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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구두쇠의 건강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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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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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상부르그 공원 일요일 오전의 태극권 수련 참관기

일요일 아침 열 시 반에 뤽상부르그 공원(Jardin du Luxembourg)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5월 15일 일요일 아침.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머리를 찰랑이며 뛰는 사람들을 먼저 만나게 되네요. 조금 더 걸어가면 연못에 조그만 배를 띄워 노는 아이들과 그 가족을 볼 수 있고요. 좀 더 테니스장 쪽으로 가면 조랑말을 타려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잠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한 사나이가 커다란 부채를 꺼내 드는군요. 어! 저쪽에서는 아리따운 여성이... 칼을 꺼내네요. 다른 한편에서는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눈을 감고 무슨 항아리를 공중에 들고 있듯 명상을 합니다. 또 다른 팀을 봅시다. 어촌에서 온 사람들일까요? 배의 노젖는 동작을 합니다. 같은 리듬으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아! 다름 아닌 수련이었습니다. 한국이라면 계룡산, 지리산 같은 곳에서 도사님들이 하시는 수련이네요. 그런데 오늘 처음 온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어째 동작이 좀 ‘거시기’합니다. 그렇담 나도 용기를 내어 따라 해보기로 합니다. 부채나 칼은 좀 그렇고, 저쪽으로 가볼까? 여기는 속도가 무지 느리네. 그럼 저기는? 어, 여기는 몸을 비트는 게 무슨 뱀 같은데? 누구한테 물어볼까? 돈 낸 사람들만 따라 하는 건가?  몸풀기가 시작됩니다. 모르겠다. 일단 따라 하자. 준비운동이 끝날 즈음이 되니 사람이 많이 불어납니다. 25명 정도가 다같이 동작을 따라 합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네요. 나도 오래 한 사람모양 폼을 잡아줍니다. 치즈!  

전체 운동이 끝나자 초보자들은 따로 모입니다. 하얀 실크 상의로 몸을 두른 사부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인사를 합니다. 이름이 파스칼이라고 하시네요. 중국계이신데 이름을 들으니 생각하는 갈대가 떠올랐습니다. 태극권의 한 분파로 뱀과 닮은 동작들이 있다고 합니다. 안 쓰는 신체 부분을 조금씩 비트니 몸이 시원한 듯 느껴집니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내일 못 일어나는 수가 있어. 12시 반이 지나자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갑니다. 양가 태극권(최대한 느린 동작으로 하는 태극권) , 진가 태극권(양가보다 경쾌한 태극권), 명상 팀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갑니다.

옆에서 같이 따라 하던 프랑스 아저씨에게 물어 봅니다. “등록이나 이런 거 없는가요” 아저씨의 대답. "처음에는 등록 필요 없이 누구나 그냥 합니다. 그 다음 주에도 나오면 그 때 등록 신청증을 건네는데, 그게 1년에 30유로예요.” 다음 주 일요일까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일년에 30유로면 한 달이면 얼마, 일 주일에 얼마더라?


<파리광장 / 강 일 mongolmongol10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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