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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트 캐피탈, 김상란 작가의 검은 사막(Désert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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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상란 작가 


20232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아트 캐피탈의 살롱 콩파레종 자유설치 그룹(Groupe Installations libres)전에는 한지 조형 매듭의 대가로 알려진 김상란 작가가 설치작품 «Désert noir »를 선보였다. 

김상란 작가는 매년 콩파레종 살롱에 작가로서 참여할 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설치미술분야 큐레이팅을 맡아 전시 기획부터 작가 선정 및 소개 등 문화중재자(Médiateur)로서 역할을 꾸준히 맡아온 인물이다. 대학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한 김상란 작가는 한국 전통 지승*기법과 현대적 조형 기법을 동시에 이용한 한지 작업에 기반을 둔 작품을 발표하며, 전통의 현대화에 앞장서 온 조형예술가다.

올해 살롱 콩파레종에 출품한 작품 « Désert noir » 역시 작가의 인연 재료인 한지와 전통 공예 기법인 줌치**에 기반하여 작업한 추상 설치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짙은 묵향(墨香)을 내뿜는 검정색이 주를 이뤄 강한 첫인상을 풍기는 동시에 한지 특유의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마치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사구를 연상시키는 캔버스 부조물과 그 아래 설치된 거울 그리고 그 위에 놓인 3개의 인간 형상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언뜻 사막 유목민의 전통의상을 입고 웅크리고 앉은 듯한 모습이지만, 사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어떤 섬세한 묘사도 찾아볼 수는 없다. 관객이 보는 방향에 따라서 무심하게 구겨진 종이 뭉치처럼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연히 발견할 법한 석상이나, 사막 한 가운데서 발생한 짙은 석영 모래를 품은 강풍을 철저히 온 몸으로 견뎌내며 살아가는 유목민 혹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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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란 작가와 그의 작품, <검은 사막 Désert noir>  


« 나의 (예술적 기반이 되는) 출발은 공예입니다. 공예(작업)는 뭔가 두 종이가 처지거나 깨지는 것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난 그런 것이 나를 속박하고 가두는 느낌이랄까… (공예작업의) 그런 면이 나한테는 별로였습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자유롭게 내 호흡대로 맞게 놔두고 억지로 (뭔가를) 하지 말고 편하게 두자강하게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그랬더니, 이렇게 형태가 깨질 곳은 깨지고 마치 화산 같은 형태,(캔버스 화면 위에) 추상적인 형태가 나왔습니다. 이런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종이 두 장의 이야기를 나는 (작업으로) 끌고 가는 겁니다작품 제목을 « Désert noir »라고 한 이유는 제가 유럽문화를 접하면서 처음 발견한 곳이 사막 지역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보통 산악지역이라 생활속에서 사막이라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파리 1대학에서 처음 수업할 때 지도교수님이 주신 주제가 사막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막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하라로 떠났습니다. 그때부터 사막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대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지를 통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내 작업의 주요 주제 및 테마는 사막입니다. 유럽세계를 통해서 (사막과 같은) 다른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 (김상란 작가 인터뷰 중에서 :2023.02.14)     

한지라는 재료 그 자체의 유연성과 아름다움을 작품화 하며, 정형화된 형태와 미의 틀로부터 탈피에 성공한 김상란 작가의 여유로움을 작품 « Désert noir »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승 기법

조선 시대 특유의 공예기법으로, 한지를 좁다랗고 길게 잘라서 손으로 비벼 꼬아 노끈을 만들고 이를 엮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기법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줌치 기법

공예기법의 하나. 두 겹의 한지를 물만으로 붙이는 방법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착시키고 주물러 아주 강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를 몇 시간 동안 물속에 담가 주무르고 치고 두들기다 보면 닥의 섬유질이 아름다워지고 광목처럼 질긴 성질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장의 한지를 겹치게 되면 가죽만큼 질겨진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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