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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줌마 단상>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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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학생인 작은 아이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간절히 기다릴 때 이야기다. 누군가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린 시절 엄마 품에 있다가 유치원과 학교를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가 만 7살즈음이었던 같다. 한참 품에 끼고 키우던 시절이다.


아이 아빠가 한국을 다니러 갔을때, 작은 아이와 함께 자곤 했었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며 잠자는게 참 행복했었다. 불을 끄고 누우면 침대 바로 옆에 창문이 있어 반짝이는 별들을 함께 세어보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 불빛을 보고는 어둠 속에서 눈을 치켜뜨며 어디로 가는 비행기인가 하며 서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날도 불을 끄고 아이와 함께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묻는다: "엄마, 코랄리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니고 엄마가 12월 24일에 선물을 놓고 간다고 했어. 코랄리는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는데" 라고 한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너는,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니?" 아이는, "그럼 !!!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 그런데 믿기에는 너무 신기한것 같애" 라고 한다. 말의 뉘앙스에 이미 산타에 대한 의심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까미유는 산타를 믿지 않는데,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시지 않는데" 라고 한다. 아이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언니가 그러는데, 산타 할아버지 집 전화번호는 공공공공별별별별 [0000****]이래. 엄마 맞아 ?"라고 한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음. 음" 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 집의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매년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잘해오다가 그 전해 크리스마스 즈음 너무 복잡한 일들이 많아 미처 아이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 당시는 아무 말없이 지나가던 딸이 섣달 그믐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와서는 본인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못받았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송구영신 예배에서 친구들끼리 산타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던 것이다. 아차! 싶었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만회할 방법을 찾은 것이 엄마가 산타할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서 다음 날 꼭 선물 가져오시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린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환상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쓴 방법이었다. 그 말에 딸은 눈물을 멈추었고 부랴부랴 선물을 마련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아이는 산타의 전화번호가 궁금했던 것이다. 계속 전화 번호를 물어와서 곤란했었는데, 그날 느닷없이 전화 번호를 또 다시 물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이는 "엄마! 진실을 가르쳐줘,,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는거야?" 라고 한다.


진실을 알려줄까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아직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믿고 있는 아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금은 충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요하게 나를 추궁하지도 않았고 조금은 의심스럽지만 믿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우고 습득해야 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또한 친구들과 여러 관계들을 겪게 되면서, 세상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왕자님을 마술같이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라는걸 알아가면서 스스로 그 환상을 벗을 수 있게 내버려 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부모가 그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은 어린 시절의 풍부한 정서 함양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어 알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빛 바랜 옛 사진을 꺼내본듯,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아이의 어린시절, 산타할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였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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