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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의 예술(4), 탈 진실 시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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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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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사상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언제부터일까, 이맘때가 되면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등에서 쏟아져 나온다. 진실의 여부와 상관 없이 날조된 음모설과 흑색 선전들은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더욱이 계층간 이념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웹에서 떠돌고 있는 근거도 없는 정보와 억측에 의한 글들을 짜집기하여 만들어낸 가짜 뉴스로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얼마전, '알파팀'이라는 민간인 댓글팀의 조직원에 의해 국가정보원이 민간비선조직에 개입했음이 밝혀졌고, 서울 강남 구청장이 야권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가짜 뉴스의 발생 및 확산의 주체가 다름아닌 국가 기관이었다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물려, 정부라는 공적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크게 무너뜨리게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낯설지만은 않다.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트의 당선에페이크 뉴스’(fake news)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고,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지휘하에 이미 공공연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입맛에 맞게 조작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규제와 검열로 대중을 통제하였던, 소설 <1984>의 디스토피아와는 달리, 현재 우리는 정보의 과잉 공급으로 인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기조차 힘든탈 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뉴스 전달이 권위있고 전통있는 언론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희미한 인터넷과 SNS로 매체가 확장되고 다원화되어, 그럴싸한 언론 보도 형태를 띈 거짓 뉴스들이 쉽고 빠르게 대중에게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인필터 버블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필터링된 정보만을 제공받은 대중은, 자신의 견해에 힘을 실어주는 확증편향에 의한 정보만을 취합하여 편파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게 된다. 급기야 너무나 터무니 없는 주장들은 믿으면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고 사실로 증명된 진실은 부정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게 되었고, 심지어는 역사적 사실까지도 의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 왜곡하는 거짓 뉴스

"만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이 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모든 기록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 것이다. "

1944년 독일군들은 패전이 확실해지자, 자신들이 행한 대학살 흔적을 지우려는 작업에 착수한다. 관련된 모든 문서들을 파기하고 수용시설과 가스실, 화장터는 폭파하거나 해체했다. 이로 인하여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자료들이 상당 부분 소실되었고, 그저 생존자들의 회고록과 몇몇 수용자들의 저항 활동에 대한 기록들만이 아우슈비츠 참사의 증언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증명할 만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료의 부재와 생존자의 감정적이고 주관적 증언의 오류등을 문제시하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들의 주장이 다양한 음모론의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영화 [쇼아(Shoah)](1985)의 제작자 클로드 란츠만은 대학살이 역사 기록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그래서 란츠만은 당시 수용소였던 곳들을 방문하여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생존자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화면에 담아냈다. 나치의 은폐공작에 의해 사라진 자료를 핑계삼아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감독은 아직도 살아남은 자들 안에 현존하는 학살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정부의 반성없는 역사 왜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의 관방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위안부의 강제적인 이송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없다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였다. 아베 총리가교과서 개악 작업'을 추진한 일본 교과서에서도 위안부 관련의 구체적 내용은 삭제하였고,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12·28 합의관련 내용만을 포함시켰다.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고 역사적 사실을 입증할 자료들이 있음에도 일본 우익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지속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왜곡시킨다.

 

볼탕스키의 <위안부> 작품, 'Monument-Comfort Women'

프랑스의 대표적인 설치 작가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Christian Boltanski) 1977년 제작한 'Monument-Comfort Women'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국립현대술관에 전시된 작품이다.

'어둠의 교훈'이라는 작가의 연작들과 같은 형식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16개의 검은 천을 씌운 상자에 제단식으로 빈액자를 올려놓고, 촛불을 연상시키는 백열등을 비추어 매우 성스럽고 엄숙한 종교 제단을 연상케 했다. 볼탕스키는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의 무고한 희생에 시대가 낳은 순교자와 같은 성인의 지위를 부여하고자 했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파리, 작가는 유대인 아버지를 이웃에게 숨기며 지내야 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보낸 유년시절을 지배한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러한 그의 개인사로 그의 작품속에는 삶과 죽음, 현존과 부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 사진과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통해 투영된다. 그의 작품속 분위기는 어두운 전시공간에 희미한 조명과 오브제로 종교적인 뉘앙스를 풍기면서,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추상적 주제를 인식시키고 환기시킨다. 여기서 재현되는 희생자의 죽음은, 미디어와는 달리 간접적 실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듯 그는 작품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내면서, 관객에게 감성적인 호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푸코는 전통적으로 역사는 그의 담론 자체가 권력의 강화나 정당화의 효과를 갖는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 시대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을 지배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권력과 자본은 자신의 권력유지를 목표로 역사와 진실을 끊임없이 각색하여 대중을 교화시킬 것이다. >

거짓뉴스가 난무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불투명한 이 혼란의 시대에 우리가 잊지않고 간직해야 할 것은 어쩌면 타인의 아픔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연민, 그리고 연대의 정신일 것이다.


<파리광장 / 김지현 july7911@gmail.com>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01-21 16:25:14 문화 / 예술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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