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인권의 날에 프랑스 ‘자발적인 임신 중지(IVG)의 자유’ 헌법 인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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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자발적인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가 되었다. 지난 3월4일 헌법에 등록하는 최종 단계인 베르사유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투표에서 찬성 780표, 반대 72표를 받아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제 ‘자발적인 임신중지 자유’가 프랑스의 기본법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3월8일 세계 여성 인권의 날((Journée des droits des femmes)에 프랑스 법무부가 있는 파리 방돔광장에서 인장을 찍는 행사를 가졌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Emmanuel Macron)의 참석 하에 열린 이 행사는 대중들의 박수 속에서, 프랑스 법무부 장관(Ministre de la Justice de France) 에릭 뒤퐁- 모레티(Eric Dupond-Moretti)가 ‘자발적인 임신 중지(IVG)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헌법(la Constitution)에 명시하며 공화국의 인장을 찍었다.
"공화국의 인장이 오늘, 자유를 위한 긴 투쟁을 봉인한다." 라고, 마크롱 대통령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이번 행사’에서 이렇게 선포했다. 이 날 행사는 ‘자발적인 임신 중지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며, 기본법으로 공식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방돔 광장에서 가진 "자발적 임신 중지 자유" 헌법 인장 행사에서
(사진: 르몽드)
여러 여성운동 지도자들의 주시 하에 헌법에 공식적인 인장이 되는 순간,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여성주의자들은 ‘오늘’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며 감격했다. 이 날 방돔(Vendôme)광장에는 여성주의 운동가, 유명인사, 여러 정당의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등 각계각층의 관중들이 모인 가운에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200년이 넘은 오래된 금속 프레스가 닫히며 공화국의 인장을 텍스트에 찍은 후, 카트린 랑제르(Catherine Ringer)가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이예즈«La Marseillaise»"를 재해석한 공연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 됐다. 수정된 ‘라 마르세이예즈’는 "불순한 피로 물들여진 우리의 논밭"을 "헌법에 정의된 순수한 법"로 바꾸어, ‘자발적인 임신 중지 의 자유가 기본법(Loi fondamentale)에 포함되었다’는 가사로, 방돔 광장에 울러퍼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71년 4월 5일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Nouvel Observateur)'의 표지에 등장한 343명의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들 여성들은 당시 이 잡지를 통해 ‘자발적 임신 중지의 자유’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잡지의 표지에는 "나는 임신 중절했다’는 성명서에 서명한 343명의 프랑스 여성 명단"이라는 제목이 실렸으며, 그들은 당시 형사상 처벌까지 직면하면서도 그러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 성명서는 프랑스에서 임신중절을 합법화하기 위한 호소를 담고 있다. 이는 특히 임신중절이 비밀스러운 환경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하는 의학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대통령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여성들의 운명은 다른 이들에 의해 봉인되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자발적인 임신 중지(IVG, une interruption volontaire de grossesse)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이를 유럽 연합 기본권 헌장(Charte des droits fondamentaux de l’UE)에 포함시키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유럽 연합(l'Union européenne) 내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이 승인된 이후, 이 집단적인 투쟁의 성과를 기리기 위해서 "대중적 행사"를 원했으며, 또 헌법 개정에 기여한 지젤 할리미(Gisèle Halimi)와 시몬 베일(Simone Veil) 등 "여성 운동의 큰 인물들(페미니즘의 거장들)"의 묘지에 헌정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와 1971년 여성 "343명 성명서"의 최연소 서명자인 클로딘 몽떼이(Claudine Monteil, 프랑스 작가이자 여성 인권 활동가) 등 유명인사들이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초청되었다. 이날 방돔(Vendôme) 광장에는 모여든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외국 관광객들 등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역사적인 순간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진 촬영 등을 하며 축제분위기를 고조했다.
여전한 남녀 임금 격차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온 여성들
한편, 2024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리 방돔 광장 주변을 비롯해 프랑스 곳곳에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여러 여성운동 지도자들의 주동 아래, 프랑스 전역에서는 여성과 남성 간 평등을 지지하는 200여 시위들이 일어났다. 시위는 보르도(Bordeaux), 리옹(Lyon), 마르세유(Marseille) 같은 대도시 뿐만 아니라 피니스네르(Finistère)나 벨포르(Territoire de Belfort)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일어났다. 특히 프랑스 최대 노동총연합(CGT)은 이날 "모든 기업과 모든 행정에서 존재하는 임금 격차"를 비판하며, 파리 감베타(Gambetta) 광장을 거쳐 바스티유(Bastille) 광장까지 행진을 했다.
또, 프랑스 민주노동총연맹(CFDT, Confédération française démocratique du travail)이 처음으로 이번 세계여성의 날에 파업 및 시위를 촉구했다. 사무총장 마리리즈 레옹(Marylise Léon)은 "여성들이 책임 있는 직책에 진입하는 데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며 France 2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통계적으로 남녀 평등을 달성하는 데 1 세기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날 파업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RTL에 출현한 엘리자베스 본(Elisabeth Borne) 전 총리는, 정치권에는 "더 은밀한 형태의 성차별이 남아 있다."고 밝히며, "당신은 계속해서 남성과 비교된다. 기준은 남성"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린 시위는 대부분 축제 분위기였지만, 파리에서는 프로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지지자) 운동가와 프로이스라엘(이스라엘 지지자) 운동가 간의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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