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삼관>, 피 팔고 장기 매매해 자식 살린 부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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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가 감독한 영화 <허삼관>을 보게 되었다.
저예산 코미디물 <롤러코스터>로 감독의 재능을 보여진 하정우의 두번째 영화이자, 그가 주연을 맡았다.
<허삼관>은 중국,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각색한 것이다.
한평생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속 깊은 아버지 허삼관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중국 현대사의 큰 굴곡을 이루었던 국공합작과 문화대혁명이라는 거센 물결을 작품속에 녹여,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 그리고 그 뒤에 자리한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다.
하정우 감독이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시나리오였다. 원작의 이야기가 워낙 탄탄하기에 소설의 밀도, 재미 등을 어떻게 영화로 두시간 안에 옮길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위화의 원작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사회상과 문화, 시대상을 담아냈다. 이를 국내로 가져와 변환하기에 가장 어려웠을텐데 하정우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이미 영화화 된 바 있는 위화 원작의 또 다른 영화 '인생'(1994)이었다. 중국 4세대 거장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위화 원작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을 영화화한 수작이다.
하정우 감독은 "'인생'을 보면 원작의 10%만 녹여냈다. 그 작품을 보면서 ‘’원작에 발목을 잡힐 필요가 없겠고, 대신 영화의 특징을 살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제목은 원제인 ‘’매혈기’’를 빼고 ‘’허삼관’’으로만 내놓았다.
영화는 가난한 시골 청년 허삼관(하정우)은 마을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에게 한눈에 반해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피를 팔아 결혼 자금을 마련한 허삼관은 막무가내로 결혼을 추진하고, 장인의 도움을 받아 허옥란과 결혼에 성공한다.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낳고 탈없이 행복하게 살던 그의 삶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장남 일락이 허옥란의 옛 연인 하소용(민무제)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장남에 대한 허삼관의 사랑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아끼던 장남이 친자가 아닌것을 알고는 내치다가 다시 품게 되고, 큰 병에 걸린 자식을 위해 피를 파는 이야기를 독특한 스타일로 재미있게 엮어냈다.
허삼관 역을 한 하정우의 문어식의 느긋한 말 표현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옛날 아버지의 상징이었던 포마드 바른 하이칼라식 머리형을 한 하정우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미흡했다는 평들이 있다.
가부장제를 넘어선 원작과는 달리 틀에 갇힌 ‘’떠들썩한 소동극’’일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구성이 탄탄한 원작에 비해 영화는 친자가 아닌것을 알고 내치다 품는 자식에 대한 허삼관의 심리 변화 묘사가 없고, 남의 자식을 낳은 아내에 대한 미움을 철회해 나가는 과정도 보여주지 않는다.
원작의 허삼관은 내친 자식을 업고 국수를 사먹이러 가는 것으로 화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 외식에서 장남을 제외시키고 어떠한 화해의 제스처가 없이 끝나고 느닷없이 굿판에서 장남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다시 품게 된다. 좀 쌩뚱맞고 설득력 없어 보인다.
또한 아내에 대한 미움을 원작은 허삼관은 자신이 불륜을 저지름으로써 털어내었다. 이를 두고 원작자인 위화는 “이것은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는 장남과 아내와의 화해의 과정 없이 원작에도 없는 장기매매를 등장시킨다. 별 존재감 없었던 그의 아내는 자식을 살리려고 피를 파는 허삼관을 능가해 장기를 파는것으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있는 만두와 붕어찜을 먹는것으로 끝을 맺는다.
원작의 핵심인 허삼관의 처절한 매혈기를 살리지 못하고 신파색 농후한 가족 휴먼 드라마속에 갇히게 된다. 문화혁명이라는 격동기에 피를 팔아 가족을 건사하던 가장 허삼관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하정우는 허삼관과 가족의 이야기로 축소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원작을 탈피해, 친자가 아니라는것을 알고, 자기 위신과 체면 때문에 자식을 일부러 내치지만 결국 깊은 속정으로 다시 품고, 그 자식 살리기 위해 피를 파는 아비와 병원비 구해 오겠다는 남편 기다리면서 생사가 오가는 자식을 보다 못해 장기를 매매하는 어미는 한국형 <허삼관> 부부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감독 하정우가 그리고 싶었던건 피가 썪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피를 파는 방식으로 피로 이어지게한 희생적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
<파리광장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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