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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연재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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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2



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연재를 마치고,  

이재형 작가의 파리 저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2022년 디이니셔티브 출판)를 연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몽마르트르 박물관 옆의 옆집(코르토 거리 6번지)에는 <짐노페디>(한국에서는 한 침대회사의 광고에 삽입되었다)로 널리 알려진 음악가 에릭 사티가 살았다. 

그는 이 집에 살던 1893년, 즉 스물일곱 살 때 한 살 많은 화가 쉬잔 발라동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쉬잔 발라동은 뛰어난 미모로 퓌비 드 샤반이나 오귀스트 르누아르, 테오필 알랙상드르 스타인렌 같은 화가의 모델 노릇을 했으며,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연인이기도 했던 자유분방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화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분홍색 집>을 그린 몽마르트르의 화가 유트릴로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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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사티가 살았던 집이라는 표식


이 두 사람은 에릭 사티의 집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낸다. 하지만 쉬잔 발라동을 사모해왔던 에릭 사티에게는 이 밤이 사랑의 시작이었을지 모르지만 쉬잔 발라동에게는 사랑의 끝이었다. 에릭 사티는 실연에 절망, “머리를 공허함으로, 가슴을 슬픔으로 가득 채운 얼음처럼 차가운 고독”을 경험한다. 그의 이 같은 절망과 고독이 응축된 음악이 바로 <짐노페디>다. 

나는 이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짐노페디>를 듣고, 그때마다 그의 외로움이 내게도 전해져 가슴이 아려온다. 


바토-라부아르 아틀리에

아베스 지하철 역을 나와 타르트르 광장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에밀 구도 광장이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광장이 하나 나타난다. 

이 광장의 <세탁선(Bateau-Lavoir)>이라는 아틀리에에서는 피카소나 후안 그리스, 반 동겐 같은 화가나 막스 자코브, 아폴리네르, 마크 오를랑 등 그때까지 유행하던 시풍을 혁신한 시인들이 모여 살았다. 몽파르나스에 있는 <뤼슈(Ruche, 벌집이라는 뜻)> 아틀리에보다 먼저 만들어진 이 공동생활체는 불행히도 1970년 5월에 불에 타버려 지금은 입구에만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건물은 그 뒤로 다시 재건축되어 지금도 외국인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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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토-라부아르 아틀리에 


원래는 피아노 공장이었던 이 목제 건물은 1860년경에 세워졌는데, 가운데 긴 복도를 두고 양쪽에 방이 늘어서 있어서 배의 선실을 연상시켰고, 그래서 <세탁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이 건물에는 가스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았으나 대신 세가 싸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 또 집이 딱딱 붙어 있어서 사생활은 보장되지 않았으나, 대신 세입자들 간의 관계는 돈독했다.


이 세입자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피카소다. 월세가 15프랑이었던 이 건물에 들어오기 전부터 피카소는 이미 몽마르트르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전기를 이룬 것은 바로 <세탁선>에서이다. 그는 여기서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만나 7년간 함께 살았다. 이들의 살림살이는 간단했다. 트렁크 하나, 침대 하나, 냄비 하나, 의자 하나, 책상 하나, 이젤, 붓. 그리고 1905년 후안 그리스와 그의 가족이 여기 들어오면서 큐비즘의 미학적 모험이 시작되었고, 피카소는 1907년 여기서 큐비즘 운동을 알리는 작품인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그렸다. 


갈레트 풍차

원래 몽마르트르에는 40개 정도의 풍차가 돌아갔지만, 지금은 2개만 남아 있고, 그중 하나는 사유지 안에 있어서 실제로 볼 수 있는 건 갈레트 풍차 하나뿐이다. 

그런데 왜 몽마르트르에서 이렇게 많은 풍차가 돌아갔을까? 

사크레 쾨르 성당 앞의 전망대 아래쪽에는 반원 모양의 분수가 세 개 있다. 그런데 분수가 세워지기 전에 이곳은 석고 광산의 입구였다. 말하자면 사크레 쾨르 성당 아래는 석고 광산이었고, 석고를 다 파낸 뒤에는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크레 쾨르 성당을 세울 때 붕괴될까봐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넣은 35미터 길이의 쇠기둥을 85개 박은 다음 그 위에 성당을 올려놓아야만 했다. 

자, 덩어리째 파낸 석고는 아무 데도 쓸 수 없다. 잘게 가루로 빻아야한다. 또 염료나 화장품을 만들 때 쓰는 재료를 얻기 위해 곡물이나 뿌리를 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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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트 풍차 


갈레트 풍차 안의 정원에서 젊은 남녀가 춤추는 장면을 그린 것이 르누아르의 <갈레트 풍차에서의 무도회>라는 그림이다. 주중에 파리에서 힘들게 일한 젊은 노동자들이 주말에는 이곳으로 몰려와 갈레트빵을 먹으며 춤추고 노래했다.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도 풀고 짝도 찾았다. 이 그림은 오르세 미술관에 걸려 있다.


본 프랑케트 식당

툴루즈 로트렉과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에밀 졸라 등이 그 당시에는 나무 당구대라고 불리던 이 식당을 자주 들락거렸다. 반 고흐가 그렸고 지금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술집>이라는 그림은 이 시골 분위기 물씬 나는 술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며, 몽마르트르의 화가 유트릴로도 이곳을 그려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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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랑케트 식당 


이 식당의 간판에 쓰인 문구를 보면 그 당시 예술가들이 어떨게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Aimer, Manger. Boire et Chanter!(사랑하라, 먹어라, 마셔라, 그리고 노래하라!)” 


분홍색 집 

분홍색 집은 화가 유트릴로(1883-1955)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몽마르트르에서 태어나고 몽마르트르에서 죽은 유일한 유명 화가인데, 어머니 쉬잔 발라동의 복잡한 남자관계 때문에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자 어머니의 연인들 중 한 명이었던 스페인 출신 화가 미구엘 유트릴로가 아들로 인정해준 덕분에 유트릴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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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집 


그의 어머니는 로트렉과 고흐, 르누아르 등의 누드모델이었는데, 연인 관계이기도 했던 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보다가 자기도 화가가 되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10대 때부터 알코올 중독에 빠져 힘든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림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재기, 27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유명 화가가 되었다.


라팽 아질

라팽 아질은 날쌘 토끼라는 뜻이다. 1860년에 생긴 이 카바레는 원래 이름이 “살인자들의 카바레”였다. 풍자 삽화가인 앙드레 질이 이 카바레의 간판을 그렸는데, 포도주 병을 든 토끼가 냄비 위에서 뛰어 오르는 그림이다. 그래서 카바레의 이름이 Lapin à Gill, 즉 질의 토끼라고 불리다가 서서히 Lapin agile (날쌘 토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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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팽 아질 


1903년에 데데 영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철거 예정이던 이 카바레를 사서 자기가 기타를 치며 대중가요를 선창하면 손님들이 따라 부르도록 했는데, 피카소와 유트릴로, 모딜리아니, 아폴리네르 등의 예술가들이 단골이었다. 피카소는 식사를 하고 돈이 없자 지금 수백만 유로를 호가하는 “익살광대”라는 그림을 맡겨두기도 했다. 


<글 사진: 이재형 작가>


이재형 작가의 <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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