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던 프랑스 피악(FIAC), 재건에 성공한 총감독 한국 방문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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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 탄생 30주년이던 지난2003년, 당시 예술 전문지‘보자르’(Beaux Art)가 피악 특집기사를 실었다. 헤드라인은 « 피악 30주년 :생일인가, 장례식인가 ? (FIAC 30 ans, Anniversaire ou Enterrement ?)». 프랑스의 피악은 당시 이같은 심각한 비판에 시달릴 만큼 역사적인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한때,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 미국 아트 시카고(Art Chicago) 등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며 빠르게 성장했던 피악은 1993년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함께 파리 그랑팔레((Grand Palais)가 리노베이션에 들어가자 페어 장소가 파리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관람객과 매출이 동시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여기에 영국 런던 프리즈(Freize) 아트페어 등 신생 페어가 상대적으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자 피악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 피악아트페어(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 : 피악은‘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를 뜻한다. 아트 페어는 많은 화랑들이 한 곳에 모여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업적 성격의 행사로, 미술품을 사고파는 일시적인 ‘미술시장’이다. 피악(FIAC)은1974년 세계 현대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 내에 있는 80여 개의 화랑과 출판사들이 모여 조직했다. 파리에서 매년 10월에 개최된다. 주 전시장인 그랑 팔레(Grand Palais)를 중심으로 튀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 식물원(Jardin des Plantes) 등 파리의 여러 명소에서 4-5일 동안 전시가 펼쳐진다. 여러 개의 화랑이 연합해 개최함으로써 미술작품 판매는 물론 정보 교류 및 시장 확대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피악은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Art Basel), 미국의 시카고 아트페어(Art Chicago)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기에 독일의 아트 쾰른(Art cologne), 에스파냐의 아르코(ARCO)를 더해 세계 5대 아트 페어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 아트페어에서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현대미술의 흐름이나 경향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 |
피악 재건, 예술감독 제니퍼 프레이 « 아트페어 성공 위해 ‘시대의 대표성’갖는 갤러리 엄선해야 »
2003년 피악 주최 측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예술감독으로 제니퍼 프레이(Jannifer Flay)**를 섭외했다. 당시 아트딜러이자 갤러리스트였던 그는 미국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니스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2003년 11월 피악에 합류한 프레이는 프랑스 내 갤러리들과 파리의 유명 미술관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페어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 제니퍼 프레이(Jannifer Flay) : 뉴질랜드 출신(1959년, 58세)의 프랑스 아트딜러이자 갤러리스트. 카트린느 이세르(Catherine Issert), 다니엘 템플롱(Daniel Templon), 지슬랜느 위스노(Ghislaine Hussenot) 등 파리의 명문 갤러리들에서 경력을 쌓았다.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류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13년간 운영했다. 2003년 부터 피악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
« 지금까지의 피악은 모두 버려야 한다 »는 기조 아래, 그가 제일 처음 한 일은 갤러리 심사 과정을 개혁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피악의 운영 주체인 세계 최대 전시 기획사 ‘리드 익시비션스’(Reed Exhibitions)가 FIAC조직위원회(COFIAC, 코피악)에 재정 지원을 끊고, 코피악 없이 자체적으로 참여 갤러리를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참여 갤러리들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한 것이다.새롭게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프랑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세대, 다양한 장르 전문가들 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2년 임기로 최대 4년까지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심사위원단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공정성을 높였다. 그 결과 2003년 이전까지 피악에 참여했던 갤러리의 20%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바뀌었다. 피악을 떠났던 명문 갤러리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갤러리들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2006년 그랑 팔레는 재개장을 맞이해 첫 번째 미술 전시로 피악을 선택했다. 그랑팔레로 돌아온 피악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그랑 팔레와 루브르 박물관의 까레 궁(Cour Carrée du Louvre) 두 곳을 주 전시장으로 사용하면서 피악은 예전의 명성과 분위기를 회복하게 됐다. 특히, 2010년 피악은 ‘지난 20년 동안에 있어서 최고’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다녀간 관람객만 8만 5천 명. 2010년 프레이는 피악 총감독으로 승진했다. 피악을 성공적으로 재건한 공을 인정받아 프레이는 2012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Offic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과 2015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훈장(Officier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았다. 글로벌 미술매체‘아트 리뷰’가 선정한 ‘파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 전시 공간을 일원화하자는 참여 화랑들의 요청으로 2011년부터 그랑 팔레 한 곳만을 주 전시장으로 쓰고 있다. 2012년에는 그랑 팔레의 상층 살롱 도뇌르(Salon d’honneur)까지 전시 공간을 넓혔다. 현재 피악은 세계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국제적인 페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출 역시 확연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약 940만 유로(약 113억 9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비공식 집계된다. 2015-2016년 2년간 세계 미술시장 규모가 25 %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피악에서는 바스키아 작품 등 500만-1000만 유로의 고가 작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 프레이 디렉터는 평가한다.
한편, 피악은 1987년부터 해마다 한 국가를 지정해 그 국가의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96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한국이 선정돼 ‘한국 미술의 해’특별 전시를 열었다. 가나 갤러리, 국제 갤러리, 선화랑, 현대 갤러리 등 15개 화랑이 참여했다. 당시,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일간지와 미술 전문지들이 한국 미술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후 한국 화랑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피악에 참여하는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PKM갤러리 2곳 정도다
*** 제니퍼 프레이(Jannifer Flay) 프랑스 ‘피악(FIAC)’디렉터가 지난 16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관하는 ‘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ViA Salon)’이 16일과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D)뮤지엄 4층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키아프) :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미술작품 판매 행사)인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 주도로 열리는 행사다. 화랑협회 소속 갤러리들이 주축이 되는 탓에 키아프가 그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한국화랑협회는 최근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협회의 재정비는 물론 키아프의 쇄신 등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레이는 아트페어의 성공을 위해 갤러리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 « 아트페어가 소수 이익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데 치중해서는 안된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도 잘 되려면 갤러리 선정이 엄격해야 한다. 그 시대의 대표성을 갖는 갤러리를 선정해야 한다 » 고 충고했다. |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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