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맘 지니의 단상> 바다 같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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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끝에 용기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 지금의 글까지 잘 도착했다. 생각의 모티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과정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생각들에 잠시 멈춰봤다. 난 할 말도 많지만, 쓰고 싶은 글은 더 많다. 글을 쓴다는 건 넓디 넓은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기분이다. 종이라는 바다를 만났을 때 종이와 나는 오롯이 둘이다. 종이만큼 내게 너그러운 친구는 없다. 종이를 만나면 파도의 자연스런 물결에 내 맡긴채 내 사유는 맘껏 헤엄친다. 말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말에 끼어들 무례함을 범할 우려조차 필요 없다. 난 사람에게 약하다. 그만큼 내게 소중한 것도 사람이다. 하지만 글을 쓸때 만큼은 애착도 사랑도 잊는다. 오직 나랑만 대화하면 된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파도의 힘에만 맞춰 내 생각은 속도조절 하면 된다.
글쓰기를 할 때면 난 바닷속을 물질하는 해녀가 되고 고기잡이 어부가 되는 기분이다. 일상에 표류하며 떠다니는 생각들. 그들의 이름은 정체 불명의 모호함이고 불분명함이다. 그들이 자원이 되어 한 점 두 점 낚시망에 들어와 산물로 만들어질 때 내 관점과 생각들은 불을 비추고 보석 같은 결정체로 견고해진다. 부유하는 생각들이 의미가 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생각이 굳어지는 딱딱함이 아니라 다음 생각의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로 자리를 잡아간다.
글쓰기는 나를 만나기 위해 깜깜한 심해 속까지 램프를 밝히고 헤엄쳐 들어가는 기분이다. 한 때 글쓰기를 자기표현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써보니 글쓰기는 자기를 만나는 과정이 더 맞다라는 생각이 든다. 표면상 떠다니는 생각들이 미끼가 되어 물고 물어 들어가 볼 수록 생각의 갈래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창작에 앞선 깊은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자기와의 조우. 그런 만남이 있었기에 창작은 산물로 세상의 빛을 만나게 된다.
글쓰기는 바다를 헤엄치며 운동하는 발한작용 같기도 하다. 사우나나 격한 운동을 하며 몸 속 찌꺼기가 빠지듯 글을 쓰면서 생각의 노폐물이 빠지고 진솔한 생각들이 남아나온다. 글을 쓰는 동안 맘껏 사유하고 모티브를 찾고 검색을 하고 글을 만들고 마지막 조탁까지 나름의 땀을 빼는 과정들을 겪으며 청아하게 빛나는 생각들이 자리잡아 글로 환생하는 쾌감은 도파민 활성화의 회로 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동기 부여. 행동 강화. 감정. 보상의 만족감을 주는 글쓰기는 사고의 운동이다.
난 생각 중독자다. 멍때리는 순간에도 희한한 망상, 상상, 공상, 회상, 가상이 내 온몸을 돌아다닌다. 사유하지 않는 삶은 나를 메마르게 하고 기계적인 삶에 지치게 한다. 끝내 내가 나를 방치하고 살아가는 무참한 생활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깊은 사유는 쓰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고 내 생각이 글로써 탄생하는 순간 나의 생각은 에너지를 갖는 유기적 활동을 한다. 생각이 글이 되고 글이 생각이 되는 반복적 상관관계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주체가 변해가는 과정이다. 생각으로 글을 쓰고 글로써 생각을 다듬고 다듬어진 생각은 나를 다듬는다. 말과 글에도 에너지 작용이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나의 글이 내게 영향을 끼치듯 내 글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도 효용성 높은 행간의 에너지를 잘 전달해야겠다는 작은 소명감마저도 이제 느껴진다. 나만의 비밀 일기장이 아니기에 '글 잘 썼네 '라는 평가도 좋지만 ' 좋은 여운이 느껴지는 글' 을 향한 맘들을 약속해본다. 한국에서 파리까지 난 오늘도 헤엄쳐간다.
<땡큐 맘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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