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달콤한 황금빛 스위트 와인, 보르도 쏘테른(sauternes)

와인은 포도의 당분이 효모를 통해서 알코올로 발효되면서 단맛은 사라지고 술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당분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 술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남은 당분으로 인해서 달달한 와인이 만들어지게 된다. 브릭스로 표시하는 당분의 양은 술로 만들었을때에 알코올 도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일반적으로 식용과일은 10브릭스 내외인데 이는 술로 만들면 절반의 알코올 도수가 나오게 된다. 20브릭스면 10도의 알코올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샤인 머스켓이 18에서 20브릭스의 당도가 나오게 되니 통상 13도의 알코올을 가진 와인의 포도품종은 10브릭스대의 식용포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당도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은 헝가리의 토카이와 보르도 쏘테른의 귀부 와인(귀부는 한자로, 우리말로 옮기면 귀하게 부패했다는 뜻)이 있고, 2차 발효 후에 당분을 추가하는 샴페인과 늦수확해서 얼은 상태로 와인을 만드는 독일의 아이스 와인이 있다. 귀부 와인의 경우 보트리티스라는 곰팡이 균에 감염된 포도알이 포도껍질의 손상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당분과 산도가 농축되어 젤리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이 포도알을 정성스레 수확해서 술을 담아 엄청난 당분으로 인해 알코올 발효 후에도 단맛이 남는 와인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귀부 와인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만들어질 수 있는데 지리적 기후적인 조건이 맞는 해에만 수확할 수 있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 보르도 남부의 소테른 (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이다. 1855년에 보르도의 그랑크류가 지정될 때 소테른 지역도 지정되게 되고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이 주변의 다른 포도밭들도 보트리티스 균의 활동으로 비슷한 혜택을 누리는 지역이 있는데 루피악이나 몽발지악 같은 경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귀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우선 포도밭은 강가의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고 보트리티스 균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강가의 안개가 주기적으로 끼여야 한다. 가론 강으로 흘러 드는 온도가 다른 시내물로 인해 가을철이면 이 주변에는 안개가 매일 피어나게 되는데 이 안개로 보트리티스 곰팡이들은 포도 알에 맺힌 안개의 수분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10시 이후 부터 쏟아지는 햇빛으로 인해 곰팡이의 활동은 중지되고 다음날 다시 안개와 함께 곰팡이의 활동이 재개되는데 이런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수분은 빠져나가지만 포도의 당분은 그대로 유지되는 귀부 현상이 일어나고 잘 부패된 포도알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수확해 술을 담게 된다.

포도밭에서는 면적당 일정수확량이 존재하는데 일반 적포도주의 경우 60핵토리터 이상을 수확하고 생떼밀리옹 그랑크루의 경우 40핵토리터로 제한되는데 최고의 소테른이라는 디켐의 경우 8핵토리터 못 미치는 수확량으로 유명하고 일반와인과는 달리 귀부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여러 번에 나누어서 수확하므로 그 비용은 고스란히 와인가격에 반영되게 된다. 또한 안개의 형성이나 가을 일조량의 부족은 귀부 현상이 일어나지 않거나 너무 진행되어 당분마저 곰팡이에 오염될 가능성도 있어서 이럴 경우 수확량이 줄거나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세미옹 품종은 특히 보트리티스 균에 민감해서 귀부 와인용 품종으로 쓰이고 이 균에 약한 피노그리는 알자스 지방에서 귀부 와인용 품종으로 재배된다. 단맛이 증폭된 세미용 품종은 이후에 향이 풍성한 소비뇽 블랑과 블랜딩해서 풍성한 향을 지닌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물론 주조후에는 오크통 숙성을 통해서 보다 복잡한 향을 지닌 와인이 되는데 달달하고 부드러운 세미용과 산도와 향이 좋은 소비뇽 블랑으로 꿀 감귤류 파인애플 꽃향이 풍성하고 견과류 바닐라 카카오의 향이 어우러지는 귀부 와인이 완성된다.

그러나 가론강 건너 맞은편의 앙트르두메르에서도 이런 귀부 병을 통한 여러 와인이 존재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대체제로 이용될 수 있다. 카디악, 생크루와뒤몽, 몽발작이나 루피악이 대표적인 저렴한 귀부 와인으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스위트 와인들이 있다.

<파리광장, 이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