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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줌마 단상> 프랑스에서 개봉된 -부산행-, 좀비 영화 보고 눈물을 흘리다니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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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아줌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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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판 좀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얼마전 프랑스 21개 지역에서 개봉되면서 프랑스 비평가들의 반응이 호평 일색이었고, 이 영화를 본 지인이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9월초 개학은 했지만, 조금은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부산행>을 보러 갔다. 파리 14구 고몽 몽파르나스 영화관을 선택했다. 한국판 좀비 영화라는 것, 그리고 공유가 주인공이라는 것외에는 어떠한 스포일러 없이 보게 되었다. 혹여 잔인한 장면이 있을까봐 염려스럽기도 했다. 영화관에 왔다고 팝콘을 사먹는 아이들에게 공포 영화 보면서 먹히겠냐고 했더니, 본 영화 시작되기전 반 이상은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말은 맞았다. 나까지 가세해 마치 영화 보면서는 비위 상해 못먹을 것처럼 부지런히 먹어댔다.

주말 저녁 모처럼 아이들과 한국 영화 보러가는게 신나기만 했다. 자랑삼아 전시준비 중인 한인 젊은 작가들에게 이야기하는 푼수까지 떨었더랬다. 어떤 이는 엄마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두번째 사람 죽고나서부터는 엄마가 영화관을 나가버리더라고 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인 것 같았다.

누구는 강력히 추천하고, 또 어느 누구는 끝까지 보기를 거부해 버리는 <부산행>이었다. 그도 그그럴 것 좀비가 나오는 영화다. 뭐가 그리 유쾌할수 있겠는가. 상영관안으로 들어가며 한국 사람들 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 셋뿐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팝콘 먹는게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상한 장면은 없었다. 처음부터 몰입하게 만들었고, 이기적인 역할로 나오는 공유와 남을 위할줄 아는 마동석, 그리고 결국 마동석을 도와 사람을 구하는 공유의 회심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회심이라기 보다는 영화속의 공유의 역할은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를 그리고 있었다. 지극히 이기적이어서 아내로 하여금 떠나게 만들고, 아이를 사랑은 하지만 어떻게 사랑하는지 모르는 아버지,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지극한 가족 부양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좀비들의 속성을 금방 알아차리게 했고, 그들을 어떻게 유인할수 있는지 알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위하고 품고 있다. 아이에게 잔잔한 정을 줄줄은 모르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던져 아이를 구하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첫단추가 잘못끼여진 이후 일어나는 결과였을뿐이다. 폐기하려고 했던 프로젝트를 공유의 욕심으로 다시 살려 일어난 엄청난 결과라는 것을 알고 난뒤 그는 오열하게 된다. 인간의 욕심이 얼버무려진 비도덕성이 어떠한 참담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마지막에 딸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이와 만삭의 여인은 부산행 열차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터널을 통과하면 안전 지역인 부산에 도착하게 되는데, 부산을 사수한 군인들은 의문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상부에 보고하고 사살 명령을 받는다. 그때 실루엣만 보이는 어두운 터널속에서 아이가 학예회때 아버지를 위해 연습한 노래가 울러퍼진다. <알로하오에> 기다렸던 아빠가 오지 않은 학예회때 아이가 어줍쟎게 부른 노래였다. 자기 눈앞에서 아빠가 감염되는 모습을 보며 몸부림치던 아이가 아비를 위해 준비한 울려퍼지자, 생존자를 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게 된다.

눈물을 흘린 부분은 감염된 공유가 아이와 작별하는 장면이었다. 아빠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달래며 아빠 또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운다. 공유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훌륭했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부분은 나만 살겠다고 생존자들을 감염자로 여기며 객실로 못들어오게 한것, 또한 그들을 좀비에게 던지는 모습은 격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하면 나 하나 살기 급급해하지 않고 다른 이를 돌아보고 구하려고 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미국판 좀비 영화인, <월드워 Z>를 본 큰 아이는 좀비 영화를 이렇게 깔끔하게 만들수 있다니 하고는 감탄했다. 하지만 엉성한 면도 있었다. 처음 피흘리고 쓰러진 사슴이 꿈틀거리는 장면만 보여주었어도 복선의 효과가 충분했을 것 같고, 공유가 감염되어 가는 과정에서 보여진 영상은 좀 신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은 누가 죽고 생존하게 되는지 다 알고 봤고, 난 스포 하나 없이 본거라 더욱 긴장감 있게 보았다. 좀비를 소재로, 부성과 격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그린 꽤 괜찮은 영화였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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