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줌마 단상>, 2015 파리 테러, 삶과 죽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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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답지 않게 파리 날씨는 한동안 봄마냥 포근했다. 13일 금요일 저녁, 사무실에서 집에 가려고 나섰는데 날씨가 꽤 쌀쌀해져 있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나 보다 하고는, 추워서 웅크리며 종종 걸음으로 집에 왔다. 파리시내에 총격 사고가 있었다는 기사가 페이스북에 뜬다. 단순한 사고인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오는 소식은 심각했다.
피곤해서 저녁내내 가물가물거리며 일찍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는데 충격으로 피곤이 달아나 버렸다. 새벽 1시가 넘어 작은 아이 학교의 학부형 대표가 다음날인 토요일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메일이 왔고, 다음날 시험볼 예정이었던 대학생 큰아이 학교 또한 문을 닫아 시험이 연기되었다. 꽁세르바투와르의 실내악 수업이 취소되었다. 다음날 14일 파리의 모든 것이 정지된듯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샤를리 엡도 테러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듯 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더 심각한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다음날 새벽까지 아이들은 잠을 자지 못한다. 올라오는 희생자들 숫자에 경악했다. 파리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학살이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이 걱정이 되어 카톡으로, 전화로 안부를 물어왔다. 무사히 잘있다고 답해주었다.
희생된 이들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고, 사랑하는 소중한 이들일텐데 이를 어쩌나 싶었다. 아무리 가방 수색을 하고, 검문검색을 철저히 한들, 어느날 자동차 타고와서 까페 테라스에 있는 이들을 무차별 난사하는데 피할수가 있었을까 ? 그리고 느닷없이 공연장안으로 들어와 어둠속에서 공격하는데 비껴갈수가 있었을까 ? 끔찍한 일이다.
생존자들이 있다. 아마 한동안 그들은 고통속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어떤 생존자 증언중에, 자신이 살아남아 다행스럽다는 이기심과 옆에 있던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든 대조적인 두 마음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클로에는 그날 테러의 표적이 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폭죽을 터트리는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별 상관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누르며 엎드리라고 했다. 클로에는 그때 폭죽소리가 아님을 알았고, 유리창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그녀 옆에 엎드려 있던 여인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식당 문이 열려 있었기에 테러범이 식당안으로 들어올까봐 겁이 났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증언을 하던 클로에는 자신이 그 와중에 살아남을수 있었던건 행운이고, 자신은 딸이 있고, 가족이 있다며, 지금부터는 다르게 살것 같다며 울먹인다. 생사 기로에 있었던 끔찍함과 무서움, 그리고 거기서 살수 있었던 다행스러움과 곁에서 사망한 이들을 향한 무거움이 그녀를 짓누를 것이다. 그런 마음의 빚으로 그녀는 다르게 살고자 한게 아닐까 싶다.
테러가 일어난 다음 날인14일, 독일 피아니스트 다비드 마르텔로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콘서트홀 건물 앞으로 자신의 그랜드피아노를 가져와 존 레넌의 ‘이매진’을 연주했다. 이 노래는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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