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칼럼 분류

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17) -생트로페: 아게의 어린 왕자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생트로페에서 동쪽으로 지중해를 따라가는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걸려 생라파엘(Saint-Raphaël)까지 갔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아게(Agay)라는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를 아게에 내려주었다. 여름이 지나서인지 마을은 한산했다.

알베르 코엔이 일흔셋에 쓴 《주군의 여인》 5부에서 시니컬한 ‘돈주앙’ 소랄과 관능적인 ‘주군의 여인’ 아리안이 오직 둘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던 곳. 두 사람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다 버리고 이 마을로 숨어들었지만, 이내 권태와 질투가 그들을 좀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 파괴적인 사랑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 아게에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작은 마을에 온 것은 지중해의 창공에서 스러져 간 한 영혼을 기리기 위해서다.

acb311cd7135990d77a9d5efbf2bedbd_1718658994_4908.png

생텍쥐페리(1900~1944)는 리옹 출신이지만 이 마을과 인연이 깊다. 그의 누이동생 가브리엘이 1923년 피에르 다게와 결혼을 했고, 그 얼마 전부터 항공 우편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아게에 있는 동생 부부의 성(18세기에 지어진)을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아게 성당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예술가 콘수엘로 순신 산도발과 종교 결혼식을 올렸다.

“아게는 심지어 먼지에서조차 향기가 풍기는 천국이다.

이 마을에 매혹된 쌩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40년 마지막으로 아게에 머무르면서 《성채》를 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그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쓴 《어린 왕자》는 1946년 처음으로 프랑스 서점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린 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는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두는 걸 보지 못했다. 어린 왕자가 지구별 여행을 끝내고 자기 별로 돌아간 것처럼 생텍쥐페리도 1944 7 31, 저 높은 하늘을 날아 자기 별로 떠났기 때문이다.

아게의 쇼핑센터 정원에는 어린 왕자의 샘이 있고, 이 샘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을 찬찬히 보라. 당신이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게 말이다. 이곳을 지나거든, 별 아래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기 바란다. 만일 어떤 아이가 다가와 웃어 준다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즉시 내게 편지해 주기 바란다….

 

야수파 화가들의 시작점

아게의 풍경은 강렬한 원색으로 구성된다. 하늘과 바다의 파랑, 숲의 초록, 바위산의 빨강. 이 강렬한 원색들은 19세기 말에 후기 인상파 화가들, 특히 야수파 화가들을 매혹시켰다.

acb311cd7135990d77a9d5efbf2bedbd_1718659045_9268.jpg
아게의 풍경 


1897, 아르망 귀요맹은 이 마을에 자주 들락거리면서 〈아게의 바위산〉을 그렸다. 1911년 그는 이렇게 쓴다.

나는 붉은 바위와 뒤틀린 나무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나는 이미 주홍색과 다른 붉은색 튜브를 다섯 개나 썼다.”

반 고흐와 고갱을 숭배했던 루이 방타는 아게의 풍경을 그려 이곳을 야수파 탄생의 핫스팟으로 만든 최초의 화가다.

acb311cd7135990d77a9d5efbf2bedbd_1718659114_5215.jpg
아르망 귀요맹 〈아게의 바위산〉 


얼마 지나지 않아 알베르 마르케와 샤를 카무앵도 아게를 찾아와 이곳의 야생적인 붉은 에스트렐 산괴를 강렬한 색깔을 사용해 간략화, 추상화의 기법으로 과감하게 표현했다.

이들은 1905년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가을 살롱전의 7번 방에 뜻을 같이하는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과 함께 작품을 전시했고, ‘야수파라고 불리게 되었다.

<글 사진: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