다는 화가, 그 중에서도 당시 유행이던 일러스트 화가를 물색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관심은 인도, 중국, 일본으로 확장된다. 1872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에밀 기메(Émile Guimet)는 파리 코뮌에 연루되어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일러스트 화가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를 만나 거대한 아시아 프로젝트를 공모한다. 이들이 방문할 머나먼 나라들을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가 스케치할 것이고 에밀 기메(Émile Guimet)가 글을 써 파리에서 출판, 발표할 것이다. 4년 뒤 그들의 프로젝트는 현실화된다. 1876년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에밀 기메와 그의 친구인 화가 펠릭스 레가메이에게 인도에서 상하이를 거쳐 일본까지 탐방하는 극동지역 문화기행 파견임무를 수여한다. 


에밀 기메(Émile Guimet)는 당시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펠릭스 레가메이 (Félix Régamey)를 1876년 필라델피아 만국박람회에서 조우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복귀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들의 여정은 1878년 파리에서 열린 세 번째 만국박람회를 통하여 소개되고 같은 해 책으로 출간된다. 이제 이 두 사나이는 파리문화계에 안착하게 되고 1889년 에밀 기메가 자신의 기메 박물관을 파리에 개관하면서 이들은 프랑스 사교계의 핵인싸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바로 이 시기 조선(한국)의 한 사나이가 파리로 이들을 찾아온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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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 연극영화 박사 (프랑스 파리 8대학), 비교문화연구자 (파리 10대학) 무성영화의 변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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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https://gallica.bnf.fr/ark:/12148/bpt6k62244604/f6.item, [consulté le 18 juin 2024].


[2] Oxford University, https://archive.org/details/croquisgyptiens00guimgoog/page/n13/mode/2up, [consulté le 18 juin 2024]


[3] 저서:

Chang-il Kang,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 Roquebrune-Cap-Martin, Ocrée Editions, 24 septembre 2020, 253 p. ISBN 979-10-96382-14-9

Chang-il Kang,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Roquebrune-Cap-Martin, EDITIONS OCREE, 2023, 192 p. ISBN 979-10-9638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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