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줌마 단상> 부모가 되어 예전 내 부모 심정을 헤아릴 나이가 되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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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내년 의무적인 외국 교환 학생을 두고 나라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핀란드, 중국, 싱가폴, 한국 등을 놓고는 정하지 못하고 좀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딸아이 둘을 참 품에 끼고 키웠는데, 막상 아이 외국 보내놓고 나면 걱정이 좀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다가 문득 그 옛날 나의 엄마 아버지는 나를 어떻게 이 먼 곳, 프랑스로 유학을 보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89년 외국 나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당시에는 인천국제공항도 없었고, 김포에서 거의 24시간을 날아 이곳, 프랑스에 도착했다. 당시 외국 나가는 게 큰 일이라, 대구에서 이모 네와 온 가족이 나를 배웅하러 왔었다. 서울에 있던 선배 언니도, 그리고 나의 첫사랑이었던 그 남자도 공항에 왔었다.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때 탑승구로 들어가는데, 엄마는 울어서 눈이 벌개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버지 모습만 기억에 남아있다.
아버지는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에 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중에 한국 다니러 갔을 때 말씀하시기를, '그때 애 어디 내다버리는 듯한 심정이었다'고 하셨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나의 프랑스 유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던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분이 아니고,
대구에서 김포로 오는 동안 내 손을 잡고 못 놓고 있었던 엄마는 언제 하늘의 부르심을 받을지 모를 팔십 중반의 노모가 되어있다.
딸 아이가 외국에 교환학생 가야된다고 해서 함께 고민하다가 떠오른 그때 그 시절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이제 내가 부모가 되어 내 부모의 심정과 입장을 헤아릴 나이가 되었다.
시간은 때로는 약이라고 하지만, 참 잔인하게 여기질 때가 많다.
큰 딸 바보였던 나의 아버지를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가버린게 시간이고, 곱디 곱던 엄마를 노인으로 만들어버린 야속하고 잔인한 시간이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일이겠지만, 시간이 잔인하다고 허무한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다.
어쩌면 그러기에 하루, 한순간을 더욱 귀히 여기고 아껴가며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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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나우리의하루님의 댓글
- 너와나우리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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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의 댓글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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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고국의 품으로 가시는군요. 내 부모 형제가 있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만 품고 열심히 살아가려 하고 있답니다. 응원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