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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순례길 연재 (1), 르퓌 순례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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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앞으로 13회에 걸쳐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를 연재합니다. 

게재를 허락해준 이재형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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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 성인은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가 부활한 뒤 전 세계로 복음을 전하러 떠난 다른 제자들처럼 야고보도 전도를 위해 이베리아 반도로 갔다. 7년 뒤, 그는 여전히 로마인들이 점령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갔다가 유대의 헤롯 아그리파 1세의 명령에 따라 참수되었다. 그리하여 야고보 성인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기독교인들은 그의 유해를 훔쳐 배에 실었고, 천사들이 물길을 안내했다. 7일간 떠돈 끝에 그의 유해는 스페인 서쪽 끝의 갈리시아 지방에 닿아 묻혔다. 야고보 성인이 정확히 어디에 묻혔는지는 7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혔다. 810년경에 은둔자 펠라지우스(Pelagius)는 꿈속에서 이 성인의 유해가 묻힌 장소를 계시 받고 떠나 무덤을 발견했다. 무덤이 있던 곳은 캄푸스 스텔라에(별이 떠 있는 들판)라고 불렸다가 지금은산티아고라고 불린다.


산티아고의 명성은 기독교 세계에 멀리 퍼져나가 산티아고 순례는 11세기부터 14세기 사이에 황금시대를 맞았다. 야고보 성인의 축일인 7 25일이 주일인 해, 즉 성년(聖年)이 되면 4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가 이곳을 향해 걸었다. 13세기 중반 예루살렘이 터키인들에게 점령당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버리자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욱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이 순례는 시작되자마자 중세 유럽을 각성시켰고, 그 덕분에 과학과 의학, 철학 등의 학문이 크게 발전했다. 순례자들을 위해 도시와 마을이 세워졌고, 다리가 건설되었고, 성당과 병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14세기에 들어 산티아고 순례는 서서히 잊혀갔다. 백년전쟁에 이어 16세기에 종교전쟁이 발발하고, 그들을 보호해주던 템플기사단도 해체되면서 순례 여행을 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20세기에 들어 기적처럼 되살아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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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다 보면 순례자들이 배낭이나 모자, , 지팡이에 조개껍데기를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순례자들은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바닷가에서 이 조개를 발견, 순례를 마치고 돌아갈 때 그것을 자기가 힘든 순례를 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물 겸 기념품으로 자랑스럽게 매달고 갔다. 고대 이후로 유럽인들은 마법과 악운,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개를 몸에 매달고 다녔다. 이 같은 상징적 이유로 조개는 야고보 성인의 상징이 되었고, 이 조개에는 이 성인의 이름이 붙여졌다.


보통 유럽인들(요즘은 캐나다인과 미국인, 일본인, 한국인도 르퓌에서 많이 출발한다. 최근 들어 르퓌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이 길의 존재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국인들에게 르퓌 순례길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르퓌 순례길 이야기>를 연재하려는 것이다)은 산티아고 순례를 프랑스의 르퓌(le Puy)에서  시작해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를 거쳐 스페인 서쪽 끝의 산티아고에서 끝내는데, 기간은 두 달에서 두 달 반가량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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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Grande Randonnée, 장거리 코스) 65로도 불리는 르퓌 순례길은 프랑스 제3의 도시인 리옹에서 남서쪽으로 110킬로미터쯤 떨어진 종교도시 르퓌에서 출발해 남서쪽으로 걷다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의 길이다. 2021년에 이 르퓌 순례길을 걸은 순례자는 2 5천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숫자는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길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볼 만한 문화유산이 많고 풍경이 다양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순례자에게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례길에 있는 도시나 마을 사람들은 순례자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매우 호의적이다.


그리고 다시 생장피에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서쪽 끝 산티아고까지 이어진 750킬로미터의 길이 바로 한국인들이 많이 걷는 프랑스 순례길(이 프랑스 순례길은 프랑스가 아니라 스페인에 있으며, 한국인들은 흔히 이 길을 산타이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이다. 이 길 역시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소요된다. 2022년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실의 집계에 따르면 이 마을에서 출발한 순례자의 숫자는 52926명이었다.


보통 프랑스에 있는 이 르퓌 순례길과 스페인에 있는 프랑스 순례길을 합쳐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 물론 프랑스에는 르퓌 길 말고 다른 순례길들이 많이 있고, 스페인에도 프랑스 길 말고 다른 순례길들이 많이 있다. 어느 길을 걷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단 길을 나서는 일이다.


<르퓌 순례길 이야기>는 앞으로 르퓌에서 생장피에드포르까지 750킬로에 이르는 르퓌 순례길을 구간별로 나누어 13회에 걸쳐 연재할 생각이다.  



<글, 사진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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