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수 파리 개인전 -생성과 소멸, 그 시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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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김성수 작가의 개인전, ‘’생성과 소멸 création et disparition ‘’ 이 열렸다. 9월 1일 금요일 18시부터 전시 오프닝이 있었다. 파리의 한인 및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작가와 프랑스 작가가 참석해 김성수 작가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축하해주었다.
김성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 학원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전북 도립미술관을 포함, 10회에 걸쳐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상하이 아트페어 등 6회에 걸쳐 국내 . 외 아트페어에 참가하였다. 또 한 70여회의 단체전도 참여하였다. 이번 파리 개인전은 프랑스 노르망디 옹플뢰르에 이은 프랑스 개인전의 일환이다. 김성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세계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영원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생명체든 무생물체든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반드시 소멸하여 형태가 바뀌고 다시 윤회하여 또 다른 형태가 된다고 본다. 즉 그 어떤 사물이라도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신하기 위한 또 다른 연속적인 과정인 일원론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작품에 나타나는 반복된 격자의 형태나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표현한 것 같은 물성의 축적은 시간성과 연결되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순환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작품에서 거친 질감과 색감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중후함이 풍겨져 나온다. 가볍지 않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에서 무게 감이 느껴진다. 작품에 액자가 없 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입체적인 질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고운 색감이 더해진 작품들에서는 간결함이, 혹은 무채색이 입혀진 작품들에서는 마치 프랑스의 수백년된 건물의 겉면을 대한듯하다. 그의 작품을 본 프랑스인 관객 은 아주 섬세한 작업이고, 작품에 서 깊이가 느껴진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겹자들은 작품마 다 다른 문양을 띄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 재료가 궁금했다.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여 이런 표현을 했는지 작가를 만나자마자 물어보았다.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셨어요 ?
-저는 제 작품에서 색상과 재료를 중요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재료에 문제점이 있었어요. 문제점이라 기 보다는 재료의 특성을 한번 살려보자 싶었죠. 어떤 특성 ? 제가 지금은 소재를 추상으로 갔습니다. 예전에는 구상을 하다가 추상으로 간 것인데, 이 소재가 많이 해체되 어 있지만 유럽의 소재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요. 유럽이 석조 문화권이쟎아요. 몇백년 된 석조 건물 들이 많아요. 즉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거죠. 그것에 관심이 있었고요, 그러면 이 시간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고민을 했고, 그러다보니깐 재료를 찾게 되었고요, 유럽에서 전시를 하는데 재료의 독특한 질감을 나타내는데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 우리의 고유한 것과 접목하면 좋은 것이 무엇일 까 ? 하다보니 한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한지와 아크릴 물감, 또 때 에 따라서는 돌가루를 섞어서 서양 의 석존 건물 같은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런 재료로 질감을 나타내고자 했고요, 거기서 시간성을 중요시했어요. 즉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석조 건물 같은 느낌을 주는 질 감으로 시간성을 표현하셨다고 하니 문득 작가님의 작품 철학 이 궁금해집니다.
-동 서양의 사상의 차이는 있지 요. 동양 사상은 윤회적이죠. 사람과 사물도 언젠가는 해체되어 사라 지는데 영원히 사라지는게 아니라, 제 2의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수 있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 다. 서양의 문화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함께 사라지면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관점에서 « 생성과 소멸 » 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작년부터 작업을 했 습니다. 이번에 남프랑스, 고흐가 머물렀던 아를르와 특히 세잔이 있었던 엑상프로방스에서 200년전의시간을 함께 해보고자 한게 감회가 깊었어요.
세잔에게 영향을 받으셨나 봅니다.
-제가 석사논문을 세잔에 관해 썼어요. 세잔은 ‘현대 미술의 아버지’ 라고 하죠. 입체라든지 후기 인상파에 대해서 많은 영향을 미친 화가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전시하는게 첫번 째 목적이었고, 그 다음은 세잔의 고향을 찾는 것이었어요. 세잔 작업실에도 가보고, 그가 걸었을 것 같은 길도 걸어보고, 세잔과 에밀 졸라가 자주 드나들었던 까페에 가서 당시의 체취도 한번 느껴보고요... 그들이 함께 했던 200년전의 시간을 지금 제가 그들이 있었던 곳에 가서 그 흔적이 느껴본거에요. 그 때 에밀 졸라가 <절망>이라는 책을 쓰고 나서 세잔과 결별을 하게 됩니다. 그이유는, 에밀 졸라가 세잔에게 ‘화가는 그 시대의 정신을 작품에 반영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화가는 작가정신이 없기 때문에 끝났다’라고 했습니다. 그 시대 는 구상 작품들이 태동할 때였는데, 세잔은 우리가 눈으로 볼 때는 구상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 이면까지 보고 작품 속에 투영시키려고 했던 작가에요. 에밀 졸라는 세잔의 그런 면을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사람이 절교했죠. 저는 구상을 한 세잔에 영향을 받았지만, 시간성을 살려서 사물을 해체시켜서 쌓아가면서 추상으로 가는게 제 나름 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제 작업관 입니다.
작가님 작품을 모노크롬이라고 할수 있나요 ?
-그렇게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다만 시간성을 중요시 합니다. 시간이라면 생성과 소멸로 나타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시간성을 질감과 색상으로 표현하신거네요.
-네, 저는 인간의 오감 중에 제 작품을 시각과 촉각으로 느껴봤으면 해요. 시각은 색상이고, 촉각은 질감이에요. 저는 제 작품을 만지기를 원합니다. 관객들이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손때가 묻어도 괜찮아요. 그게 세월의 흔적이 되는거죠.
작품 안에 무언가 있어요. 윤곽 같기도 하고요.
-바탕에 이미지가 있는 작품들이 있어요. 그 이미지 위에 격자 무늬 를 쌓아가면서 이미지를 해체시켜 가는거에요. 그게 생성과 소멸인거 에요. 아크릴로 그렇게 쌓아가다가 만족이 안되어 한지를 사용하게 된 거죠. 바탕에 이미지가 없이 바로 석조 건물의 대리석 같은 느낌의 질감을 주게 한 것들도 있어요.
대리석 느낌의 작품들 안에 둥근 작은 문이 있어요. 그 의미는 무언가요 ?
–조금 전 말씀드렸다시피 소재로 제가 서양 건축물을 사용했는데요, 문이 있어요. 문은 관객들로 하여 금 자신만의 생각을 불러일으켜보고 싶었어요. 일종의 ‘사유의 문’이에요. 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 나올 것인지 ? 그리고 우리가 문을 통해 소통을 하니까요. 내 생각과 관 객의 생각은 다르겠죠.
작가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영원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하셨는데 시 간을 거치면서 이런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에 는 영원성에 도달하는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죠. 그것이 다른 것으로 나타 나는거니깐요. 결국은 이어간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원론적인 관점을 가지고 작품을 한것이에요. 우 리가 영원할 수는 없지만 또 영원 할수 있다는거죠. 다른 것으로 가는거니까요.
윤회를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작품에 불교사상에 깃들어 있 는건가요 ?
-제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동양 철학이 그렇지 않습니까 ? 끊어지는게 아닌 이어지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시간성이 중요시되고, 나 는 한국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한지를 채택하게 되고, 소재는 서양 것이죠. 파리의 건물이 좋은데요. 그 이유는 사람과 같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없었으면 그런 정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을거에요. 사람이 함께 하고 그 흔적들이 남아 있기 떄문에 건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거죠. 사람은 시간이 지 나면 바뀌겠지만 살았던 흔적들 이 남죠.
작품의 색감에 대한 말씀 좀 해 주세요. 색감 또한 중요시 하셨다고요 ?
-제가 논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조형 요소 중의 두 가지를 색상과 질감’’이라고 했어요. 이미 20년 전부터 이 두 요소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어요. 색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죠. 한국적인 오방색을 좋아했는데, 작품에 나타난 것은 그런 의도 는 아니었고요. 푸른 색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색상이라고 해요. 붉은 색은 열정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보라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인데요. 라벤더 꽃에서 착상을 했어요. 저는 색상도 중요시 여기지만 무엇보다 질감을 나타낼 재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에 전 유화 물감을 사용했어요. 그랬더니 질감에 문제가 오더라고요. 물론 다른 보조제를 사용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 요. 그런데 아크릴은 유화보다는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다고, 자료에 도 나와 있어요. 아크릴은 다른 재료들하고 잘 어울립니다. 함께 합쳐져서 표현하는 데에 좋은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에 따른 보조 재료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질감을 높이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조형성은 아크릴이 적합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톱밥도 사용했었어 요. 모래, 흙도 사용하다가 작년 말 부터 한지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표피적인 그림을 그린다면 저는 두께에서 오는 시간성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봐요. 촉감을 못느낀다면 사진과 다를게 없다고 봐요. 하지만 그림은 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 문에 두께로 인한 생각을 다양하게 가질수 있고, 조명을 사용하면 그에 따른 그림자와의 관계 등,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죠.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작품을 벽과 좀 떨어져서 설치합니다. 그리고 캔버스 옆 면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작품들이 액자가 없는데도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저는 아무리 소품이라도 액자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캔버스를 두꺼운 것으로 씁니다. 액자는 하면 왠지 틀에 갇히는 것 같아요. 답답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확장성이 없어요. 오히려 액자가 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 요. 내 그림이, 내가 표현한 것이 주 가 되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데, 액자를 하면 왠지 독재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가 의도한 대로 따라오라는 것 같아서 저는 그 것을 무시했어요. 확장성을 제한시 키는거 같아서요.
전시 오프닝이 있었던 9월 1일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작가가 참석해서, 김성수 작가 작품 안에 있는 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사진작업으로 유럽 도시들을 다니며 문을 찍고 있었다. 동양의 한국인 작가가 회화 로 표현한 문과, 서양의 우크라이 나인 작가가 사진으로 조명하고 있는 문은 다르지만, 이들은 ‘문’에 대 한 비슷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 작가는 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그들의 생각들을 나누 었다. 언어, 문화, 생활방식이 다르고, 또 김성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의 흔적들 속에 엄연한 차이는 있겠지만, 예술이 매개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소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라간의 경계를 허물고, 세대를 아우를수 있는 소통...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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