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한생존 잼버리’ 파행국면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 추천
- 목록
본문
‘예견된 사태와 안일한 대처'
2023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8월 1일(현지시각)부터 한국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3 제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가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주최측의 부실한 운영과 안일한 상황대처로 연일 질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청소년(만14세-17세) 야영 축제 활동’으로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행사’인 만큼, 세계 각국의 시선이 한국으로 모이면서, 일부 해외 누리꾼 사이에서는 조롱거리로 전락해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2023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을 꼬집는 밈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보면 누리꾼들은 잠긴 야영장을 풍자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나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를 꼬집는 글을 잇따라 게시하고 있다. 특히 해당 SNS에는 장맛비에 침수된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관련 밈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 사상 최대의 참가규모와 최악의 운영 미숙
이번 세계잼버리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광활한 새만금 잼버리 부지(8.84㎢)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팬데믹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각국의 스카우트 활동이 위축되었음에도, 159개국 43.225명이 참가했다.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30,050명, 지도자 3,496명, 운영요원 9,709명)
하지만, 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 개최에 계속된 장마·폭염·허술한 준비 등 '총체적 부실'로 이번 잼버리는 사실상 파행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세계잼버리에서는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을 추억할 수 있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173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운영 주최측의 미숙한 준비와 운영, 열악한 환경 및 안일한 현실 인식과 대처에 결국170개의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 또, 35도가 웃도는 폭염이 겹치면서 개막 첫날인 1일 야영지에서 온열질환자가 단숨에 400여명 발생했다. 행사 개최 전부터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지역인 8.8㎢ 간척지, 그늘이 거의 없는 갯벌에 천막과 텐트만 설치된 곳에서 (수만명이 여름 야영을 하는) 대회를 개최한다는데 우려가” 곧 현실화된 것이다. 애초 그늘이 없어 여름 야영에 부적합한 새만금 매립지를 잼버리 장소로 정한 것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결국 지난 4일(현지시각) 영국 스카우트가 행사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제일 먼저 철수를 결정한 영국 스카우트는 이번 세계잼버리에 4천5백여 명을 파견해, 잼버리 참가 인원 전체의 10분의 1이 넘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다. 앞서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3일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 그리고 관련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주한 영국대사관이 전했다.
영국은 20세기 초반 세계 최초로 소년 스카우트 야영을 성공한 종주국이다. 이 때문에 종주국의 철수 결정이 다른 참가국에 미칠 영향이 클 거로 예상된다. 전북도는 영국 스카우트의 행사장 철수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을 선두로 다른 국가들의 철수가 이어진다면 새만금 잼버리는 사실상 실패한 대회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도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하겠다는 이메일을 잼버리 학부모와 국제 봉사 팀원들에게 보냈다. 미국 스카우트는 5일(현지시각)까지는 정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다음날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해 오는 11일까지 머물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어서 벨기에 대표단과 독일, 싱가포르의 철수 검토 등이 잇따라 전해진다.
◆ "작년부터 그토록 경고했는데", 예견된 사태와 안일한 대처 비판
이번 잼버리 대회의 문제는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우려와 지적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작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특히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내부 경고가 지난 해부터 묵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잼버리를 공동 주관하는 여성가족부는 지난 달 25일 브리핑에서, 장마 직후라 텐트를 쳐야 하는 대회장에 물이 고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김현숙 장관이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저희가 배수로를 만들었어요. 가보시면 가로세로 배수로가 다 있어서 물 빠짐이 잘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김 장관의 이런 장담은 일주일 만에 무색해졌다. 폭우 이후 기존 배수로만으로 물이 빠지지 않자, 주최 측은 결국 임시방편으로 웅덩이까지 파야 했다. 고인 빗물을 모은 뒤, 양수기를 돌려 퍼 올리는 고육책을 쓴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폭염 대비책 역시 작년부터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지만, 여가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영내 그늘 시설 조성을 완료하였고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설치"하였다고 했지만,
개영 이후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대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는 10만 명분의 얼음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마저도 대회 조직위 내부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건의했던 사안이라 알려졌다. 그때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도보로 2시간이 걸리는 뗏목 체험장과 승마장을 비롯해, 주요 시설을 대회장 중심에 모아 참가자들의 동선을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 추대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 잼버리를 대통령으로서 전폭 지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라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미숙한 준비와 운영, 안일한 대처로 이미 파행국면으로 들어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잼버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라면서,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더위와 싸우느라 너무 바빠서 재미를 느낄 시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잼버리에 자녀를 보낸 영국 학부모들은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불판을 터트리고 있다”며, “자녀들이 모기가 들끓는 곳에서 지내는 것은 물론 식량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더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 폭염 속 스카우트 행사 안전 우려 고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4일 밤(현지시각) 영국의 철수 결정 직후 성명을 냈다. 세계연맹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도 주최 측이 행사를 이어가기로 했다면서, 추가 자원을 투입해 폭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주최 측 보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또 "주최 측과 한국 정부에 재정, 인적 자원을 동원해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
관련자료
-
다음
-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