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정부, 검찰 수사와 비리 의혹 장관 네명 사퇴 (2017년)
작성자 정보
-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추천
- 목록
본문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자신과 내각의 비리 의혹으로 정권 수립 이후 큰 정치적 난관에 직면했다. 마크롱 자신은 장관 시절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직면했고, 임명된지 한 달 밖에 안 된 신임 장관 네 명은 또다른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사퇴했다.
먼저, MoDem 대표로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 집권에 크게 기여한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 법무장관이 공금유용 스캔들로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지난 21일 전격 사퇴했다. 동시에 바이루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온 유럽담당 장관 마리엘 드 사르네즈(Marielle de Sarnez)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검찰이 민주운동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이 보좌관을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내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보좌관은 스트라스부르나 브뤼셀 등에서 유럽의회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보좌관들은 의원들의 프랑스 내 지역구에서 다른 정당 업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유럽의회의 공금유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어, 리샤르 페랑(Richard Ferrand) 국토통합부 장관은 내각을 떠나 여당 원내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선 내내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사무총장으로 활약하며 대선을 승리로 이끈 1등 공신이다. 하지만 그가 대표로 있던 지역 건강보험기금이 부인의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페랑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페랑은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국방장관 실비 구라르(Sylvie Goulard) 역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 대통령에게는 공직의 신뢰 회복과 프랑스의 개혁, 유럽연합(EU) 재건의 과제가 있다. 이 과제들이 인선에 대한 고려보다 중요하므로 총리와 협의한 뒤 대통령께 사퇴서를 제출했다 »고 밝혔다. 굴라르 장관은 제5공화국의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인물로, 민주운동당(MoDem) 소속 유럽의회 의원 출신이다. 이달 초 주간 까나르 앙셰네(Canard enchaîné)가 MoDem이 유럽의회 예산을 파리에서 활동하는 보좌관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허위 채용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굴라르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미리 내각을 떠난 것이다.
이로써 마크롱의 중도신당과 정치연대로 묶인 민주운동당(MoDem)의 인사들이 모두 내각에서 빠지고 새 인물들로 채워짐에 따라 집권 정치동맹이 깨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카스타네르(Castaner) 정부 대변인 역시 «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 다수당이 됐고,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해야 할 때 » 라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운동당은 42석, 앙마르슈는 308석을 획득했다. 민주운동당과 결별해도 여당은 여전히 과반(289석 이상)을 점유한다.
르몽드(Le monde)는 이번 사태에 대해 « 마크롱은 자신이 창당한 앙마르슈만으로 과반을 넘겼다. 스캔들의 독이 퍼져나가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도록 놔두기보다는, 환부를 도려내고 어제의 동맹에서 오늘의 불편한 파트너가 된 세력과 결별해 정치적 위기를 끝내기를 택했다 »고 평가했다.
정계는 특히 바이루 법무장관의 사퇴를 큰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화당의 필리프 고슬랭 의원은 법무장관이 검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정부의 신뢰성 추락과 국정 동력 상실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루는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련의 정치개혁 법안의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당 대표로 있는 정당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자의 반 타의 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사의 표명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 우리 당은 보좌관을 허위채용하지 않았다. 법무장관으로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사퇴를 결심했다 »고 말했다.
한편, 에두아르 필리프(Édouard Philippe) 총리는 21일 총선 이후 새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국방·법무장관에 모두 여성을 기용했다. 이날 전격 사퇴한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헌법재판관 니꼬르 벨루베(Nicole Belloubet)가 임명됐다. 전날 사임한 여성 국방장관 실비 구라르의 후임으로 국영철도기업 SNCF 중역 출신의 여성 플로랑스 파를리(Florence Parly)가 발탁됐다. 파를리는 2000-2002년 리오넬 조스팽 정부에서 예산담당 장관을 역임했으며 SNCF와 에어프랑스에 재직했다. 정계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인물이다.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관련자료
-
다음
-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