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줌마 단상> 숨막히는 프랑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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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아 ! 내 말 좀 들어보소’’ 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났으니 웃으며 이야기할수 있는 일이지, 그 상황속에 있을때는 머리 싸잡아 매며 힘들어 했었다. 일인즉슨, 한국에서 우편물을 받을 일이 있었다.
일단 문제의 발단은 나에게 있었다. 사무실로 크로노포스트에서 우편물 배달이 왔는데, 두번이나 내가 없었던 것이다. 안타까워하며 크로노포스트에 다시 연락을 해보니, 근처 우체국에 가져다 놓았으니 찾으면 된단다. 별것 아니네 하면서, 룰루랄라 하며 찾으러 갔다. 신분증 달라고 해서 주니, 우편물에 적힌 이름이 달라 내가 찾을수 없다는것이다. 남편 이름으로 온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 있다고 어떻게 하면 찾을수 있냐고 하니, 남편이 내가 찾을수 있게 위임장을 쓰고 싸인해야하며, 나의 신분증과 남편의 신분증 원본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남편은 한국에 있기에 신분증 원본은 없다고, 어떻게 할수 없냐고 하니, 될지는 모르겠지만 복사본을 가져와보라고 한다.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큰소리 친다. 문제는 15일뒤면 그 우편물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위임장 쓰고, 카톡으로 신분증 앞뒤 사진 찍은것을 받아 그대로 인쇄하니, A4 용지에 한장 가득, 그것도 총천연색으로 나오더라. 좀 무식했다 싶기는 했지만, 까칠하게 구는 우체국 직원에게 선명한 신분증을 제시할수 있겠다 싶어 내심 흐뭇해했다.
준비한 것들 들고 자신 있게 우체국에 갔다. 직원은 내가 준 서류를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 한참 뒤에야 우편물과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저것 확인해 보더니만, 문제가 있다는것이다.
문제는 신분증에 적힌 남편 이름과 우편물에 적힌 이름 철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국 발음으로 하면 같고, 불어식 철자는 몇개만 다른데 말이다. 그래서 ‘그거 한국말로 발음하면 같은거에요’ 라고 했더니, 그래도 우편물을 줄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책임자를 찾는데 지금 없단다. 크로노포스트에 연락해서 다시 배달 부탁을 해보라며 전화번호까지 찾아준다.
바다 건너 온 나의 우편물은 그사이 세상 풍파에 휘둘렸던지 한쪽 귀퉁이가 찢겨진채 내눈 바로 앞에서 다시 창구로 들어갔다. 그 절망스러움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그래서 크로노포스트에 전화를 해서 구구절절이 설명을 했다. ‘한국 발음은 같은거고요, 불어식으로 하면 그쪽에서 소리나는대로 철자를 적어 좀 다른거에요. 그래서 이름 같지 않다고 우편물을 찾을수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우체국에서 다시 찾아 배달해줄수 있나요 ?’’ 라고 하니 전화상으로 아주 진지하게 듣고 추임새까지 넣던 크로노포스트 직원 결국은, 우린 그런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온몸의 열이 머리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우체국에서 찾을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사 서류까지 들고 조금전 그 까칠한 사람 말고 다른 직원이 있나 싶어 가봤다. 그때 옆에 있던 직원이었다. 회사 서류 내밀며 어떻게 안되겠냐고 하니 아무 말없이 선뜻 서류를 받아들고 들어간다. 아~ 이번에는 우째 되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나온 직원 왈, 미안한데 책임자가 없어 자기는 어떻게 할수 없단다. 그래서 책임자 언제 오는데요 ? 하니 잘 모르겠는데, 오후에 와보라고 한다. 그때는 우편물이고 뭐고 다 싫어지더라.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말든지,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 눈앞에 있던 우편물을 한국으로 돌아가게 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참 당신네들 너무 한다 싶었다. 일단 마음을 비우고, 내 할일 하는데, 마음 한쪽 구석은 묵직하게 눌려오더라. 그리고 그야말로 오후에 또 갔다. 그날만 세번째였다. 당신네들 그거 가지고 있어봤자 뭐할래요 ? 하는 심정으로 갔다. ‘책임자 왔어요 ?’ 라고 하니 서류 받아들고 들어가더니, 우편물 가지고 나와서는 큰소리로 이번만 예외적으로 주는거에요. 다음부터는 유의하세요’ 그런 비슷한 말을 하고는 주길래, 고맙습니다.하고는 너덜해진 우편물을 받아들고 무거운줄 모르고 왔다는 이야기다. 징글징글한 하루였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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