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줌마 단상> 자유, 평등, 박애가 공격 당하다
작성자 정보
- 파리아줌마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추천
- 목록
본문
니스 테러에 부쳐
일년 중 프랑스의 가장 큰 국경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에 프랑스가 또다시 테러의 휩싸였다. 자유, 평등, 박애가 공격당한 것이다. 그날은 어느때보다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우연히 페이스북을 클릭해보니 니스에 큰 일이 터졌다.
천으로 덮어준 시체, 그리고 그천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돌로 디뎌놓은 옆에서 오열하는 남성, 급하게 아랍어로 전화하는 여인의 동영상을 보았다. 참혹했다. 한국보다는 프랑스에서 산 시간이 더 오래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비록 프랑스 사회에 깊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겪고 보아왔는데, 최근 18개월 동안 세번의 테러가 있었고 231명이 사망했다. 이랬던 적은 없었다.
큰 아이가 태어나던 해인 1995년 파리및 그 외곽을 다니는 기차 RER B선이 생미셀역에서 기차 의자 밑에 있던 주인 없는 가방에서 폭발물이 터져 200여명이 숨졌던 일이 있었다. 이후 기차역에 버려진 가방, 물건은 신고해야될 대상이 되었고, 역에서는 항상 가방을 지니고 있기를 당부하는 방송이 자주 나오곤 했다. 그해 여름 일하던 남편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근처에 있던 휴지통에서 폭발물이 터졌다며 놀라서 연락을 한것이었다. 그때 옆에는 겨우 백일을 넘긴 딸아이가 고물거리며 놀고 있었다. 이후 파리 시내의 휴지통은 모두 투명 비닐로 바뀌었고, 테러 예방 및 대항 대책들을 강구했고, 파리 시내에서는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간간히 보곤 했었다.
그리고 2015년 1월 샤를리 앱도 테러가 발생했다. 프랑스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이럴때일수록 하나로 뭉쳐야된다고 하면서 올랑드 대통령을 위시하여 테러 규탄 전 국민 행진이 있기까지 했다. 감동적이었다. 대통령은 눈물짓는 희생자 유가족과 지인들을 포옹하며 위로했다. 그로인해 하락하던 올랑드의 지지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샤를리 앱도 테러와는 비교할수 없을, 대량 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할만한 테러가 파리 중심가에서 발생했다. 표적은 오로지 프랑스였다. 샤를리 엡도 테러처럼 모하메드를 농락했다는 이유 따위는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했던건 위협과 공포,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이후 프랑스는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게 된다. 1년안에 파리중심가에서 두차례의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그들의 삶이 한순간에 송두리채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똘레랑스와, 이른바 인권의 나라, 프랑스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에 수많은 희생자들이 또 다시 생겨난것이다. 국가 비상 사태하에서 또 테러가 일어났다.
지금 프랑스는 니스 테러범의 이슬람 극단주의 연관성에 대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야권들이 니스 테러이후 봇물 터지듯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인 레프블릭당은 세번의 테러 모두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 분열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언론은, 천으로 덮인 시신을 옆에 두고 망연자실해 있는 이의 사진을 여과 없이 싣고, 적당하지 않는 메시지까지 덧붙여 보도하여 비난을 받아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번의 참혹한 테러를 겪고 나서 사람들의 시선은 확실한 연계성이 밝혀지지 않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아니라, 프랑스 정부와 언론에게로 돌려지고 있다. 오늘 르몽드지는 유로 2016결승 방송때 내보내는 30초짜리 광고는 그 비용이 2십6만 유로이고, IS는 무료로 광고를 해주고 있다고 하면서, 희생자를 돌보기 보다는 확실한 연관성조차 밝혀지지 않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선전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논설이 실렸다. 내가 아는 프랑스는 시민들을 불편하게까지 하면서 안전에 민감하다. 그런 이곳에서 18개월 동안 세번의 테러가 있었고,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경찰은 지탄을 면치 못할것이고, 그것을 떠나, 왜 프랑스인가 ? 라는것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수 없다. 니스 테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더이상 자유, 평등, 박애가 공격 받지 않기를 바란다.
<파리아줌마>
관련자료
-
다음
-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