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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맘, 지니> 삶의 시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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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난 이후 햇살의 질감이 꽤 다르게 느껴진다.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따뜻한 기운들이 시간적 순리를 얘기하듯 대지와 하늘의 틈새로, 가늘지만 당당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과연 봄이 올까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추운 겨울도 이제 하루 하루 멀어지고 있다. 흔히 겨울이라는 계절은 힘든 시간의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쓰이지 않는가.  나 또한 50을 넘게 살면서 여러 번의 인생 겨울을 경험한 듯하다.  

겨울을 겪을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 구절이 야속하고 냉정하게 들릴 만큼 내 아픔에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기를, 슬픔과 고통을 향해 영원한 안녕을 바래보지만 늘 그랬듯 2022년의 겨울이 지나면 2023년의 겨울이 어김없이 찾아오듯 또다른 슬픔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삶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연속 시리즈 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겨울이 있어 봄 햇살이 따스했고 여름의 뜨거운 빛이 있어 가을의 풍성함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미묘한 순환의 조화가 우주의 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끔은 나의 주관적 시간과 인생 이야기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일분 일초도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의 냉정함에 내 자신이 뛰어 보아도 부처님 손안에 있는 손오공 밖에 못되는 거 같아 시간의 절대성에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인류는 농경사회로 정착하며 어쩔 수 없이 태양계의 자식으로 살아왔고, 천체의 원운동과 함께 주기적 순환의 흐름에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원환 적 시간을 살아왔다.

반면, 시간은 한번 가면 오지 않는다는 역사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직선적 시간들은 언젠가 시작과 끝이 있기에 소명을 다 해가야 한다는 신과의 약속 마냥 엄격한 흐름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도 시간에 대해서 의견들이 분분한데 나의 한 줄 요약으로 시간을 정의한다는 건 지극히 건방진 태도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시간의 지속적인 상수 개념과 그 시간 속 운동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변화 개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의연했고 강산은 그 속에서 갖은 변화를 겪었다. 그 강산들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본연의 동일성을 유지했을까 아님 시간과 환경 속에 섞이고 녹아가며 서로 스며들어가는 질적 변화를 겪은 것일까? 갑자기   "너 많이 변했구나! ", "아니. 난 여전히 변하지 않았어! "하는 대사가 생각난다.

우리는 수십년간 거울을 보지 않은 날은 없었을 것이다. 아침마다 난 어제와 다른 나를 거울 속에서 확인했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많은 변화들을 겪어온 듯하다.

이제 2023년의 봄이라는 갓 태어난 시간 앞에서 새로운 변화 에너지를 위해 묵은 생각들을 깨끗이 버리고 정리해본다. 의도적인 나의 노력으로 모든 걸 변화시킬 것이라는, 신에게 도전하는 무모한 열정은 이제 없다. 이 열정의 부산물은 늘 좌절이었으니까. 시간한테 다 맡기고 뭐든 다 되게 되어있다는, 무조건적 낙관은 더더욱 없다. 반대 편에는 늘 안일함이 머물렀기에...  그저 여태 살아온 스스로의 인생 경험 옆에다가 늘 냉혹하지만 관대한 시간의 위력에 나를 의지하면서 하루하루 새 봄의 변화 에너지를 생성시켜볼까 한다. 나 자신과 시간이 잘 화합하기를 바라면서

< 땡큐 맘,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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