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연재 (8)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 추천
- 목록
본문
오르세 미술관 두번째
본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연재를 마치고,
이재형 작가의 파리 저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2022년 디이니셔티브 출판)를 연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3. 1층 18번 전시실에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화풍이 7년 사이에 어떻게 확연히 바뀌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두 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하나는 그가 23세 때인 1863년에 그린 <노르망디의 농가 마당>(Cour de ferme en Normandie)이고, 또 하나는 1870년에 그린 <로슈 누아르 호텔, 트루빌>이다. <노르망디의 농가 마당>과는 달리 <로슈 누아르 호텔, 트루빌>은 30세인 모네가 이미 인상파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하늘의 구름, 왼쪽에 모자를 들어올린 남자 등을 보라. 대상을 몇 번의 붓질에 의해 순간적으로, 감각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그 윤곽이 뚜렷하지 않고, "빛은 곧 색채다"라는 모네 자신의 말대로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들이 다채롭게 사용되었다.
이 작품 양쪽에는 1858년 모네를 알게 되어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그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가르친 “해변 풍경”의 화가 으젠 부뎅(1824-1898)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모네는 이렇게 말한다. "부댕 씨는 정성을 다해 내게 그림을 가르쳐주었다. 내 눈이 천천히 뜨였다. 나는 자연이 무엇인가를 이해했다. 그와 동시에 바다에 대해서도 배웠다."


▷ 마르모탕-모네 미술관(2,rue Louis Boilly)에는 "인상파"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모네의 <인상. 뜨는 해>가 전시되어 있다. 파리 북쪽 의 도시 르 아브르 항구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순간적인 느낌으로, 즉 인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872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파리에 있는 사진작가 나다르의 스튜디오에서 1874년에 열린 1회 인상파 전에 전시되었다.
모네의 <<인상. 뜨는 해>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식사>가 있고 모네가 그린 <풀밭 위의 식사>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같은 전시실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우선 에두아르 마네의(1863) <풀밭 위의 식사>. 이 작품은 1863년 살롱전에 입상을 못해낙선전에 전시되었는데, 낙선전에 전시된 3천여 점의 작품 가운데 단연 주목을 받았다. 배경은 파리 시내 서쪽에 있는 불로뉴 숲이다. 이 그림에 그려진 사람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우선 벌거벗고 있는 여성은 빅토린 뫼랑(1844-1927)이다. 1층 14번 전시실에서 볼수있는 마네의 또 다른 문제작(1863)에서 올랭피아의 모델이기도 하다. 마네는 그녀를 파리법원 복도에서 만났다고 한다(마네의 아버지는 법무부 고위관리였다). 그녀의 오른쪽 모자 쓴 남자는 마네의 동생(화가 베르트 모리소와 결혼하는)이고, 뒤쪽에 있는 여성은 마네의 동거인인 쉬잔 레엔호프, 그리고 뫼랑 바로 오른쪽의 또 다른 남자는 쉬잔 레엔호프의 동생이다.
관람객들은 벌거벗은 평범한 여성 뫼랑이 자기들을 똑바로 응시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것은 유구한 회화적 전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의 여신 비너스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이상화된 여성에 한에서였다. 그런데 뫼랑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아름답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으며 피부가 매끈하지도 않다. 관객들은 이처럼 평범한 여성을 이렇게 큰 캔버스에 그려놓은 마네에게 분노한 거나 마찬가지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모네의 <풀밭 위의 식사>
<비너스의 탄생>은 카바넬(Alexandre Cabanel,1823-1889)이라는 화가가 모네의 <풀밭 위의 식사>와 같이 1863년 살롱전에 출품한 작품인데, 입상을 한 건 물론이고 나폴레옹 3세의 으제니 왕후는 이 그림을 즉시 구입했다. 말하자면 이 <비너스의 탄생>이야말로 그 당시의 평론가나 언론,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아 팔리는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비너스는 우리 주변의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화된 존재인 것이다. 반면 마네의 벌거벗은 뫼랑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살아 움직인다.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
마네의 <올랭피아>
여덟 살 많은 마네가 <풀밭 위의 식사>로
단숨에 이름을 알리자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모네는 부러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네에 대한 오마주로,
또 한편으로는 마네처럼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밭 위의 식사>(1866)를 그렸다. 하지만 모네는 마네에 비해 간이 작았나보다. 크기만 마네의 보다 더 크지 그냥 평범하다. 그림 한가운데 여성(그녀는 나중에 모네의 아내가 될 카미유다)은 알몸이 아니다. 이 당시의 그는 그림을 거의 팔지 못했기 때문에 집세가 밀려 집주인에게 나중에 돈이 생기면 찾아갈 테니 잘 보관해달라고 부탁하고
이 그림을 맡긴다. 하지만 집주인은 이걸 습기찬 반지하방에 처박아두었다. 나중에 모네가 찾으러와 보니그림이 훼손되어 어쩔 수 없이 훼손된 부분을 잘라내야만 했다. 그래서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이 작품은 일부가 잘려나갔고, 조금 더 일찍 그려진 더 작은 버전은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글 사진: 이재형 작가>
관련자료
-
다음
-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