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프랑스 분류

프랑스 농민들이 분노한 이유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농민 시위대 트랙터 봉쇄 2주 만에 해제

정부, 유럽(EU) 수준의 규제완화 및 실질적인 지원 약속


854e1a580e661820be7895a7f33155e6_1707170522_815.jpg
 

농민들의 강경한 시위가 2주째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지난 2 1일 프랑스 정부가 추가 재정 지원 및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며, 성난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주요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시작한 도로 봉쇄 시위를 일단 중단하고 새로운 방식의 투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지난 2주 동안 펼쳐진 농민과 정부 사이의 팽팽한 기장감이 한층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농민 시위, 무슨 일이 벌어졌나?

지난 1 18일 이후, 여러 농업 단체들 (FNSEA, Jeunes agriculteurs, Coordination rurale, Confédération paysanne)의 주도 하에 프랑스 전 지역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국도와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파리를 봉쇄할 것이라 위협하며 강경 시위를 해왔다. 이 움직임은 1 29에 파리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트랙터로 봉쇄하면서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파리 근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경찰력이 투입되는 등 성난 농민들과 정부 사이의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며 흡사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는 헝지스(Rungis, 국제도매시장)에 화물 트럭 접근과 차단을 피하고, 한편으론 파리 지역의 공항 접근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국적으로 15,000명의 경찰과 경찰대원이 동원되어 상황을 관리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번 농민들의 시위는 그들의 생활과 일(생업) 모두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 불충분한 소득에 반해 에너지 요금 폭등과 농업용 차량에 사용되는 디젤에 대한 세금 증가, 기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손실, 그리고 복잡한 행정적 문제가 더해져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농민들은 또 더 낮은 규제가 적용되는 수입 제품과의 경쟁을 비난하며, 특히 유럽(타국가) 수입 제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는 대안 없는 농약 사용 금지(Interdiction de pesticides, 살충제)에 항의하며,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규제완화 및 대폭 지원 약속으로 농민 시위 일단락, 트랙터 봉쇄 2주만에 해제

▶프랑스 농약(살충제) 관련 환경 규제→ EU 기준으로 완화하고 새로운 기준 만들 것

가브리엘 아탈(Gabriel Attal) 총리는 지난 2월 1일 목요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 기준보다 과도하게 적용 중인 환경 규제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유럽과 프랑스의 기준을 일치시킬 것"이라며 "유럽의 다른 곳에서 승인된 물질을 우리만 금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살충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코피토 계획(Plan Écophyto)'을 일시 보류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에코피토 계획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2025년까지 농업지역 및 비농업지역에서의 농약, 살충제, 제초제 등의 화학 물질(약품) 사용(Utilisation des produits phytopharmaceutiques) 50% 줄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프랑스에서는 금지된 살충제 티아클로프리드(thiaclopride)’를 사용한 외국산 과일과 채소는 더 이상 프랑스 시장에 들어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탈 총리는 이 살충제를 쓴 농산물 수입을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Safeguard)' 조항을 즉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U 2019년부터 이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를 쓴 농산물 수입을 막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몰디브산 저가 농축산물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프랑스 "곡물" 부문 해결을 위해 관세 부과 방안 등을 언급했다

정부는 “프랑스 농업인들에게 더 강한 규제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대안이 없는 경우 농약 사용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농업의 미래 및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다양한 대책 및 지원 강화→국가의 식량 안보 강화 재확인

10년 내에 농업인의 절반 이상이 해당 직업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젊은 농업인들의 강한 기대와, 특히 이번 도로 차단 시위에 응대하여, 총리는 농업 사업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발표했다. 그 중에는 상속세 감면 관련 임계값 상향 조정, 저리(低利) 대출, 그리고 농업 사업 설립과 세습을 위한 예산(Budget pour l'installation-transmission) 17백만 유로에서 20백만 유로로 증액하는 것이 포함된다.

정부는 또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에갈림법(loi Egalim)' 적용을 강화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갈림법은 식품제조업체, 유통체인 간 치열한 가격 전쟁에서 생산자인 농민의 피해를 방지하는 법이다. 총리는 마찬가지로 농축산업자들이 불공정한 경쟁에 빠질 우려가 있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과의 머코쑈르(Mercosur, 스페인어로 남부공동시장) 무역 협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 협정은 머코쑈르 국가들과 유럽 간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확대하고 양측 경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농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농산물(과수원) 수확을 위해 필수적인 계절 노동자들은 비자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농가 사업주들은 최저 임금에 대한 사회보험 부담금 면제 혜택을 계속 받게 될 것이다. 축산농가 지원을 위한 15천만 유로( 2167억원)의 재정 지원책도 발표됐다.

정부는 아울러 "식량 주권(engagements de souveraineté alimentaire)의 목표를 법에 명확히 적시하겠다" "농업을 근본적인 국익으로 농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들이 판매한 가격보다 "유통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역시 "전체 유통 과정에서 중간 매개체(제조업, 소매상 등)들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챙긴다"는 사실과도 관련된다.

이러한 내용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충분한 양의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측면도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노력은 국가의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나아가 음식에 대한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며, 결과적(근본적)으로 국가의 경제와 국민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재정경제부 장관은 "제조업체와 슈퍼마켓 체인 모두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위반 시 매출액의 2%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조사()기관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표시한다. EU 공동농업정책(CAP) 보조금 지원 조건 중 하나였던 "경작지 4% 휴경 의무화도 올해에는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EU의 방침은 전체 27개국의 합의가 이뤄져야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예측하기 현재로선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를 포함해 중·대형 유통업체들 및 관련 기관 모두, 농업계가 당면한 이러한 현실 및 모든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각자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생산자들을 무시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농민들을 이번 시위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 주요 농민 단체, 봉쇄 중단 발표 → 정부의 언행일치를 강조하며,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통해 투쟁을 지속해 갈 것

청년농민(Jeunes agriculteurs/JA)대표 아르노 가이오(Arnaud Gaillot)는 전국농민연맹(FNSEA)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재 발표된 모든 것을 고려해 우리의 행동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 봉쇄를 중단하고 새로운 형태의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노 루소(Arnaud Rousseau) 전국농민연맹(FNSEA) 대표도 "우리는 가시적인 진전과 함께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들었다"며 정부의 발표에 대해 평가한 뒤, "시위를 끝내는 것이 아님"을 재차 명시했다. 그는 "정부의 발표가 진짜인지(실행되는지)를 지켜보고, 만약 (이번에도) 말뿐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했다. 한편, 루소 회장은 농민 시위에 불만 대신 지지를 보내 준 시민들에게는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전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에 크게 감동했다. 현장에서 많은 응원과 이해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며, "25년 가까이 이 일에 종사해 오면서 프랑스인들의 이런 지지를 체감하고 느낀 건 처음"이라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